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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복  |  conq-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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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19  15: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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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빛과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져 장마가 끝난 줄 알았다. 한데 주말에 다시 커피를 볶듯, 후드득 후드득 비가 내렸다. 장마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젠 끝물이지 싶다. 장맛비에 젖는 모든 것들이 제 몸의 상처를 감추지 못하는 날. 내 머리 속은 덩달아 엉킨 실타래라서 한잠 자고 생각하자며 낮잠을 청해 보았지만 허사였다.

그냥 책이나 읽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오랫동안 방치된 책들이 무표정하고 뜨악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짬나는 대로 읽겠다는 욕심 하나로 집안 곳곳에 책을 뿌려두는 건 또 다른 취미이자 습관이 됐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 책을 읽은 지가 한참이다.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침저녁으로 내달리며 급급하게 산다는 핑계를 잡아 주말에도 시간을 무심히 소홀하게 보냈다. 상체를 잦바듬하게 젖히고, 오랜만에 책을 펼치니 차오르는 어둠에 아무렇게나 몸을 적신 나를 무슨 희망 같은 게 물고기처럼 툭 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비 그친 오후엔 뜨거운 공기 한 그릇이 추가됐다. 벌써 7월 중순을 넘어섰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날들이 고만고만하게 피식피식 꺼져가는 날들의 연속이다. 삶은 늘 그런 건지도 모른다. 고만고만한 날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나빠지기도 하고 좋아지기도 하는 것. 이것이 인생이지 싶다.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가 말했듯이 삶이란 결국 크고 작은 일들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는 실존적 삶일 것이다.

요즘 부쩍 숨이 막힌다. 부질없는 욕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탓일 게다. 노사연의 노래 <바램>을 반복재생으로 오후 내내 들었다. 2년에 전에 발표되어 중장년층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유튜브 조회수 300만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모은 노래다. 중저음 보컬과 애잔한 멜로디가 세월의 무게와 외로움을 위로하는 노랫말을 타고 가슴을 울린다. 특히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 그대뿐입니다`등의 후렴구 가사가 한껏 축축해진 감성을 완벽 자극했다.

딱히 무슨 연유라 말할 수는 없지만 여러 날 잠 못 이뤘다. 일하다 말고 짬짬이 좋아하는 시를 외워질 때까지 필사하기도 했다. 미워하는 마음도 사랑이라고 썼다. 마음가득 참 알 수 없는 욕망이 봉숭아 씨방같이 통통하다. 터지기 전에 정리가 필요하다. 듬성듬성할지언정 내가 선 자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남의 답이 아니라 나의 답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아름답다는 말은 '그 사람답다, 나답다'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선조들도 '나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 했다. 자신의 가치를 잘 발휘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귀한 생각을 놓지 말고 살아야겠다.

누군가도 내 마음 속의 점들을 연결하면 별이 된다했다. 열심히 살다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부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것. 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눈물 나는 상황에서도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햇살이 환히 비치고 있다. 엉엉 울고 싶을 때 그 하늘을 보고 실컷 울고, 웃고 싶을 때 그 하늘을 보고 실컷 웃으면 쏟아진 눈물이 변하여 미소가 되고, 다시 기쁨의 눈물로 바뀐다. 그래 그런 거야. 중얼중얼 이래저래 지친 영혼을 다독다독해 본다.

나는 여름 산이 참 좋다. 젊은 아버지 같은 능선이 구비치 듯 크고 건장한 육체로 누워, 산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몸짓들엔 꿈쩍도 하지 않는 산이 정말 부럽다. 그저 한두 번 눈을 떴다 감았다 할 뿐인 여름 산처럼 흔들림 없이 그렇게 덤덤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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