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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꽃충남교육청 장학관 신경희
이정복  |  conq-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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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5  1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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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이렇게 저문다. 상강 절기를 기점으로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더니 가을비가 부쩍 잦다.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 했던가. 단풍은 절정을 달리고 있는데, 온전히 느낄 겨를도 없이 겨울로 접어들 것 같아 안달이 난다. 올해도 달랑 두 달 남았다. 참 빠르게 많이도 달려왔네. 언젠가부터 어제일도 오래 된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은 없지만 지나 온 일들이 안개 빛으로 수런인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 했던가. 그렇게 그렇게 살아 온 날들이 아련하다.

10월은 정말 바쁜 달이다. 행사들이 넘쳐나고, 각종 사업들을 추수하며 내년도 계획을 위한 의견수렴 등으로 여기 저기 바쁘다. 지난주는 유독 더 그랬다. 바쁜 와중에 큰 행사를 마치고, 모처럼 팀원들과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우리고장 문헌서헌도 방문하고, 도예를 전공한 남동생 공방에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그동안 지친 마음을 흙으로 어루만지며 힐링하는 시간이 됐다. 그러고 보니 함께 모여 작품을 만드는 일은 별로 없었던 듯싶다. 그저 가끔씩 들러 눈에 들어오는 작품을 눈치코치도 없이 들고 오기 일쑤였다.

손의 근육을 풀어내는 워밍업을 위해 흙을 만지작거리며 만들어내는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재미났다. 어린아이들일수록 자연스런 작품이 나온다나. 나이를 먹을수록 이모저모 살피고 계산하고 남의 눈을 의식하다보니 오히려 재미없는 작품들이 만들어진다고 동생이 말했다. 개, 말 등 동물은 물론, 사람의 모습들이 오물조물거린 손길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한참을 고민 끝에 흙을 두 덩이로 나누었다. 한 덩이 한 덩이 만두 빗 듯, 조물조물 판에 두드리고 다져서 두 개의 엇비슷한 사각형을 빚어 긴 못으로 기둥을 만들었다. 꼬챙이를 이용해 사각형 안에 <그 꽃>의 시구를 한자 한자 새겼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그 꽃> 전문이다. 짧아서 외우기 쉽고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시라서 좋아한다. 인생의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는 오르는 것만을 생각한다. 올라가야 하는 마음이 절실할 때에는 급하기도 하고, 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어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참 많다. 발밑의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누구에게나 인생의 내리막길은 찾아온다. 그럴 때, 이 시는 큰 위로가 되어 준다.
시인은 “내려가는 것은 지는 것도, 잃는 것도 아니다. 단지 새로운 국면일 뿐이다.”라고 했다. 게다가 내려갈 때에는 예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꽃을 발견할 수도 있다. 꽃을 발견한다는 말은 고개를 숙일 줄도 알고, 허리를 굽힐 줄도 알고, 작고 고운 것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는 뜻이리라.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귀한 무엇을 내려갈 때 하나씩 찾는 삶이 그렇게 쓸쓸하지 만은 않을 듯싶다.
 
요즘 해가 짧아져서 마음이 바쁘다. 하루를 반 토막씩 누군가와 나눠 쓰는 느낌이다. 최근 라오스에 교육봉사를 다녀온 어느 주무관이 보내 준 편지글이다. <베트남 사람은 쌀을 심고, 캄보디아 사람은 쌀이 자라는 것을 보고, 라오스 사람은 쌀이 자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라는 라오스 속담처럼, 즐거움과 행복을 천천히 음미하시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른 아침에 출근할 때 만나는 아쌀한 공기, 한낮에 눈부신 가을 햇살을 음미하며 차 한 잔의 여유라도 누리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산 밑에선 노란감국화가 무더기무더기 헤죽헤죽 웃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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