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모멘텀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꾸는 장면으로 일의 진행에 있어서의 탄력 또는 가속도, 추동력을 일컫는다. 이는 물리학적 측면에서는 운동량을 말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성장동력으로 요즘 많이 쓰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즉, 모멘텀은 긍정적인 활력을 상징한다. 경제적 의미에서도 모멘텀을 갖추고 건전한 성장의 모멘텀을 찾는 것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성장·소비의 변화, 혹은 그 변화를 있게 한 원인을 모멘텀에 넣어 표현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변화를 위한 동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이른바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의 추동성 내지는 탄력을 잃게 된다는 것으로 여러 분야에서 그 의미가 시사를 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요즘 대한민국에는 기업의 구조조정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운업·조선업의 구조조정이 빅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의 칼날을 ‘수술’이라는 용어로까지 등장하며 수술을 하지 않으면 곧 ‘죽음’이란 극단적인 용어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경제의 구석구석에 산적한 문제가 보통이 아닌 듯싶다. 한국은행도 금년도 경제 성장률을 당초보다 0.2%를 낮추고 2.8%로 하향 조정해 발표할 지경에 이르렀다. 국회가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고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것을 보면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현실에 대한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기도 하다. 다만 이를 제쳐두고 정쟁에만 몰입하여 왔던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민생을 우선한다면서도 민생을 제쳐두고 무슨 일들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도 국회에서 민생법안의 처리가 되지 않아 경제개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 탓으로만 돌리고 있지 않나 되돌아보며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 잘나가던 대한민국의 조선 3사가 지난해 무려 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며 몰락했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갑자기 경천동지하듯이 빅 이슈가 되어 세간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는 세계 조선 1위라며 교만하여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이른바 성장모멘텀을 갖추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웅비하며 막강한 모멘텀을 갖추어 나가는 중국 조선업과의 경쟁에서 맥없이 무너져버린 결과이다. 세계적인 추세를 못 읽어도 이처럼 못 읽을 수가 없다. 요즘 국민들은 참으로 허망하다. 그동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입 다물다가 갑자기 기업구조조정의 칼날을 빼어들고 마치 조자룡 헌 칼 쓰려는 듯이 난리가 아니다. 그동안 선거철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구조조정이 세상에 화두가 되자 국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마치 1997년 IMF체제의 경제 위기의 망령을 접하는 듯 두려움에 젖어 있다. 이처럼 엉망진망으로 몰락한 조선업에 대한 수술을 왜 이렇게 늑장 대응하다가 다 죽어간 뒤에 수술한다고 난리가 아닌 가 의아할 뿐이다. 거제와 울산이 초토화될 정도로 경제의 모멘텀을 상실할 때까지 왜 이렇게 방관하고 이제야 호들갑인지 국민들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청년일자리, 청년먹거리, 청년취업의 문제는 이제 타성에 젖어 아예 실망과 포기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청년 삶의 모멘텀이 살아진지 오래이다. 아직도 무슨 일자리위원회를 만드느니 하면서 정치권은 경제 주도권 싸움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우리나라 경제가 어느 정도로 위기 상황인지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데 있다. 조선업 사태처럼 어떤 분야, 어디에서 둑이 새고 있는 지 정확한 실상을 모른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나 시중에 도는 말로는 그 심각성을 파악하기 힘들다. 사회 경제적 모멘텀을 상실하여 도산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의 몸부림이 시작된 지 벌써 한참이 되었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없이 무엇을 수술을 한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성실하게 일해 온 다수의 서민들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일들이 갑자기 등장하여 줄도산의 예고편을 알리는 듯이 쏟아놓는 위정자들의 언행에 가슴이 멍할 뿐이다.

대한민국 권력을 쥐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국민들을 위해 일하고 대한민국의 성장과 삶의 질을 높이겠다며 나서서 선거를 통하여 선택을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이 약속을 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국회의원이건 대통령이건 장관이건 그 모두가 나라를 바로 지키고 국민들의 행복을 지켜야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약속들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국민고통의 단초를 제공하는 당사자들이 되어 버린다면 이는 역사적 단죄를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과거 느닷없이 닥친 IMF경제체제로 인하여 엄청난 경제적 육체적 고통을 경험한 바 있다. 벌써 20년이 다되어가지만 아직도 그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수한 사람들이 구조조정으로 길거리로 내몰리고 사업장이 줄도산하고 파산하고 많은 국영기업들이 매각되었다. 수많은 부동산들이 외국계 회사에 모조리 넘어갔었다. 빚을 얻어 나라가 명맥을 이어가는 비참한 경제현실 속에서 비통의 눈물을 지은 지 바로 엊그제 같다. 위정자들의 안이한 경제현실에 대한 인식이 빚은 참극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국민들은 성장의 모멘텀을 잃어가는 대한민국의 기업과 서민경제의 현실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경제의 현실을 바로 보고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어린아이들의 돌반지까지 내놓으며 살려놓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정치인들의 정쟁이나 허황된 논리에 의하여 또다시 위기를 자초해서는 정말 안 된다. 작금에 대두되고 있는 조선업의 구조조정은 물론 과거 공적 자금을 투자하여 회생한 대기업들에 이르기까지 부도덕한 기업들은 과감히 정리하여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구조조정에는 수많은 실업자들이 양산되는 또 다른 사회적 아픔이 수반된다. 지혜로운 대처도 요구된다. 모든 경제적 구조조정이나 개혁은 사후약방문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늑장 대응으로 재생의 길을 찾지 못한다면 그 피해자는 국민이며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대한민국의 성장모멘텀을 찾아 경제의 추동력 내지는 가속도를 되찾고자 한다면 거짓이 없이 모든 것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고름이 살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경제에 암적 실체인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은 미룰 일이 아니다. 그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 길이 나라의 성장모멘텀을 찾는 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추진 과정에서 투명하고 정직하지 않은 무슨 꼼수가 등장한다면 자칫 국민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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