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복지부가 졸속 추진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심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국회법사위의 졸속 심사로 통과했다. 17일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마지막 회의에서이다. 생방송으로 중계된 법사위의 법안 심사는 참으로 수준이하 이었다. 특히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몇 가지 개정 법률안이 상정된 것 가운데 주목되는 개정안이 제 81항의 정신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었다. 이 개정안은 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신장애인협회, 정신장애인연대, 정신장애인인권침해감시차별철폐국민운동본부, 신경정신의학회,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신의료기관협회, 정신요양시설협회 등 정신건강분야의 주축을 이루는 모든 이들이 하루 종일 숨죽여 가며 국회인터넷생방송 중계를 시청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큰 쟁점이었기에 다툼도 있고 보다 철저한 심의를 예상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수박 겉핥기식 핵심없는 질문과 답변으로 법사위를 맥없이 통과했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최악의 국회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29일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의안반영폐기)은 당초 2014년 보건복지부가 정부안으로 내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의원들의 일부 개정 법률안과 뒤섞여 정부안에 이른바 독소조항 끼워 넣기 식으로 여러 조항을 삽입하여 졸속을 입법하였는데도 쟁점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없는 국회법사위 수준낮은 심의로 통과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19대 국회가 끝까지 최악의 행태를 보였다. 수많은 법률안을 도매금으로 통과시키는 장면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질의태도와 법률안에 대한 각종 혼선들이 산재한 채 방망이가 두드려 졌다. 각계의 민원이 비등한 문제의 법안인데도 불구하고 사전에 정당 차원에서 물밑 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끝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혹시나 했으나 역시 복지부의 졸속입법에 손을 들어주는 장면에서는 대한민국 19대 국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특히 최악인 것은 이런 끼워 넣기 식 개정 법률안은 황당하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누더기 법으로 종합적 검토와 의견수렴과정을 더 거쳐 많은 부분이 가다듬어져야 하는데도 아무런 제척도 없이 알맹이없는 형식적인 대충질의만 받고 눈깜짝할 사이에 법사위를 통과했다.

무엇보다 사회적 이슈와 쟁점이 되고 있는 내용은 바로 국립병원에 정신병원 입원적정성평가위원회를 설치해 입원심사를 국립병원이 하겠다는 조항 삽입, 정신병원 입원 시 서로 다른 의료기관의 전문의 2명 이상 입원진단서 요구조항 삽입 등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29일 이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기까지 개정안을 만든 관계당국과 국립병원 관계자 이외에 정신건강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 간과되었다. 단지 2014년 보건복지부가 정부안으로 발의한 전부개정안의 쟁점은 입원초기 3개월째 계속입원치료심사 조항의 삽입이어서 이런 내용이 정부안의 모든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런 이유는 당시 서로 다른 기관의 전문의 2명의 입원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여러 의원들의 일부개정안 발의가 있었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 보건복지부가 부득이 내어놓은 정부안이었다고 한다. 이 부분만큼은 의견수렴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법사위를 졸속 통과한 개정안은 초기입원 3개월 계속입원치료심사, 서로 다른 의료기관의 전문의 입원진단서 요구, 새롭게 국립병원에 설치한 정신병원 입원적정성평가위원회를 통한 입원 적정성평가 등의 조항을 한꺼번에 물타기 식으로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이에 따라 향후 급한 치료를 요하는 환자의 치료과정을 어렵게 하고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공무원들의 새로운 철밥통을 또 만들어 주었다는 비난이 거세다. 특히 국립병원의 조직 확장에 따른 예산 몰아주기, 정신건강분야에 대한 국립병원의 갑질에 힘 실어주기, 고위 권력층의 학연관계 밀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의 모순은 정신장애인들을 위하는 것처럼 달콤한 말을 하면서도 당장 해결해주어야 할 정신질환 의료급여 정액수가는 8년째 동결해놓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행정자세이다. 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갖은 의혹을 사가면서까지 적극 추진하는 이중성을 보이면서 말이다. 진정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시대적인 법이라면 당사자, 가족, 병원, 학회, 정신장애인단체들의 여론을 왜 수렴하지 않았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들을 소수로 치부하는 복지부장관의 거짓말도 분명히 밝혀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하며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답변내용을 보면 과연 복지부장관이 맞나 할 정도로 심하게 말을 더듬거리고 줄곧 질문의 핵심을 벗어나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마치 대부분이 찬성하는데 일부 소수만 반대하고 있고 정신병원과 환자들이 양극단의 입장 차이를 보인다며 현실과는 정반대로 거짓 답변을 하는 장면에서는 유관기관 단체 관계자들이 분노하고 그야말로 아연 실색했다고 한다. 실제 강제입원 헌법소원 관련하여 KBS라디오 생방송 100분 공감토론에서 위헌주장자와 합헌주장자가 심히 다툰바가 있었다. 그런데도 복지부의 정신보건법 졸속입법에는 모두가 반대의견이어서 16명 법사위원실을 함께 방문하여 환자와 가족, 의사, 병원 등 모두가 상생하는 법을 20대 국회에서 심도있게 의논해달라며 졸속입법의 폐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장관은 답변에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강제입원으로 단정하고 일부 불법입원 사례를 전체가 그런 것인 양 가족과 의사, 병원에게 뒤집어씌우는 발언도 서슴치 않아 전국의 관련 당사자들을 분개하게 했다. 정신건강분야 관계자들 모두가 강제입원이라는 미명하에 도매금으로 범죄자 취급당하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법사위에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여 시행될 경우 대한민국 정신분야의 각종 혼란과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작 치료가 힘들고 생활이 어려운 만성정신질환자들로서 향후 정신건강 관련단체들의 거대한 반발과 집단시위를 통한 강경한 저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신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 법사위에서 졸속으로 처리되는 장면을 지켜본 많은 관계자들은 심한 충격을 받았다. 향후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이 정신장애인인 아니고 과연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지를 예의 주시하게 될 것이다. 졸속으로 심의 처리된 법률안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회적 고통과 당사자 고통을 낳게 될지가 우려된다. 그 책임은 이 법률안을 나오게 만든 복지부와 19대 해당 국회의원들이 져야 할 것이다. 유관기관단체들은 그 명단을 작성해 전국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신병원과 요양원에서 쏟아져 나올 환자들의 갈 곳 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제 치료를 뒤로 미루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천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연쇄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불을 보듯 뻔하다. 개정안 재심을 요구할 정신건강분야 관계자들에 의해 일어날 사회적 혼란이 크게 우려된다. 분명 여론수렴을 거치지 않은 졸속 개정안을 만들고 통과시킨 정부와 관련 국회의원들은 결코 이 사태를 유발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가족과 의사와 병원, 학회, 유관기관 단체, 정신장애인, 환우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이 소수인지를 장관과 국회의원들은 똑똑히 보아야 한다. 복지부 장관의 법사위 답변에서 보인 어처구니없는 허상의 모습에서 안이한 현실인식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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