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4.13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은 공천작업이 한창이다. 야당의 이합집산이 끝나는가 싶더니 여당은 살생부가 나돌고 막말이 쏟아지고 친박, 친이의 대립은 물론 당 대표조차도 우습게 아는 정당정치의 막장드라마를 보게 된다.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던 국민공천제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친노세력을 척결할 것 같던 야당도 어딘가 꼼수가 숨어있는 듯한 공천행각을 벌이고 있다. 컷오프당사자들은 길길이 뛸 수밖에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생양인 듯 보인다. 그렇게 외치던 친노세력 청산은 부분 땜질에 그치고 교묘하게 포장하여 다시 내놓고 있다. 그렇게 만만하게 내던질 수 없는 모양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진통은 생각이상이고 앞으로 상황에 따라 심각한 대립과 반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마디로 공천을 둘러싼 각 당들의 모습에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한 정당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게 된다. 한마디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총선을 한 달 정도 남겨 놓고도 이처럼 갈등과 대립이 끊이질 않고 있는 이유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총선에서의 교두보를 확보해야만 다음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자신들의 세력을 크게 확장해야만 차기 권력쟁탈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포석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피를 튀기는 싸움판이 공천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자기세력 확충에만 혈안이 되어 총선을 향한 정책이나 비전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급조된 정책을 들고 나와 국민들을 현혹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반값등록금’, ‘무상보육’에 비견되는 황당한 공약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평상시에 교만하던 자들이 유권자인 국민들을 상전으로 모실 것처럼 길거리에서 머리가 땅에 닿도록 굽실거리는 이중적인 모습을 또 목도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 분명히 보여주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19대 국회에서 수준이하의 의정행각을 보인 인물들을 단호히 솎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정당들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한 공천 작업으로 최고의 인물을 내세운 것처럼 아무리 주장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신선도도 떨어지고 급조된 인물들이 마치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갖춘 인물인 것처럼 과대 포장되어 국민들 앞에 나오고 있다. 만일 유권자들이 이번 20대 총선에서조차 혈연이나 지연 학연 등에 얽매여 올바른 사람을 뽑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또다시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러 지표들이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정치만이 가장 낙후되어 있다는 평가와 비난을 받고 있다. 지금도 중량감이 넘치는 새 시대 리더의 모습이 보이질 않고 있다는 것이 세간의 이야기다.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비전을 보여줄 재목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들 잠룡들이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차세대 리더그룹으로 회자 되고는 있으나 어딘가 함량미달이다. 왜냐하면 고통 받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한 진정한 고뇌와 철학이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새로운 인물들이 선거를 통하여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바로 국민의 마음이기도 하다.
이번 4.13 총선은 과거와 같은 선거양태를 답습해서는 정말 안 된다. 선거는 선량(選良)을 뽑기도 하지만 유권자인 국민들이 그동안의 공과 (功過)를 심판하는 엄중하고 신성한 장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거대 정당들과 국회의원들 중에는 국민들에게 정치적 피로감을 주어왔던 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퇴출되어야 할 인물이 다시 등장하여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국민들을 현혹시키려 할 것이다. 이런 허상의 모습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는 제 3당도 출현하여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유불리(有不利)를 따지며 찢어진 지 언제였냐는 듯이 야권 연대를 하느니 마느니 하고 있다.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은 정치행각이다. 주관이나 철학, 가치관은 다 내 팽개치고 오로지 당선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자신만이 가장 옳다고 틈만 나면 오만 인상을 다 쓰며 침을 튀기고 있다. 참 추한 모습이다. 그러려면 뭐 하려고 탈당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수준 낮은 정치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 당초부터 어울릴 수 없는 자들의 집합체로 이합집산과 동상이몽으로 한 지붕 세 가족 정당이란 비아냥을 받는 것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나 초록동색(草綠同色)은 그래도 낫다. 자신들의 정체성도 갖추지 못하고 무슨 희망정당을 논하며 희망정치를 논하며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기를 원하는가 묻고 싶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하는가. 정치리더들 중에 국민적인 피로감을 주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이나 대한민국 사회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은 이제 알아서 물러가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국민희망도 주지 못하는 자들이 표독한 얼굴로 스트레스를 준다면 국민정신건강차원에서도 스스로 물러가야 한다. 정당에서 공천을 받았다고 출중한 인물이며 덕망이 높은 인물들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착각 중에 착각이다. 언제는 이런 공천 작업을 거쳐서 인물을 내세우지 않았는가. 심지어 어제는 여당 오늘은 야당 이리저리 다니면서 럭비공처럼 정치판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도 접하는 요즘이다. 참으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카멜레온 같은 변신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이를 보고 무엇을 배울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에는 각종 정당들이 20개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별의별 정당들이 다 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이 비단 지역구만 뽑는 것이 아니어서 비례대표를 통한 국회입성을 추진하는 정당들도 있다. 30만 명에 한명 꼴로 비례대표를 뽑을 수 있다. 5석 이상의 비례대표 확보 목표로 이번 총선에 뛰어든 기독자유당 정당도 등장해 그 실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비례대표로도 얼마든지 국회를 입성할 수 있는 문호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대 정당들은 비례대표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훌륭한 인물이나 참신한 장애인 리더를 발굴 공천하고자 하는 과감한 자세도 절실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인 국민이 참된 선량을 뽑아 19대 국회와 같은 역대 최악의 국회가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의 손으로 국회를 개혁하고 정치를 개혁하는 위대한 힘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이 시점에서 이를 질끈 깨물며 단호한 의지를 다지는 이유는 작금에 보듯이 우리나라 정당정치 이대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