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홍성기상대 신설 … 신속·정확한 예보 힘쓸 터”

2016년 새해부터 강력한 한파가 한반도를 기습했다. 최근 수년동안 겨울답지 않은 날씨 탓인지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한파에 온 나라가 움츠려들었다. 여기저기서 동파사고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해 여름부터 극심한 가뭄부터 한파에 이르기까지 최근 한반도 분 아니라 전 세계가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전투데이는 대전세종충남의 기상 최일선에서 정확한 예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임용한 대전지방기상청장을 만나 최근 한반도의 이상 기온 현상 원인과 기상청의 향후 계획에 대해 인터뷰 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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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벽두부터 엘리뇨 등 기상이변으로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가 이상기온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부터 연초 불어닥친 한파까지 이러한 기상이변의 원인은?

지난 25일 세종시 전의면의 최저기온이 –21.4℃를, 대전은 24일 –16.8도를 기록하는 등 일주일째 계속된 한파와 이에 동반된 큰 눈이 충남 서해안 중심으로 많이 내렸습니다. 지난달(2015년 12월) 대전․세종․충남지역의 평균기온이 2.8℃로서 평년(0.6℃)보다 무려 2.2℃ 높아 1973년 기상관측 이후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냈던 것과는 크게 대조적입니다.

이와 같은 최근의 이상고온 현상과 강력한 한파의 근본 원인은 큰 틀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즉 지구온난화는 이상고온, 한파뿐만이 아니라, 집중호우, 가뭄 등 극단적 이상기후 현상을 불규칙하게 자주 수반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최근과 같은 한파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그동안 지속된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해빙 면적 감소에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북극해빙 면적은 1978년 관측 이래 최저 4위를 기록했으며, 올해 1월 북극해빙 면적은 최저 1위를 경신하는 등 북극 해빙면적이 감소했습니다.

북극이 상대적으로 온난해지고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둘 수 있는 극 소용돌이(Polar Vortex)가 금년 1월부터 약해지면서 극지방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 부근으로 그대로 남하함에 따라 한파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최근 오호츠크해 북쪽 약 5km 상공에 저지 기압능(Blocking high)이 발달하면서 동서흐름을 막고 남북흐름을 강화시켜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로 바로 남하해 한파가 더욱 강해지는 데 기여했습니다.

한편 한파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북극진동지수(AOI, Arctic Oscillation Index)가 음의 값을 보일 때 한파가 발생하게 되는데, 올해 1월 들어 북극진동지수가 음의 값으로 크게 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 1월 한파와는 대조적으로 작년 12월은 이상고온으로 겨울답지 않은 겨울을 보냈습니다. 이와 같은 원인은 엘니뇨 현상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필리핀 해 부근에 형성된 고기압성 흐름으로 인해 따뜻한 남풍계열의 바람이 우리나라로 유입되어 평년보다 따뜻했습니다.

현재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2.7℃ 높은 상태로 강한 강도의 엘니뇨가 지속 중이며, 앞으로 강도는 점차 약화되겠으나, 엘니뇨 현상은 올해 봄철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며 지역에 따라 가뭄, 홍수, 이상고온 등 다양한 형태의 기상재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편 금년 1월은 엘니뇨로 인해 적도를 중심으로 남쪽 바다의 수온이 높아진 가운데 북극 진동지수가 모처럼 음의 값을 보였습니다. 이때 찬공기가 내려와 서로 부딪치면서 폭설이 발생하였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항공기 결항 등 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대전지방기상청의 주요 업무 및 활동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대전지방기상청은 대전과 세종시, 충청남북도와 충남앞바다의 기상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주요업무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위험기상으로부터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상예보와 특보를 생산하고 기상관측과 감시를 수행합니다.

두 번째는 기후정보의 생산과 보급, 기상과학문화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지역별 기후변화 특성에 맞는 지역 특화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역기상융합서비스 연구용역사업을 발굴․추진하고 있으며, 사업의 결과물인 맞춤형 기상정보를 점차 민간으로 기술 이전하여 사업의 활용성을 증대함과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연고 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지역별 민감 기상현상에 대한 영향예보 시범 사업을 추진하여, 2020년에는 영향예보를 정식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대전지방기상청은 태풍, 호우, 폭염, 안개 등의 관심 기상재해에 대한 과거 피해 원인·규모 등 기상재해에 관한 자세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여 DB화하고, 위험기상별 전문관을 지정하여 각각의 위험기상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예보기술역량 강화를 통해 영향예보 서비스에 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대전·세종·충남의 기상 전망은.

지난 1월 22일 기상청에서 2월부터 4월까지의 3개월 전망이 발표되었습니다.

기온은 평년보다 높은 경향을 보이겠으나, 2월과 3월에는 일시적인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겠습니다. 강수량은 2월과 3월에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은 경향을 보이겠으나, 4월은 남서쪽에서 접근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 대한 2016년 연 기후전망은 발표되지 않지만, 우리나라 전체에 대한 연 기후전망은 발표되고 있습니다. 올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평년(12.5℃)보다 높을 확률이 50%, 비슷할 확률이 30%, 낮을 확률이 20%입니다. 연 강수량은 평년(1307.7mm)과 비슷할 확률이 50%, 많을 확률이 30%, 적을 확률이 20%입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첨단 기상장비를 이용해 날씨예보 적중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하지만 일각 에서는 여전히 고급 기상장비 도입에도 불구하고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신이 있다.

기상청 예보 정확도는 오늘과 내일, 모레까지 단기간의 예보정확도는 92~93%, 10일까지의 중기예보 정확도는 80% 내외로 이미 선진국 수준입니다.

그리고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치예보 정확도는 세계 6위입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항상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고 또 과학적으로도 한계가 있음을 이해해줘야 합니다.

더구나 지구 표면의 70% 이상이 바다이고 또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사막과 극지방 등 격오지의 기상관측자료 확보가 어려워 제한된 기상정보만을 가지고 예보를 생산할 수밖에 없어 기술적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오보 비난이 많은 것은 변명 같지만 최고성능의 슈퍼컴퓨터 도입 운영 등에 따라 국민의 기대수준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기상청은 더 정확한 일기예보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국민들의 더 많은 이해와 격려도 함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충남 내포신도시에 ‘홍성기상대’신설이 확정되었다. 앞으로 홍성기상대의 역할은?

기상청은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기상관서를 설립·운영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동안 대전에 위치했던 충남도청이 홍성 내포신도시로 이전함에 따라 2017년 홍성기상대 완공을 목표로 금년 하반기에 착공 예정입니다.

홍성기상대는 내포신도시를 포함한 충남북부서해안 관할구역(4개 시군: 홍성군, 서산시, 당진시, 태안군)의 기상관측과 위험기상에 대한 실시간 감시 능력을 강화하고 기상기후업무를 수행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충남도청(환경정책과), 서해안기후환경연구소와의 협업으로 충남 서해안의 기상기후 연구사업에도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상청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은 무엇인지?

고교 졸업 후 첫 직장시험으로 기상청에 응시했는데 운 좋게 합격해 지금까지 다니게 되었습니다. 고향인 아산의 중학교 수업시간 때 과학 선생님께서 학교선배가 과학 공부를 잘해 중앙관상대에 합격했다고 칭찬하신 적이 있는데, 합격 후 과학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나름 뿌듯했던 생각이 지금도 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줄곧 배우기만 하던 일본 초청으로 기상청 본청과 하네다 공항에 가서 항공기상관련 기술자문을 해 주었을 때입니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는 2005년부터 6년간에 걸쳐 180여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전 항공분야에 대한 조직, 법령, 종사자 자격 등 종합안전평가를 세밀하게 진행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2008년 종합 평가결과 세계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이에 2010년 3월 평가를 바로 앞둔 일본에서 우리 항공기상 분야의 준비과정을 배우고 싶다며 저를 3일간 특별 초청했습니다. 일본기상청이 기술자문을 받기 위해 여행경비를 제공하면서 외국인을 초청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몇 달 후 일본도 항공기상분야에서 최고수준으로 평가를 받았다며 감사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청장님의 공직 신념 및 철학은.

공직자는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히 기상청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기관으로서 끊임없는 기상기술 연마를 통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특히 자신의 기술업무 분야에는 디테일에 강해야 하며, 따라서 항상 부족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공부하면서 근무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기상청에서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어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의 기상기술을 필요로 하는 저개발 국가에서 기상 자문관으로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대담= 박봉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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