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소방서장 김득곤

- 百萬買宅 千萬買隣(백만매택 천만매린) -

어디에서 사느냐가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자 걱정거리고 요즘엔 평당 수천만 원하는 집들이 즐비하다.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 요소 중 하나이지만 우리 국민의 주거 형태에서 아파트는 전체 주택 대비 63%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이처럼 아파트에 열광하는 것은 아파트를 유효한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지난 9월, 서울에서 사망자 3명을 포함하여 20명의 인명피해가 있었고, 충남에서도 지난 4월,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아파트 화재사고 또한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아파트 화재로 대피 시에는 반드시 계단을 이용하여야 하며 전기 공급이 차단될 수 있으므로 승강기는 절대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아파트는 지난 1992년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고층건물 화재 시에는 각 세대 내에 베란다(발코니)를 피난구로 활용하도록 얇은 두께의 석고보드로 제작돼 손쉽게 옆 세대로 탈출할 수 있는 경량칸막이가 설치의무화 되었고, 2005년에 개정된 건축법에서는 대피 공간 설치 규정이 강화되어, 주거지내에 2~3m²이상의 대피 공간(방화문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 공간)을 갖추도록 되어 있다.

만약 아파트 밖으로 대피가 불가능한 경우라면 각 단지별로 설치되어 있는 피난 시설을 사전에 확인하여 대피 공간 설치 세대에서는 대피공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방법과, 경량칸막이 설치 세대는 베란다로 대피해 이웃집과 맞닿아 있는 경량칸막이를 파괴하고 탈출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아파트 내에 설치되어 있는 경량칸막이의 존재를 모를 뿐만 아니라 각 세대 경계 벽 앞에 다른 시설을 만들거나 물건을 쌓아 놓아 실제 화재 발생 시에는 대피통로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 발생한 아파트 화재의 인명피해 또한 이와 같이 경량칸막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탓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어떠한 구조의 대피시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내 가족과 우리의 이웃이 위급 시 대피할 수 있도록 경량칸막이를 점검하고 물건을 쌓아두지 않는 일은 내 가족과 우리 이웃의 행복을 위한 필수 조건인 것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역사서인 <南史>에 고위 관리인 송계아(宋季雅)라는 사람이 공직에서 물러나 자신이 살 집을 둘러보던 이야기가 나온다. 지인들이 추천해 준 몇 곳을 다녀보았으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는 천백만금을 주고 여승진이라는 사람의 이웃집을 사서 이사했다. 그 집의 시세는 백만금이었고 실제 가격보다 천만금이나 웃돈을 주고 산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웃사촌인 여승진이 비싼 가격을 주고 집을 산 까닭을 묻자 백만금은 집 값이고(百萬買宅) 천만금은 여승진과 이웃이 되기 위한 값(千萬買隣)이라고 답했다. 송계아는 집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조건을 좋은 이웃에 둔 것이다.

높은 지위와 많은 부를 소유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고 투자를 위해 이리저리 주거지를 옮기는 현실에서, 송계아의 좋은 이웃의 의미와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우리 스스로 해야 될 일들을 한 번쯤 고민해 보고, 화재 발생 시 대피에 앞서 좋은 이웃과 함께 화재예방을 위한 방화의식을 함양하도록 하자.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