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논단 김헌태논설고문

대한민국 정치가 표류하고 있다. 집권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여 국회의장이 퇴진을 하지 않으면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던 초강경모드는 일주일 만에 종료됐다. 국감복귀도 선언했다. 국민의 뜻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라 일을 들여다보는 국정감사는 뒷전이고 오로지 국회의장의 퇴진만을 위한 강경 대립모드가 지속되자 국민적 비난이 거셌다. 과거 어디서 본 듯한 단식정치의 장을 국민들은 목도했다. 대통령도 단식을 중단하라고 사신을 보냈지만 거부하다가 결국 일주일 만에 종지부를 찍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런데 문제는 단식도 단식이지만 국회의장이 사퇴할 의향이 전혀 없다는데 있다. 국회의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민생국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벼랑 끝 전술로 단식을 강행하던 출구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어찌 싱겁기만 하다. 한마디로 태산명동(太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나게 한다. 이 중요한 시기에 이런 모습이 과연 국민을 위하는 길이며 자세인지 궁금하다는 여론이다. 국민과 민주, 그리고 가치를 논하며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과감히 보여주는 것이 멋지고 용감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의 정치는 이제 좀 수준이 낮다. 오히려 세간에는 단식을 언제까지 하는지 두고 보겠다며 비아냥거리기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그 마음을 알았다. 단식을 중단한 것은 다행이다. 이제 새로운 정치모드를 갖추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가는 지금의 정치로는 위기의 나라를 구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크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말과는 달리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우리는 19대 국회를 역대 최악의 국회로 지목하여 역사의 심판장으로 이미 넘겼다. 정치혐오감마저 불러일으켰던 후진정치의 장이었던 국회가 막을 내리고 20대 국회가 새로 시작되자 일말의 희망을 갖고 새로운 변화와 정치혁신을 기대했다. 새로운 인물들도 대거 입성했다. 정당들도 새 인물 새 일꾼을 찾는다며 갖은 내홍을 겪으면서 선거에 내세워 당선시킨 사람들이다. 나름 자랑스런 인물들이라고 생색도 내고 있다. 정치변화를 갈망하던 국민들은 여소야대의 결과물로 20대 국회를 만들어 놨다. 이는 국민들의 의중을 바로 알고 정치를 하라는 단호한 심판이자 경고의 메시지였다. 국민들은 이제 악몽과 같았던 19대 국회의 정치행태를 제발 답습하지 말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싹수가 노랗다’며 벌써부터 실망어린 토로(吐露)를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19대에서도 보았던 모습과 인물들이 다시 등장하여 변함없이 정치 불신과 혐오감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자신들은 이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정치이자 용감무쌍한 투사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정작 국민의 눈에는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19대 국회나 20대 국회나 달라진 것은 숫자뿐이고 여소야대로 바뀌어 힘 빠진 집권당이 거꾸로 야당에게 몽니를 부리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국회의장도 의정을 잘못 이끌고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하면 안 된다. 이는 이미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이다. 흥정과 야합의 정치도 그렇다.

지금 국민들은 난리가 아니다. 청정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시행되고 있는 김영란법에 따른 청정 진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맑은 물에 노는 물고기처럼 맑은 사회에서 정의로운 사람들이 되어야 하는데 그동안 타성에 젖은 탓인지 일순간에 바꾸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법에 무슨 맹점이 그렇게 많은지 사회적 혼란과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마치 국민들이 법을 위하여 존재하는 양 주객이 전도되고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 ‘하지 말라’ 주의가 팽배하니 사회적, 경제적 추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의 준동도 눈에 띈다. 그러니 인정이 넘치는 문화가 사라지는 삭막한 사회가 태동하여 자칫 가득이나 힘겹게 살아가는 국민고통의 법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혹자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 무조건 반대급부로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들만이 잘 지키며 자신들만이 마치 정의로운 세력인양 포장하며 온갖 험담을 늘어놓으며 매도한다. 그러나 법의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와 오류는 언제든지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고통의 법으로 둔갑한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이다.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의 대한민국 사회가 된다면 이는 참으로 경계해야할 사회적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국민들의 삶을 살피고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할 국회가 제 기능을 상실하고 초장부터 만신창이니 국민들은 한숨소리가 절로 날 수밖에 없다. 반쪽 국감장이 여당의 국감 참여로 제 기능을 찾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보다 철저한 국감활동이 되어서 국민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사실 국민들은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문을 열면 과연 어떻게 정치를 할 것인지 무척 궁금해 했다. 그런데 장관 청문회에서부터 임명강행, 해임건의안 통과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이 대립하며 평행선을 걸어가면서 그야말로 오랜만에 듣던 ‘협치의 정치’는 순식간에 실종되어 버리고 말았다. 초기에는 미소도 짓고 악수도 하며 무엇인가 잘 할 것처럼 인물사진도 대문짝만하게 나오고 언론에도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19대 국회보다 좀 나아지는가 싶더니 그것도 얼마가지 않아 ‘샤드반대니 찬성’이니, 무슨 ‘전경련의 체육재단문제니’ 하면서 마치 펜싱선수처럼 날을 세우고 다투니 정말 살벌하기까지 했다. 이러니 20대 국회도 국민기대가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불과 얼마 전에 국민경제를 챙기느니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챙기느니 정치선진화를 기하겠다느니 특권을 내려놓겠다느니 하면서 침을 튀기던 사람들이 이제 당선이 되자마자 또 대립과 갈등이다. 말만 앞서고 국민들의 안위는 뒷전이니 국민들의 실망감이 어느 정도인지 무게 좀 달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국민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바닥의 지지율로 답하고 있다. 그만큼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정서가 매우 좋지 않다. 그야말로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이 팽배하다. 오늘날 매사가 불안한 이 나라에는 해야 할 산적한 일들이 너무 많다. 국정감사를 통하여 국민을 위하여 어떻게 일해 왔는지도 살피고 나라살림을 이끌 내년도 예산안도 제대로 챙겨보아야 하는 중차대한 10월과 11월, 12월이다. 지금 이것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는지 국민들은 정치권에 묻고 있다. 단식정치는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에 다름 아니다. 이제 지혜를 모으는 정치, 미래를 생각하며 국민을 생각하는 성숙한 민생정치로 거듭 나야 한다. 솔로몬의 지혜를 배워라. 대한민국의 정치는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 최근 모 여론조사에서도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치인들이 솔선해서 대오각성하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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