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투데이 대전= 이정복 기자] 정용기(대전 대덕구) 새누리당 대전시당 위원장이 최근 취업 청탁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두번의 대덕구청장을 거치면서 평소 청렴을 정치철학으로 내세웠던 정 위원장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특히 새누리당 대전시당 입장에서는 대전지역 총선을 진두지휘할 정 위원장이 오는 4·13 총선을 불과 두달여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면서 향후 지역민심에 혹여나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모바일 문자메시지로 대전의 한 중소기업 대표로부터 사위와 딸의 인턴 취업 부탁을 받고 고교 선배가 운영하는 개인 병원장에게 부탁하는 장면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찍히면서 순식간에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 측은 31일 해명자료를 통해 "먼저 경위에 관계없이, 지지해 주시고 성원해 주신 주민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매우 송구하다. 자식의 부부동시 면접에 따른 역차별 등을 걱정하는 부모로부터 전화 한 통화만 해달라는 부탁을 국회의원으로서 냉정하게 끊지 못한 것은 저의 불찰"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인정했다.

또 정 위원장 측은 "다만 부모의 애타는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할 수 없었고, 마침 해당 병원장께서 해외 출장 중이신지라 면접 때 거꾸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하지 않고 공정한 면접이 되도록 신경써 주십사 하는 문자를 드렸고 신경써보겠다는 의례적인 회신을 받았다. 연락드린 분은 피감기관도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 병원장이시고, 더욱이 고교 선배님이신데 제가 감히 소위 ‘갑(甲)질’을 할 수 있는 분이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들에게 많은 부탁과 민원이 전달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했거나 당할 수 있으니 도와달라는데 이마저도 매정하게 끊어낸다면, 정치 이전에 인간관계마저 끊어버리게 되지 않겠냐"면서 "우리 사회가 냉정하게 끊거나 외면하기 어려운 애타는 부탁을 주고받지 않아도 되게 더욱 행복하고 평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정 위원장 측의 사과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지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정 위원장의 갑질 청탁사안에 대해 31일 논평에서 "정 의원은 “인정에 못 이겼다”, “잘한 건 아니지만 청탁은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비겁한 변명이다.내가 하면 ‘착한 청탁’이고 남이 하면 ‘나쁜 청탁’인가."라며 비난했다.

이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마따나 ‘면접 청탁’은 했지만 ‘취업 청탁’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언어도단에 불과하다."면서 "새누리당의 변치 않는 도덕불감증이 작금 사회적 불공평을 야기하는 근본 원인이라는 사실이 다시 입증된 셈"이라고 밝혔다.

1일 대전 대덕구 총선 출마를 선언한 정현태 예비후보는 이날 출마선언에서 새누리당 정용기(대전 대덕구)의원의 '취업청탁의혹'에 대해 "그분이 지난 선거 선거공보에 '포청천보다 깨끗하고, 황희정승 보다 청렴하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며 "아마 그분과 우리당 사람들과는 DNA가 다른 것 같다, 그분은 그렇게 해 놓고도 반성을 하지 않는다, '청탁'을 '부탁'이라 말하고, '뇌물'을 '선물'이라 할 사람"이라며 "그런 분들에게 정치를 맡기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우리당 선배들이 그러한 안 좋은 문제로 인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마찬가지로 그분도 이름값을 했으면 좋겠다, '정용기'라는 이름처럼 '용기'있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청년위원회도 이날 성명서에서 "한 정당의 시당위원장이라는 자리는 누구보다도 높은 공명정대함과 도덕적 청결함을 요구받는 자리이다. 정용기 의원은 그런 중책을 맡은 사람으로서 해서는 않될 일을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정치 불신을 불러 일으켰다."면서 "정용기 의원은 말도 안되는 변명을 그만두고 대전 시민들과 지역 주민들, 그리고 청년들에게 분명한 진상을 밝히고 진심으로 사과하라. 또한 책임을 지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대전지역 민심도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역대 최악의 청년 실업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지인이 운영하는 취업을 청탁하는 행위는 분명 갑질 중에 갑질 이라는 반응이다.

대전시민(대덕구 법동) 박 모씨는 "때가 어느땐데 국회의원 신분으로 취업 청탁을 할 수가 있느냐"며 "평소 청렴하다고 생각한 정 위원장이 이런 일을 했다는게 이해할 수 없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전 A대학 대학생 차 모씨는 "요즘 취업하기가 너무 어렵고 지친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할 망정 지인에게 취업을 청탁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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