김헌태 논설고문

촛불집회가 6차를 넘어서면서도 평화집회가 이어졌다. 또 사상 초유 최대의 집회로 기록을 경신했다. 전국적으로 활화산처럼 번지고 있는 집회의 성격이 결코 간단치 않은 것 같다. 지난 번 3차 박근혜대통령 담화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듯이 국민적 저항이 더욱 거세졌다. 232만 명으로 역대 최다이자 청와대 앞 100미터의 시위라는 점에서도 또 다른 기록을 남겼다. 외신들의 놀라움은 이번 집회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집회에 외국인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경계해야할 우려 사항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념대결로 몰아가려는 자들의 돌출행동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국민들을 짜증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과 횃불의 평화 집회를 보수와 진보, 좌우의 대결, 이념 대결로 몰아가려는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런 자들이 국민들을 이간질 시키고 있다. 비폭력 평화집회가 주는 국민적 의지를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되지만 벌써부터 보수와 진보의 대결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는 세력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문제의 본질이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고 부정부패와 국정농단의 문제이자 대한민국 대통령의 품격과 국격의 문제에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초점을 흐리고 건전한 보수 세력들의 참여조차도 극단주의로 몰아가려는 것은 민주시민과 국민을 모독하는 궤변일 수 있다. 국민의 생각은 이미 4%의 대통령 지지율로도 답하고 있다. 계속되는 평화집회를 폄훼하려는 세력들의 준동도 이제는 경계대상이 되고 있는 시점이다.
더 나아가 본질을 벗어나 정치적인 셈법에만 급급해 위기의 난국을 헤쳐 나가는 지혜가 부족하고 좌충우돌하는 정치권의 모습에도 국민들의 실망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탄핵안이 발의되었지만 이를 처리하기 위한 정치권의 대응논리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이 내년 대선에 대한 셈법에만 골몰하여 꼼수가 작동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과 지적이 있다. 하야가 됐건 탄핵이 됐건 간에 이 시점에서 보면 정치력은 수준이하이자 함량미달이다. 정치적인 말들만 감동없는 언어의 향연으로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하루가 다르게 말이 달라지고 즉흥적인 정치행보와 언행을 보이면서 헛발질하며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촛불을 들으라는 말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저 정치는 있지만 든든한 정치력이 없는 요즘의 정치권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답답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심지어 시정잡배처럼 싸우는 국회의원들의 수준 낮은 모습에서도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절로 나오고 있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이 정도 정치 수준인데도 지금까지 국민들이 참기도 많이 참았다. 그렇다고 나라를 망치는 부정부패와 추악한 국정농단 행위까지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른바 혼돈의 정국, 위기의 시기에 요즘 국민들의 피로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민생이 어려운데도 대통령 문제로 매주 나서고 있으니 참으로 비감할 뿐이다.
지금의 이런 혼란과 혼돈이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발단이 되었는지 다시금 상기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문제의 발단은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부정부패, 청와대 공직자들의 어처구니없는 부화뇌동, 공동정범 피의자로서의 대통령의 행각 등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대통령 때문에 이렇게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바로 ‘무개념’, ‘무뇌’이다. 분명 민심을 바로 익고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이 결자해지를 해야 함이 마땅하다. 국민들을 혼돈에 몰아넣고 나라를 어지럽혀 놓고도 국정의 안정을 논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며 매화타령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등어리 가려운데 발바닥 긁는 사오정 같은 문답이 국민과 계속 이어지게 된다면 불행만 더 키우는 결과를 자초할 수 있다. 지금 나라의 위난 사태 책임을 묻고 부정부패를 타도하기 위해 촛불을 든 국민들을 향해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며 사태의 본질을 왜곡시키고자 한다면 이는 참으로 비겁한 책임 전가에 불과할 것이다. 남녀노소, 청소년, 학생, 대학생, 주부, 시민 등 보수와 진보 구분없이 꾸준히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역사적인 평화집회에서도 위대함 국민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특검도 이어지고 탄핵안도 발의되고 대통령도 대면조사를 벌이고 국정조사도 벌어지고 여러 가지 일련의 격동의 순간들이 국민 앞에 펼쳐질 것이다. 부정부패와 국정농단의 비리도 속속들이 밝혀질 것이다. 보수와 진보할 것 없이 모든 국민들이 그 실상을 여과없이 역시 지켜볼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어느 정도로 국정을 농단했는지도 명쾌하게 밝혀질 것이다. 그 실체가 만 천하에 낱낱이 소상하게 드러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자 해도 불의와 부정부패는 정의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국민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부정부패와 비리의 국정농단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답이 될 수 없다. 이런 불행한 비극의 원인제공자들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단죄되어야 마땅하다. 가중처벌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정신적인 피해를 비롯하여 국민 배신죄를 추가해서라도 말이다. 작금에 이런 탄핵정국, 위난의 시국에 느닷없이 등장한 지도자연하는 자들의 언행에도 국민들은 일희일비하거나 부화뇌동하는 일 없이 냉정함을 지켜야 한다. 인기몰이를 하는 그런 시기나 집회로 둔갑시키고자 함은 국민들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국민들은 오로지 부정부패와 비리, 국정농단의 책임을 이 땅의 주인으로서 묻고자 함이니 이를 기반으로 하는 냉철함과 평화의식을 끝까지 지켜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의 절절한 염원과 외침을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로 몰고 가고자 하는 세력들의 불순한 의도를 타파하는 길이다. 국민들의 위대한 외침을 깎아내리고자 함은 부정부패와 국정농단, 비리를 방조하자는 논리 모순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의 평화집회를 보수와 진보논리로 몰아가지 말아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 집회를 주도하는 그 누구도 만에 하나 국민을 편 갈이하며 대립시키고자 한다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은 분열과 반목의 논리가 아니라 국정농단과 부정부패를 척결하여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국민의 통합된 논리만이 최우선 가치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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