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투데이= 이정복 기자] 충청권의 정치적 위상은 매우 높아졌다. 과거 영남권을 기반으로한 새누리당과 호남권의 맹주였던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정치의 양대산맥으로 굳건한 자리를 차지했던 것에 비교하면 요즘 충청정치 주가는 가히 상종가라 불릴 수 있다. 과거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지역이 최근엔 호남지역 인구를 추월하면서 영충호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가히 정치와 행정을 아우르는 정치행정도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 20대 총선 여야 절반의 승리= 지난 4월 13일 치러진 제20대 총선은 충청권의 민심을 여실히 드러낸 선거였다. 과거 보수성향이 다소 강했던 충청권이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진보가 절반씩 양분해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여야간 15대10의 분할구도가 형성됐던 충청권은 이번 20대 총선에서 여야간 14대 13(무소속 1 포함)으로 양분됐다. 이 같은 결과는 1년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정국에서 어느 정당이 충청의 이익을 담보하느냐에 따라 표심 향배가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대전에서는 지난 19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동여서야(東與西野)’ 현상이 뚜렷했다. 원도심인 동구,중구, 대덕구는 새누리당이, 신도심이 서구, 유성구는 더민주가 승리했다. 전통적인 여당세인 원도심지역과 야성이 강한 신도심지역의 표가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새로 신설된 지역구인 유성갑 지역에서도 더민주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이 같은 선거 결과는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충남에서는 19대 때와는 전혀 다른 표심을 보였다. 야권 단일화 속에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등 보수성향 정당이 다수 출마한 가운데 치러진 선거에선 보수성향 정당이 7석, 야권 3석을 차지했던 19대 때와 달리, 이번 총선에선 사실상 절반으로 갈렸다. 새누리당은 6석을 얻는데 그친 반면, 더민주는 5석을 획득 충청권 세 확산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세종은 더민주 공천에서 빚어진 잡음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해찬 의원이 7선 고지에 올랐다.

충북은 신도심인 청주지역을 중심으로 야권이 선전하며, 지난 18대 총선과 같은 여 5석, 야 3석의 구도를 갖게 됐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여야 누구도 승리한 것이 아닌 절반의 승리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정당이고 충청권을 마음 놓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 한 선거였다”면서 “충청권의 민심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언제나 심판할 수 있는 분위기가 고착된 것 같다”고 밝혔다.

◆ 충청대망론 현실화되나?= 요즘 정치권의 최대 화두(話頭)는 충청대망론이다. 대선 후보 가운데 충청권 출신 정치인들이 국민들사이에 잠룡으로 회자되기 때문이다. 특히 충북 음성 출신인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반 총장의 내년 대선 출마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5일 반 총장이 한국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수면 아래에 있었던 ‘충청권 대망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반 총장은 25일부터 3일간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주 포럼’과 30일부터 3일간 경주에서 개최되는 ‘유엔 NGO콘퍼런스’에 잇따라 참석한다. 반 총장은 또 26일부터 이틀간 일본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특히 경주 일정까지의 공백 동안 서울에 체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이 기간 정치적 행보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충청대망론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데는 우리나라 현대사에 충청 출신의 대통령이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충청의 대표적 정치인 JP(김종필)가 ‘3金시대’를 이끌며 충청권의 정치적 황금기를 이끌었지만 대권 운은 없었다.

이후 충남 예산 출유력 신인 이회창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총재가 3번의 대선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셔야 했고, 논산 출신인 이인제 의원도 대선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반 총장의 충청권 대망론은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충청지역민들에겐 큰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충청지역민들 사이엔 “이번에야 말로 충청 출신 대통령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반 총장에 대한 구애는 새누리당이 간절하다. 20대 총선에서 더민주에게 제1당을 빼앗긴 새누리당으로서는 내년 대선의 위기감이 어느때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반 총장을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세우자는 분위기가 당내에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아직 잠룡으로만 불리고 있지만 여전히 차기 대통령 다크호스로 불리고 있는 인물이다. 민선5기에 이어 민선6기 충남도지사에 성공한 안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 측근 인물로 정치와 행정력을 모두 겸비해 차기 야당지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젊은 지도자들이 대거 대선에 성공한 사례를 볼 때 안 지사의 향후 정치적 행보는 세간의 이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충북도지사 출신인 정우택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향후 정치를 대표하는 차기 잠룡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충청 與野 정치인 단합만이 살길= 충청지역민들이 충청대망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내면엔 바로 충청권이 그동안 역대정부에서 홀대를 받아 왔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1997년 IMF 사태이후 줄 곧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었던 충청권으로서는 역대 정부에 섭섭할 수 밖에 없었다. 영남·호남에 밀려 충청 현안사업이 모두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충청을 대표하는 정당도 계속 있어왔다.

JP(김종필)가 주도한 자유민주연합과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가 이끈 국민중심당, 이회창 새누리당 전 총재가 이끈 자유선진당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한때 이들 정당에 표를 몰아 충청발전의 견인을 원했던 충청지역민들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자칭 충청지역정당으로 표방한 이들 정당이 중앙정치무대에서 독자적인 생존을 하지 못하고 여야 정당에 흡수되는 전철을 밟았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은 분명 충청권에서는 미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충청권 대망론이 현실화될 때 분명 충청권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호남에 밀려 서러움을 받았던 각종 현안사업 해결에 그만큼 탄력을 받을 수 있고, 충청도민들의 자긍심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데 충청지역민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충청지역엔 오는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규모의 신행정수도가 들어선다.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된 한강시대를 넘어 ‘금강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정치권에서 솔선 수범해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충청지역 정치인들은 여야의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충청권 이익을 위해서라면 여야 정당 가릴 것 없이 단합하고 결속해야 한다. 그것만이 500만 충청도민들이 살 길이고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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