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장학관 신경희

벌써 9월의 마지막 주다. 시간은 휙휙 잘도 간다. 더위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떠나기 전 몽니를 부려보는 듯 10월이 코앞인데도 덥다. 일기예보는 마지막 더위라 한다. 여름과 가을, 공존의 계절이 드디어 막을 내릴 모양이다. 이제부터는 가을 본연의 날씨가 열릴 것이라 하니 끝물 더위쯤은 참을 만하다.

월요일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언제나 버거운 날이다. 지난 주말, 몇 주째 방치해 두었던 뜰 청소를 몰아 한 탓인지 여느 때보다도 출근길이 힘겨웠다. 그런데다가 아침부터 죽음 소식을 두건이나 접하니 힘이 쭉 빠졌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지인들의 자혼 소식 못지않게 망자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럴 때면, 살아있다는 것이 참으로 무색해진다. 더군다나 친족이나 지인의 죽음 소식은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살던 삶을 주춤하게 만든다.

오랜만에 수덕사 근방으로 점심식사 나들이를 갔다. 밖으로 나가니 햇살이 쨍그렁, 발밑에 부서졌다. 점심시간만이라도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것은 가을 빛 호사다.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게 식사하고 돌아오는 길목, 도청 건물에 걸린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하늘 아래 가장 큰 선물은 오늘입니다’ 한 달에 한번인지, 계절 따라 바뀌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끔 만나게 되는 글귀들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교보문고에 걸리는 걸개처럼.

아침에 접한 죽음에 대한 소식과 갖가지 생각들. 그러고 보면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처럼 감사하고 소중한 것이 없다. 황금보다 귀한 것이 지금이고 오늘이다. 하늘 아래 가장 큰 선물은 오늘 맞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이 참으로 눈부신 일이다. <눈부신 오늘>작년에 읽었던 법상 스님의 책명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매일같이 “아, 오늘은 참 행복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사람들은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도 머릿속으로는 내일은 좀 더 행복해질 수 없을까. 좀 더 성공하고, 조금 더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과연 언제쯤 일을 다 끝낼 수 있고, 언제 ‘좀 더’를 바라지 않게 되고, 언제 완전해질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금, 여기’서 행복을 찾으라고 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법상 스님은 오늘을 불안해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매 순간이 그 자체로 기적이며, 경이로움이고, 무한한 사랑이며,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텅 빈 일상 그 자체다. 이 평범한 하루를 빼고 놀라운 눈부신 하루를 또 찾지 말라”며 오늘의 삶에 충실할 것을 당부한다.

‘세상일에 과도하게 중요한 것이 없게 하라. 그 어떤 것에도 지나친 가치 부여를 하지 말라. 대신에 유머 감각과 웃음으로 가볍게 넘기는 법을 터득해 보라. 심각해지면 이 세상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일투성이다. 정의롭지 못한 일들은 얼마든지 넘쳐난다. 화를 낼 일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 모든 것에 다 심각해지며 화를 낸다면 당신은 바로 그런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힘을 부여하고 끌려 다니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라는 문단이 지금껏 마음에 울림과 파동으로 공명하고 있다.

하늘 아래 눈부시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정말로 중요한 것들은 너무 가까이 있어 잊고 산다. 삶의 목적은 완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었다면 나의 하루는 성공적이다. 성공하려고, 잘 살려고, 완전해지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당신은 이미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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