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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충남도교육청 장학관 신경희
이정복  |  conq-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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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24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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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뀔 때면 시간을 도둑맞은 듯한 씁씁함을 떨칠 수가 없다. 여름을 처분한다는 처서를 벌써 보내고 엊그제 추분이 지나갔다. 그런데도 한 낮 끝은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는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걸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는 추분까지 지났으니 분명 지금은 가을이다.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한층 깊어진다. 바다도 저 홀로 한층 깊어져 있다.

햇살이 매우 투명한 날은 기분까지 투명해진다. 일터를 옮긴지 한 달여가 되었어도 아직 얼빵하다. 여유시간을 내기란 어렵다. 청사에 들어오면 그 시간 안에 갇혀서 시간 밖을 꿈꾸지 못한다. 점심시간만이라도 시간 밖으로 탈출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가을 물은 넘치지 않고 제일 맑고 달다고 한다. 금방 헹구어낸 가을 햇살과 열심히 구슬치기를 하고 있을 그 가을 물을 두 손 가득히 줍고 싶다. 그래서 휴일에는 무조건 나간다. 해질 무렵엔 남편과 걷기를 한다. 우리가 걷는 길은 장항선이 허리를 곧게 피면서 생겨난 역사적인 뒤안길이다. 능선이 없어 별 재미는 없지만, 걷다 보면 해 지는 풀 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난다.

먼 들 끝으로는 홍시 같은 노을이 번질 땐 마음 한켠이 싸아하다. 노을빛은 엎질러진 슬픔으로 얼룩져 있는 듯 가슴에 두고 간 시들을 퍼 올린다. ‘노을은 피로 쓴 시 같다’던 시인이 절로 생각난다. 돌아오는 길은 갓 내린 어둠이 커피 향처럼 진해진다. 식은 아련한 것들은 소리 내지 않고 마음을 흔든다.


시간처럼 잘 갈까. 시간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흐르건만 나이가 속도감을 느끼게 해준다. 새 터에서 둥지를 튼 지 벌써 한 달여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다고 말하면 입 있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보탠다. “왜 이렇게 빠른지 모르겠다고.”흐르는 시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누군가는 인간의 불행은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데서부터 온다고 했다. 괴테도 말했다. "시간아, 머물러다오.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그가 말한 아름다운 시간은 과연 뭘까. 그것은 행복이 아닐까 싶다.

시간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은 시간 속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에 머무름을 조금씩 늘림으로써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노래하듯 리듬과 템포를 타며 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이든 웃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삶이라는 시간을 즐기며 행복할 수 있다.

해가 가고 내가 가고, 꽃이 피고 지고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서정을 주체할 줄 몰라 하는 가을이다. 나는 이 시간들이 참 좋다. 저 하늘의 푸름 아래 고요히 단풍 드는 나무와 숲들, 익어가는 것들과 들에 곡식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지금쯤 선운산은 붉게 물들어 있겠다. 외로움이 밀려오는 밀밀한 밤에는 서로가 간절한 바램이 되어 방황하는 수많은 시간 더듬으며 떠돌다가 어느 날 문득 아름다운 길에서 만날 거라는 그 말 한마디 전하고 싶다. 만날 수 없어 사랑과 그리움이 붉은 핏물 되어 피어오른 상사화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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