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사단법인 한국 청년회의소(JC) 연수원 교수


<목표설정과 리더의 사명>

목표가 없는 인생은 한마디로 무의미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인생 다 그렇지 뭐!” 또는 “인생이 별거 있어?” 라며 목표도 없이 그냥 최선을 다해 열심히 땀만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우리 사회이다. 특히 리더십에서는 ‘리더가 목표도 없이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을 <리더의 죄악>이라고 까지 표현한다.
목표가 없는 리더는 도달해야 할 목표지점과는 다른 곳으로 구성원들을 안내하고 이끌고 가기 때문이다. 항해하여 가야할 곳도 모른 채, 좌표도 없이 출항부터 하는 배와 같은 것이다.

전투에서 중요한 고지 점령 명령을 하달 받은 장수가 목표고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수많은 병사들을 이끌고 대충 용감하게 고지를 점령하고 나서야 사방을 살펴보더니, “여기가 아닌가벼!” 다시 사병들을 이끌고 옆 산의 고지를 점령하고 나서는 다시 좌우를 살펴보더니 “아까 그 산 인가벼!”라고 하더라는 다소 꽁트 같은 이야기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의외로 우리 사회에는 비일 비재하다.

선점해야할 고지를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점령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표 고지를 정확히 알고 점령해야 하는 것이 바로 리더의 존재이유이다. 또한 다양한 토론을 통해 상대방도 함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토론의 목적인데, 그저 상대방을 이기고 제압하겠다는 목표로 토론을 하면 결국 토론이 아니라 논쟁이 될 뿐이며 결국 토론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말 그대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지금, 나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가?’ 스스로 생각해보면서 목표설정과 관련된 사례를 하나 소개 한다.

목표설정과 관련하여, 한국철도 이전의 철도청에서 있었던 실제 사례이다.

지금은 한국철도공사로 바뀌었지만 철도청 시절에, 새로운 철도청장이 부임하였다. 철도청은 다른 부처에 비해 상하관계가 비교적 엄격한 부처였다고 한다. 새로운 철도청장이 부임한 후, 어느 날 소위 말단직원으로 대전역에 근무하는 나이든 기능직 검침원을 점심식사에 초대한 일이 발생하였다.

사실, 그 당시 대전역장도 철도청장과 겸상하며 식사를 함께 한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음을 고려할 때, 최고위층인 철도청장이 말단 직원인 기능직 검침원을 점심에 초대한다는 것은 상상초차 하기 어려운 일대의 사건이었다. 그러다 보니 철도청장이 말단직원인 검침원과 점심을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빅뉴스가 된 것이다.

철도청 직원들 사이에서도 여러 말들이 회자 되고 있었다. 말단직원과 소통하려는 철도청장의 리더십도 주목받으며 오르내렸지만, ‘왜 말단 검침원을 철도청장이 점심에 초대한 것이냐?’ ‘철도청장과 도대체 그 검침원과는 어떤 사이냐?’ 는 등 여러 이야기들이 소설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그 나이든 검침원과 함께 일하는 부서의 동료들도 그 검침원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혹시, 집안 친인척이냐? 아니면 어떤 관계이냐?” 등등 여러 가지를 캐물었지만, 그 나이든 검침원은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철도청장과 그 검침원이 점심 독대를 하고 난 며칠 후, 그 나이든 검침원은 함께 일하는 동료 검침원들에게 퇴근 후에 소주한잔 하러 가자고 하였다. 대전역 앞 식당에 모여 동료들과 술 한 잔을 나눈 후, 그 검침원은 철도청장이 말단 직원인 자신을 점심초청 한 이유를 소상히 설명하였다.

“사실, 철도청장님과 나는 철도청 입사동기일세. 그러나 철도청장은 입사할 때부터 우리와는 확연히 달랐다네. 나는 사실 집안이 너무 가난했고 내가 가족들을 다 먹여 살려야 하는 입장이라서, 먹고살기 위해서 철도청에 지원했고 입사를 하여 일을 했다네. 일하는 목표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것이었네. 그런데, 철도청장은 입사당시 기존 직원 분들 앞에서 신고식을 할 때부터도, 즉 기존의 선배직원들이 신고식을 하면서 신입사원인 우리들에게 ‘왜 철도청에 입사하게 됐느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신입 동기들은 다소 개인적이고 가정적인 소망에 빗대어 철도청에 입사하게 됐다고 비슷비슷하게 입사동기와 이유를 밝혔는데, 오직 철도청장만 차렷 자세에 큰 목소리로 아주 당당하게 ‘대한민국 최고의 철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입사했으며, ”한국철도를 반드시 러시아 대륙횡단철도와 연결하여 대한민국에서 유럽까지 진출하는 견인차가 되겠다!”고 밝혔다.

물론 그 당시 선배 직원들 가운데 그것이 가능하겠냐며 비웃는 사람도 있었지만 신입직원이었던 철도청장의 당당함과 확고한 목표의지에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언제 어느 자리에서도 철도청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근무 의지와 목표를 당당하게 표현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철도청장의 확고한 목표와 실천의지가 지속되어 현재의 철도청장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고, 월급받기 위해서 일했던 나는 아직도 검침원으로 근무하게 되는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이라며 고백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료들에게 지금이라도 자신의 목표를 확고히 하고 일을 한다면 여러분들도 더 좋은 위치에서 성공적인 리더가 되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니 오늘부터라도 ‘확고한 목표를 스스로 정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나가라.’고 권유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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