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울산과 부산 창원 제주 등은 그야말로 폐허를 방불케 하고 있다. 민관군이 나서서 복구작업이 한창이지만 지진발생에 이어 태풍까지 강타하면서 주민들은 극도의 피로감과 고통을 겪고 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피해를 본 울산 부산 제주 등지의 주민들에게 국민적인 위로와 지원이 절실하다.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물속에 잠겨버린 차량과 집, 도로 등 곳곳의 상황을 보면서 왜 이렇게 아무런 대비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지진여파에 트라우마까지 겪고 있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눈물어린 절규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하루속히 복구가 마무리되어 일상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진에 이어 벌어진 이번 태풍 차바의 피해를 보면서 어찌 이렇게 비상대비체계가 소홀한지를 알다가 모르겠다는 세간의 반응들이다. 과거에는 태풍이 온다고 하면 모든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태풍의 진로와 피해상황, 주민대피요령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런 노력이 없이 안일하게 대처를 하는 이유를 도대체 모를 정도이다. 기상청의 불신과 무책임을 차치하더라도 위난 시 가동되어야 할 국가비상시스템이 너무 허술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드높다. 차량들이 다 물에 잠기고 태화강이 범람위기에 처해 있을 동안에 도대체 긴급대피령이나 차량에 대한 이동주차 등의 사전 주민안내가 이처럼 되지 않았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 현장의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새삼 정부나 행정기관의 안일한 대처능력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피해상황의 정확한 집계와 함께 문제점이 종합적으로 분석될 것으로 보이지만 자연재해와 인재가 더해진 피해라는 사실은 숨길 수 없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늘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왔다. 뭔가 불행한 상황이 종료되면 이제 더 나아질 것이라고 애써 생각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국가안전처까지 신설되어 안전에 대비하는 나라이다. 그러나 지난 번 지진에 이어 이번에도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민들은 참으로 황당한 상황에 말문이 막혀 있다. 부산 마린시티까지 물이 차고 넘치는데도 안전에 대한 대비는 조망권이라는 덫에 걸려 미완의 안전망을 갖고 요행을 바라면서 살아온 어리석음이 유비무환과는 거리가 먼 자세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의식과 자세로는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 전문가들의 판단과 미래를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안전대책을 무엇과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묻고 싶다. 영화의 쓰나미가 현실이 되어 비극을 연출하게 된다면 이는 엄청난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난 2011년 3월 일어난 일본의 쓰나미의 비극을 목도하고도 정말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해 왔다. 우리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경주지진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모든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그동안 미온적으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때문에 너무 늦은 대비책이라 향후 많은 세월이 소요된다는 한심한 현상도 접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해왔기에 이처럼 각종 안전대비가 허술한 지 참으로 안타깝다. 국민들을 위하여 무슨 일들을 해왔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정치권은 늘 쌈박질에만 혈안이 되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세월을 보냈다. 지금도 그렇다. 그 사이에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떠는 안전사각지대에서 느닷없는 지진과 태풍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마디로 유비무환의 자세가 결여되어 왔다. 그러니 앞으로가 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지나가는 태풍쯤으로 생각하고 향후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 한다면 이는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대책은 그 어떤 예산을 들여서라도 만들어 내야 한다. 지진의 장단기 대책은 물론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재난대피요령, 배수시설의 문제 등 모든 시스템을 다시 정비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만 고통을 겪게 된다. 이번 태풍 차바의 피해가 주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최소한 국민들이 이번처럼 앉아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황당한 사태가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울산의 시장상인들이 폐허가 되어버린 상가들을 허탈하게 바라보며 눈물짓는 모습들을 보라. 우리는 이런 황당한 사태를 그저 태풍 차바 만을 탓할 수 없다. 그동안 재난 대책 등이 너무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제에 대한민국 전역에 걸쳐 안전에 대한 종합 메뉴얼과 시스템을 재정비하여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식이 아닌 유비무환의 실천적인 조치가 없이는 언제든지 재난을 키우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참담한 상황이 또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울러 지진과 태풍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정신적인 문제도 함께 대처해야 한다. 그만큼 충격이 크기 때문에 심적인 불안정과 공황현상이 뒤따를 수 있다. 국민들의 따뜻한 위로와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이 절실하다. 태풍 차바의 상처를 하루빨리 극복해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도 그렇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