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논단 김헌태논설고문

대한민국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샤드문제에다 북한 핵 문제에다 경주지진에다 국민들의 정서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저런 요인들이 국민들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서고 있다. 20대 국회가 시작됐지만 대립과 반목에 있어서는 역시 19대 국회와 달라진 것이 없다. 국민들의 생각이나 바람과는 상관없는 말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 핵이나 북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천명할 때면 적군이지 아군이지 모를 말들이 난무해 국민들마저 혼란스럽다. 우리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장면들이 스스럼없이 쏟아져 나온다. 본말이 전도되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희한한 장면들이 연출될 때마다 국민들의 비난도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그래도 마이동풍이다. 정상성을 잃고 힘의 논리와 옹고집이 대립하는 정치의 한마당을 우리를 과거에도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이다. 임명강행과 해임건의가 충돌하며 향후 정국경색이 불가피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무대에서는 이런 미숙한 정치가 국민들의 감동없이 펼쳐지고 있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한마음으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국가의 안보마저 제각각이다. 참으로 걱정스런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농촌에서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유례없이 풍작인 쌀농사에 기뻐하기는커녕 슬픔과 비탄에 젖어 이 풍년을 맞고 있다. 쌀값 폭락에 농민들의 한숨을 깊어가고 있으나 함께 눈물짓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여름 폭염으로 인해 서민들은 전기료 폭탄을 맞고 얼얼해 하고 있다. 누진제 폐지니 개선이니 하면서 국민들의 비난을 피해가더니 이제는 원성이 다소 줄어드니까 대책마련도 미온적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들이 잊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이다. 하기야 대한민국의 문제가 요즘 이것뿐이겠는가 싶기도 하다. 북한 핵 문제에 이어 경주지진 피해, 부패검사의 문제, 한진해운의 문제, 청년실업의 문제, 금융파업의 문제,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 양극화의 문제, 재벌비리의 문제, 심지어 내년도의 대선에 즈음한 개헌의 문제 등등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각종 뜨거운 현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언제 벗어날지 모르는 장기불황의 터널은 깊기만 하고 생활고에 지친 서민들의 한숨을 끊이질 않고 있다. 왜 이렇게 모든 일들이 정치에서부터 늘 꼬여만 가고 있는지 국민들의 탄식만 마냥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러니 2014년 기준 우리나라 10만 명당 자살률 27.3명으로 OECD 평균 12.2명보다 2배 이상 웃돌아 부끄러운 1위를 12년째 차지하고 있다. 노인빈곤률도 1위고 자살률도 1위이다. 국민 4명 가운데 1명은 늘 정신건강에 시달리고 있다. 아마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주요 건강위험요인의 사회경제적 영향과 규제정책 효과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을 기준으로 음주,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산출해 보니까 음주는 9조 4524억 원, 흡연으로 인한 비용은 7조 1258억 원이나 되었다. 음주와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무려 16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으면 술과 담배로 이를 달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북으로는 북한이 주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남남갈등과 이념대립, 종북세력 등으로 아군적군이 혼재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핵으로 무장하여 국민들의 불안을 고조시켜도 정치판에서는 물과 기름처럼 동상이몽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정치인들이라 그런지 아니면 북한이 핵으로 무장하여 위협해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인지를 국민들이 헷갈리고 있다. 만약에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해 정치를 이용하는 세력들이 있다면 앞으로 이는 국민의 이름으로 단죄를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핵을 바라보는 안보불안이나 경주지진을 바라보는 안전 불감증이나 모두가 위험천만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 내 나라를 내가 지키며 소중히 보살피려는 노력이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을 비롯해 정부, 국회 모두가 한마음으로 가져야 할 자세이다. 국민을 위한 향심이 없이 또다시 생명력 없는 구호만 외치고 패거리 정치에만 연연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에 다름 아니다. 경주지진마저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기고 있다. 북한에서는 서울 불바다니 뭐니 하면서 표독한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같다. 모두가 무사안일하고 만성화된 의식을 버려야 한다.
벌써부터 내년도 대선을 향하여 대선주자들이 사실상 선거전에 돌입한 모양이다. 정계복귀를 선언하느니 하면서 요란을 떨고 있다. 선거철이 돌아오는 모양새이다. 제 3지대를 거론하며 이합집산의 정치판에서 요동을 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새로운 당이 창당되고 있다.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대한민국의 권력구조의 대변혁도 예고하고 있다. 권력이 변하던 대통령이 바뀌던 여소야대의 국회가 되어 힘겨루기를 하던 그 어떤 경우에도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과 국민을 생각하는 자세이다. 그 바탕위에서 모든 것이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 작금에 난마처럼 얽힌 각종 현안들과 대한민국의 소용돌이가 국민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서고 있다. 정치건 경제건 김영란법이건 그 어떤 법과 권력도 이를 위하여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법과 권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기존처럼 타성에 젖은 퇴행적인 자세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절박감과 위기감이 국민들에게 다가 와있다. 대한민국도 변해야 산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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