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논단김헌태논설고문

갈등(葛藤)이란 글자는 풀어보면 그냥 칡과 등나무란 한자어이다. 그런데 그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고 또한 그런 상태로 부정적으로 대립하는 현상에 대한 의미를 함축적으로 잘 담고 있다. 갈등(葛藤)은 의지를 지닌 두 성격의 대립 현상이며, 그 성질에 따라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으로 크게 나뉘기도 한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하여 분쟁(紛爭)이라고 표현한다. 요즘 대한민국 사회를 볼라치면 곳곳이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분쟁으로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폭염까지 겹쳐 국민들의 짜증과 혐오감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 평화로운 사회, 행복한 사회의 모습,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란 단어는 아예 내 팽겨 친 지가 오래이다. 복지부는 있으나 복지는 거꾸로 가는 시계처럼 보인다. 국민복지에 대한 복지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지 오래이다. 그만큼 정치적인 칼라에 의해 좌충우돌, 좌고우면하는 대표적인 정부조직이 바로 복지부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그래서 근자에 나온 말이 “복지부의 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국민복지도 없다”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복지예산을 주무르는 복지부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요즘 복지부와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놓고 그야말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정부조직이며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수준인지를 모를 지경으로 혼란스럽다. 도대체 무슨 사오정 같은 행정행각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자기돈 아니라고 이름 붙여 다 나눠주면 아주 잘하는 행정이고 청년취업난을 해결하는 길이라고 보는가 묻고 싶다. 이런 혼란 속에서 복지부는 직권취소, 서울시는 대법원제소라는 맞대응 대립의 갈등이 엉뚱하게 대법원으로까지 튀어가고 있다. 행정행위의 정당성을 논하고자 한다고 해도 이건 어딘가 일인치가 부족한 처사이다. 복지부는 역시 체통을 다구기고 있다. 진작 청년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마련했으면 이런 개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서울시는 많은 다른 청년들과 다른 지역 청년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여 빈축을 사고 있다. 행정행위에 적법성에 맞추기만 하면 수많은 고통을 받는 청년들을 외면하고 50만 명의 청년 중 0.6%에 불과한 3,000명(3일 2,831명 지급)에게만 굳이 매달 현금 50만원씩 6개월을 지원해도 되는가 의아하다. 혹시 그 이유가 단순히 청년 취업만을 고뇌에 찬 결단인지 아니면 정치적인 셈법을 따지고 있는 지를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권도전에 꿈이 있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청년취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일부 청년들에게 이런 식으로 환심을 사고자 한다면 그것은 대의를 걸어가는 지도자의 길이 아닌 졸렬한 사고라는 지적이 강하다. 오히려 이것 처사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대선용 전략이라면 더더욱 졸작이 아닐 수 없다. 청년수당을 받아든 젊은이들도 어딘지 떳떳하지 못하고 마치 ‘공돈’을 받아든 느낌으로 머쓱하다면 이는 정도(正道)행정이라 할 수 없다.
우리는 얼마 전 스위스 국민들이 국민투표에서 기본소득 300만원을 준다는데도 70%가 넘는 국민들이 반대를 했다는 소식에 감동했다. “아니 이런 나라, 이런 국민들이 있는가?”하고 깜짝 놀랐다. 물론 기존 복지제도를 놓고 선택적 개념을 국민들에게 물어본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참 부러운 국민들이고 훌륭한 선진국민이구나 하는 생각들을 많이 했다.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으로 삼아야 함을 강조해 왔다. 비단 스위스를 말하지 않더라도 포플리즘 복지에 나라꼴을 만신창으로 만든 그리스의 모습을 우리는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삼아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포플리즘이 복지에 접목되어 퍼주기식 복지가 된다면 이는 참으로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보편타당한 일에 합리적으로 차별 없이 시행되어야만 국민이나 시민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다. 마치 국민적 공감도 얻지 못하는 외다리 정책을 지방자치라는 이름으로 자행한다면 이는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설 수 없으며 갈등만 증폭 시킬 뿐이다. 복지부와 서울시가 작금에 보여주는 수준낮은 모습은 마치 ‘칡과 등나무’ 형국의 갈등으로 참 모양이 좋지 않다.
전국에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10.3%까지 치솟아 수많은 젊은이들이 도서관을 오가며 취업의 문을 두드리며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다. 그런데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니 박원순 시장은 대선을 꿈꾸면서 전국의 젊은이들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시 젊은이들의 환심만 사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 요즘 폭염도 전국적이고 청년실업도 전국적인 현상이다. 서울만 덥고 서울의 청년들만 실업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스위스의 국민투표가 남의 나라일이지만 감동을 주듯이 이것처럼 서울시의 행정이 전국적인 모범이 되어 감동을 주는 수준 높은 행정행태를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이 폭염에 국민적 짜증을 더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가 돈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지만 말이다. 지금 전국의 청년실업 젊은이들은 형평성이 떨어지고 위화감을 조장하는 특혜성 정책의 추진은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쪽에서는 돈이 없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퍼주기 하니 논리적 모순이 매우 크다. 사회적 갈등과 적개심이 폭염보다 더 뜨거운 요즘이다.
요즘 샤드갈등, 누리과정갈등, 의료급여정신질환자 차별갈등, 정당 대표선출에 따른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 지방의회갈등 등등 사회적 적개심을 심화시키는 대한민국의 온갖 갈등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여 폭염만큼이나 국민의 삶을 지치고 힘들게 하고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상에서 지치고 고통스러워하는 국민의 눈물을 살펴보라. 모든 지도자들이여! 공직자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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