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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공부충남도교육청 장학관 신경희
이정복  |  conq-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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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21  17: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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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날씨는 유난히 포근하다고 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강력한 한파가 찾아 들었다. 원인은‘우랄블로킹’현상 때문이란다.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우랄산맥 동쪽에 커다란 고기압이 생기면서 북극 주변을 돌던 제트기류의 흐름이 막혀 심하게 굽이치게 되어 만들어진 탓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에도 이런 블로킹이 만들어져 유럽과 미국 동부지역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단다. 대한 추위도 그 몫을 톡톡히 했다.

우리 동네 서해안 지역은 20센티가 넘는 눈까지 내렸다. 바람도 칼끝처럼 날카롭다. 무엇보다 출퇴근이 어렵다. 요 며칠 차량이 뜸한 이른 새벽에 출발한 덕분으로 아침시간을 벌었다. 따끈한 차를 마시며 6층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니 온통 하얗다. 갑자기 강풍이 불어와 쌓여있던 눈송이를 한꺼번에 날렸다. 순간 시베리아 벌판이 연상됐다. 역시 겨울바람은 날카롭고 우뚝하다.‘세한도’의 화폭 속을 불어가는 그 바람이다. 마른 나뭇가지들의 숲을 베고,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을 휩쓸고 가로등을 울린다.

젊은 날, 세상을 살아가는데 세 가지 공부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40대 후반 어느 날부터인가 새삼스레 공감이 됐다. 그 세 가지 공부는 이렇다. 첫째는 생존에 필요한 재화 획득에 관련된 공부다. 일자리도 얻고 돈 벌어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데 중요한 공부. 둘째는 문학, 역사, 철학을 읽고 자연과 사람에 관한 이치를 터득하는 것.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사람다운 품격을 갖추는 훌륭한 공부다. 세 번째는 기쁘게 살면서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을 나누는 삶을 깊이 깨닫는 노는 공부가 그것이다.

노는 공부라? 노는데 공부가 필요할까. 흔히 노는 건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잘 살기 위해서는 잘 노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어쩌다가 전원이 나갈라치면 컴퓨터를 쓸 수 없어 하던 일을 멈추게 된다. 순간 할 일이 없어 우두망찰. 그런 경험, 누구나 한번 쯤 갖고 있을 것이다. 뭔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도 뭘 할지를 몰라 한다. 일에 치달리다 어느 순간 시간이 좀 헐렁해지면 나는 덩그러니 서있는 묘비처럼 외로워진다.

차를 마시다가 어릴 적 놀던 생각이 났다. 개울에서 물고기랑 가재랑 잡고 진달래 꺾고, 남동생들과 어울려 새집 뒤지고 구슬 치고, 비석 치고 팽이 돌리고, 연 날리고, 썰매 타고 눈사람 만들고.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불러서야 집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그렇게 친구와 자연과 더불어 놀았다. 나이 들수록 놀아줄 사람도 놀 사람도 마땅치가 않다. 갑자기 생겨난 시간이나 여유를 가지고도 제대로 놀 줄을 모른다. 그냥 그런 날. 생각해보면 심장마비만큼이나 심각한 얘기다.

요즘‘백세인생, 노래가 대유행이다. 마음을 흔드는 가사임에 분명하다.‘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팔십에도 그런데, 지금부터라도 멋지게 놀 수 있는 궁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공부하기 싫어 볼펜 돌리거나 손가락 깨무는 아이들의 놀 궁리를 하듯이. 외로움의 빛남도 좋지만 함께 나눌 수 있는 빛나는 동행의 삶. 기쁘게 살면서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을 나누며 조금은 느슨한 몸과 마음의 여유를 즐기며 사는, 삶을 깊이 깨닫는 노는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

지금, 여기의 삶을 아직 손대지 않은 내 인생의 뷔페가 차려진 곳으로 바라보면서 성실하고 충실하게. 수명을 셈하지 않은 여유를 품은 매력, 가슴이 큰 고목의 끈끈한 나이테를 닮으려 숨을 고르는 노련한 여유를 함께 배워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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