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20대 국회가 13일 개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원구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야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게 되는 20대국회 상반기가 시작된다. 상임위원장단도 여당인 새누리당이 법사위원당 등 8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8개, 국민의당이 2개가 각각 배분되었다. 정당 나름대로는 명분과 실리, 실속을 셈법으로 따지고 있지만 일단 협상을 통한 원구성이 마무리되어 국회가 정상 가동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물론 법정시한을 하루 넘겼지만 1994년 이래 역대 최단기간 원구성을 마무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야당이 국회의장을 하는 여소야대의 역사적인 국회의 모습을 국민들은 지켜보게 되었다. 물론 국회의장은 당적을 가질 수 없지만 뿌리는 분명 야당이고 그 몫이다. 이런 국회의 판은 국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변화된 국회의 모습을 갈망하고 있다.

이번 국회는 국회의장이 당적을 가질 수 없기에 새누리당 122석, 더불어 민주당 122(국회의장 1석 탈당),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2석(국회의장 1석 무당적)으로 지역구 253명과 비례대표 47명 등 총 300명의 국회의원들로 구성되어 여소야대의 국회로 역사성을 갖게 되었다. 여소야대의 국회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국민들의 궁금증과 기대감이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의정활동이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혐오증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바로 얼마 전의 모습이었다. 과반수 이상이 야당인 여소야대 정국이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석수를 살펴보면 20대 국회의 절묘한 배합을 느끼게 된다. 여소야대의 정치를 떠나 국민의당이 제 3당의 자리를 차지하고 사실상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무소속들도 향후 자신들이 갖고 있던 당으로 돌아가려고 할 것이다. 이미 일부 무소속 의원들은 귀당신청을 해놓고 있지만 정당들의 이해관계와 셈법이 녹록치 않은 것 같다. 얼마가지 않아서 이합집산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수당은 될지언정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당은 될 수 없는 3당 체제의 국회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어떠한 변화를 꾀하며 새로운 대권구도를 갖추게 될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벌써 잠룡들의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을 보면 서서히 대권레이스 분위기를 언론들이 북돋우는 모양세이다. 하지만 권력에 대한 탐욕에만 눈이 어둡다면 국회의 권능은 그 빛을 잃게 될 것이다. 국회는 국민을 위해 있지 대통령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20대 국회의 개원식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대한민국의 산적한 현안을 꼼꼼히 챙기며 위기의 대한민국을 재정비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국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가 되어야 하고 그 토대위에 국민을 대변하는 일꾼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교만한 자세와 의식을 벗어버리고 진정 봉사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다듬어야 한다. 국회의원 몇 선이 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늘 초심을 갖고 겸허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국회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법하나를 고치고 만들어도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지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지를 잘 살피고 미래를 대비하는 법을 진지하고 심도 있게 다루어야 한다. 도매금으로 무더기법안을 처리하는 한심한 작태는 19대 국회에서 마감해야 한다.

세계경제가 어렵고 대한민국의 경제와 취업문제도 심각하다. 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길거리를 헤매며 취업전선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유능한 젊은이들이 갈 곳이 없어 식당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전전하고 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기득권들은 철밥통을 좀처럼 내려놓지 않는다. 여기에다 해운조선업이 대한민국 경제 어려움을 배가시키고 있으니 국민들의 걱정이 매우 크다. 분명한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어리석은 정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997년도 IMF체제가 불어 닥쳐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 속에서 신음했다. 다시는 이런 황당한 경제파탄이 재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최근 석유부국 남미의 베네수웰라의 비참한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세계 제 1의 석유대국이 돈이 없어 쓰레기통에서 먹을거리를 찾는다니 이는 포퓰리즘에 기대어 미래를 보지 않는 위정자들의 즉흥주의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스위스 국민들이 300만원이란 돈을 매달 주겠다는데도 이를 국민투표에서 부결시킨 선진의식과는 너무나도 큰 대비를 보여준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인기영합주의적인 정책은 국민모두를 불행하게 할 뿐이다. 스위스 국민들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20대 국회는 이러한 성숙한 의식과 국가발전의 동력을 창출하는 생산적인 광장이 되어야 한다. 이제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20대 국회에 다음과 같은 바람을 제기해 본다. 그 첫째로 국민이 싫어하고 볼썽 사나운 특권을 미련 없이 모조리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각종 특권 때문에 국민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계속 움켜쥐는 행위는 이율배반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남의 나라 얘기이지만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이 참으로 겸허한 봉사정신과 의정자세를 갖추고 국민모두에게 박수를 받고 있다. 그러한 정직하고 순수한 자세를 배워라. 둘째는 25시를 뛰는 모습의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것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선량의 자세이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 셋째는 여야의 소모적인 대립과 정쟁을 멈추고 민주적인 협치 정신을 발휘하여 의회민주주의가 바로 서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다섯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정당의 이념과 가치관은 달라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흔드는 그 어떠한 행위와 모습이 나와서는 안 된다. 이외에도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높은 도덕성을 갖추어 매사에 모범이 되는 국회가 되길 당부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대 총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검찰에 입건된 국회의원 당선자는 모두 104명으로 드러났다. 당선자 3명 중 1명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로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유야무야 세월만 보내는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정의로워야 할 사법부가 좌고우면하는 자세를 보여서도 안 된다. 법정의가 바로 설 수 없기 때문이다. 2016년 6월13일 역사적 개원식으로 본격 가동하는 20대 국회는 정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회로 재탄생하여 역사에 남는 국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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