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대한민국 사회가 언제부터인가 사회적 갈등과 이념적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남북체제의 대립적 개념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하지만 이런 갈등 구조가 이른바 남남갈등이란 용어로 등장하면서 대한민국 내부사회의 상존하는 갈등구조가 이슈가 생길 때마다 표출되어 심각한 사회분열의 단초를 제공해 왔다. 특히 여기에는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이 정치를 중심으로 구획이 되면서 양극화를 그려내는 사회구조로 변모되었다. 그러다보니까 정치나 사회가 자기주장으로 치달으며 늘 대립과 반목이라는 소모적인 논쟁 속에 피곤한 양상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과 반대, 다수의 논리를 통하여 정반합(正反合)의 발전적 흐름도가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식으로 대결구도를 보여 왔다. 이 같은 한국사회의 병리적 문제는 우리 사회공동체 모두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그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이제 정치는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중요한 분야임이 분명해졌다. 그동안 정치가 부정부패로 얼룩지고 희한하고 오만한 정치행태로 국민들의 혐오감과 식상함이 극치를 이루어왔다면 이제는 이를 외면하지 말고 국민의 손으로 직접 해결해야 한다. 정치가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대립적 개념을 조장해 온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치가 없는 대한민국을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북한에 공산주의라는 체제가 있다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엄연한 제도 속에 국민들이 존재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개념의 이분법으로 국민들을 재단하지 않더라고 이에 앞서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정치가 올바르게 정립하게 하는 단호하고 준엄한 자세를 갖추고 있다. 모든 권력을 창출해 내는 원동력이 바로 국민이라는 사실을 이번 4.13총선에서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정치권은 늘 국민행복과 국민통합을 틈만 나면 외쳐대고 민생을 부르짖는다. 그러나 말만 앞서고 실제 실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보수건 진보건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정치권력이나 인물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번 4.13 총선이 가져다 준 국민들의 생각을 겸허하게 수용하여 새로운 정치자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가 아무리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자기 방식의 길을 가더라도 기본적으로 민주질서를 지켜야 하며 국민을 위한 사회통합의 책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승리자가 없는 이런 판을 만든 국민의 생각은 타협과 상생의 정치를 새롭게 해보라는 명령이라고 본다. 이제 정치인들은 구습을 타파하고 변화무쌍한 시대에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국민들에게 봉사하고자 옷깃을 여며야 한다. 공약을 내걸고 목이 터져라 절규하며 지지를 호소하던 그 초심을 성실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오랜 세월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청년실업문제는 구호에만 그치고 52만 명의 젊은이들이 길거리를 전전하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정치권은 총선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신들이 외치던 청년실업 해소, 청년일자리 창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 대한민국 청년들이 표를 통하여 그들의 절박한 마음을 담아냈다. 이 문제의 해법을 조속히 찾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청년실업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차단하는 암적인 요인이다. 졸업이 곧 실업인 사회는 희망이 없다. 유능한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일해야 할 광장이 없다면 그것은 절망의 사회일 뿐이다. 무려 52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실업자라면 이들과 부모들의 심경은 과연 어떠하겠는가 말이다. 심지어 결혼연령마저 30대로 넘어갔다. 출산율도 당연히 떨어져 전 세계에서 바닥권을 달리고 있다. 과거 프랑스 등 유럽이 정부에서 돈까지 주어가면서 출산을 왜 장려하는 지 참으로 의아해 했으나 우리도 지금 뼈아프게 경험하고 있다. 사회기반이 무너지는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공동체 모두의 책임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 이른바 경제구조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서민경제가 동력을 잃고 있다. 지금 시중의 실물 서민경제의 악화는 그 체감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전국에서 어린이집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식당 등 자영업자들의 폐업사태도 예사롭지 못하다. 빚으로 빚을 양산하고 고리대금업이 성행하는 우리 사회구조를 보고 있어 안타깝다. 정부나 정치권은 장밋빛 청사진만을 그려낼 것이 아니라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의 지진이 전진과 본진, 여진이 함께 하듯이 지금 보이는 서민경제 붕괴 움직임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 IMF 체제와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또 닥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경고하고 있다. 국민경제의 안정은 삶의 질 개선과도 맞물려 있다. 사회불안을 해소하여 통합으로 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했다. 아무 것도 없이는 남을 도울 수도 우리가 살 수도 없다. 교만과 허상의 경제의식을 벗어나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젊은이들의 아우성이 표로 나타났다. 정치권은 이제 시작이라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한민국의 산적한 난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경제회생에 총력을 기울여 사회통합의 기틀을 다지고 국민행복지수를 높여 나가야 한다. 이런 정치적 노력이 대한민국의 국민통합과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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