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4.13 총선이 막을 내렸다. 공천과정에서부터 알맹이가 부실한 선거전에 이르기까지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오만하던 정당들은 국민 앞에 무릎을 꿇었고 대한민국의 주인이 바로 국민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국민을 무시하면서 대립과 반목을 일삼는 거대권력들을 다시 재단해서 그 심판의 결과물로 내놓았다. 그 결과는 새누리당의 참패이며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과 영남의 약진, 국민의당의 호남권 석권과 비례대표 돌풍으로 나타났다. 무소속도 11석이나 나왔다. 국민들은 그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수를 내주지 않았다. 최악이었던 19대 국회를 정리 정돈하여 국민의 손으로 참으로 절묘한 20대 국회의 판을 만들어 냈다. 이른바 4.13총선 심판이다. 국민의 무서운 힘을 단호하게 보여줬다.

이번 총선이 갖는 역사적인 함축의미가 매우 크다. 전문가들의 분석이 다각적인 면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역주의가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선거를 통하여 보여준 이 결과가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말뚝만 박아도 당선이 되는 그런 지역패권주의, 정당패권주의 시대를 벗어나 보다 성숙한 투표자세로 인물을 바로보고 선택하는 새로운 정치시대를 맞게 됐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을 실제 전주와 대구, 부산, 경남 등지에서 우리는 목도했다. 과거 같으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현실로 다가섰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지만 국민들이 보여준 지역주의의 타파는 정말 훌륭했다. 또한 지역패권주의를 자신의 노력으로 극복하고 당선한 후보자들도 그렇게 멋지고 훌륭할 수가 없다. 자랑스런 모습들이다. 이번 선거에서 얻은 최대의 수확은 국민의 이런 훌륭한 선택으로 정치사의 아름다운 한 페이지가 장식됐다는 것이다. 이는 위대한 선거혁명으로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전주 완산을에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의 당선은 여당불모지에서 20년 만에 이룬 쾌거로서 그 정치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들의 선택에 국민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가 당당한 승리자가 되었다. 물론 집권여당의 심장부 대구지역에서 야당으로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 역시 대단한 쾌거를 이루었다. 이곳 역시 불모지에서 일군 위대한 정치혁명이 아닐 수 없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이 지역에서 모두 선거 삼수생들이라는 점이다. 두 번의 낙선과 지역주의에도 굴하지 않고 그동안 피땀으로 갈고 닦은 결실이다. 지역민들도 감동으로 선택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이런 결과는 이번 선거에서 큰 의미를 갖게 된다. 향후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주민들도 후보들의 노력과 성실성에 감동하며 신뢰를 보낸 값진 결과이다. 지역주의를 떠나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참된 인물에 마음을 준 것이다.

정치권은 이번 4.13총선을 통하여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다시금 깨달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 공천과정이나 국회운영에 있어 말로만 국민이지 국민들을 가볍게 알고 오만과 교만, 대립과 반목을 일삼던 자신들의 정치행각이 얼마나 많은 실망감과 혐오감을 가져왔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그 결과는 집권 여당의 과반수의석도 붕괴시켜 버리고 제 1야당의 호남 맹주자리도 제 3당에게 주어버렸다. 그러면서도 수도권을 몰아주면서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어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판을 국민의 손으로 만들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그 어떠한 권력이나 인물들도 국민을 무시하고는 결코 바로설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국민심판의 결과물이다. 정치권은 국민의 힘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치를 주창해 왔다. 국민을 위한 정도정치가 아니라 오만과 독선의 무소불위의 정치권력이 된다면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없음을 늘 상기시켜왔다. 그러나 정치권들은 이를 외면한 채 마이동풍으로 교만한 정치행각을 벌여왔다. 4.13 총선에서 각 당들은 이를 뉘우치며 사과를 하며 국민들의 용서를 구했다. 국민들은 그동안의 잘못에 대한 심판을 내렸다. 이제는 다시 지켜봐야할 일들만 남았다. 바로 새로운 선량들의 달라진 모습들이다. 승리자들에게는 힘찬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패배 후보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최선을 다하고도 석패한 아름다운 패배자들도 많다. 아까운 인물들의 좌절도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전주와 대구에서 보듯이 낙선을 해도 성실하게 노력한다면 지역 유권자들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교훈삼아야 한다. 성실히 노력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차후에 틀림없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본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심기일전하여 오뚝이 같은 의지로 다시 일어서기를 바란다.
각 정당들도 이제는 여소야대 시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난마처럼 얽힌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복지, 안보 등 많은 부문에서 도약의 해법을 마련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패배의식으로 좌절하거나 승리에만 도취하여 그동안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잊고 권력다툼에만 혈안이 된다면 국민들은 더욱 외면할 것이다. 이번 선거가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말로만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적극적인 실천의지를 갖는 성실한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가 국민들의 무서운 힘을 보여준 선거라는 점을 정치권이 깨달았다면 이제는 19대 국회와 같이 대립과 반목으로 비생산적인 정치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는 정치시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로 환골탈태하는 20대 국회가 되어야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소야대 정국이 이끄는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의 변화가 어떻게 될지 제 2탄이 기대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민의 신망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 이번 4.13총선의 국민 심판을 늘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혁신적인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앞에 다가서야 할 것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주인인 국민들은 벌써부터 선거이후의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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