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신경희

요즘 세상이 예전 같지 않고, 각박하고 맛이 없다고들 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들은 인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이야기보다는 사건사고들이 판을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접한 몇몇 뉴스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는 신선한 희망을 안겨줬다.

최근, 지하철 4호선에서 갑자기 쓰러진 할머니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홀연히 사라진 의인 이야기는 삭막한 사회에 단비 같은 감동을 전했다. 모 방송사에서는 그 주인공을 찾아 그때의 상황을 보도했다. 지하철 4호선 의인은 어릴 때부터 불편한 다리로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받았지만, 할머니에게 달려가던 그 순간만큼은 아픔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젊은 사람도 아니고 연세가 많이 드셨는데 딱 보니까 어머니를 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거예요. 만약에 내 어머니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누구든 자기 어머니한텐 그렇게 할 테고 그런 마음이 딱 들어서” 할 일을 한 것뿐이라 전했다.

지난 해, 부산 지하철역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운 여고생이 협심증으로 쓰러진 60대 여성을 살렸다는 뉴스. 그리고 올 봄, 대전의 한 지하철역에서 쓰러진 임신부를 기관사가 달려가 살렸다는 훈훈한 이야기. 이들은 순간의 기지와 용기로 소중한 목숨을 살린 우리시대 의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엔 '울산판 모세의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동영상을 보게 됐다. 아니 이건 뭐지. 마치 연출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퇴근 시간대에 울산시 무룡터널에서 발생한 6중 추돌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구급차와 소방차를 위해 터널을 꽉 채운 차량들이 양쪽 벽면으로 바짝 붙어 길을 터주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작은 양보가 빚은 기적이었다.

비슷한 상황은 성남시에서도 일어났다. 수면제를 삼킨 생후 9개월 된 아이를 싣고 병원으로 달리는 경찰 순찰차에게 러시아워 시간임에도 신속히 길을 양보해준 수많은 차량들 덕분에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이 모두가 시민들이 보여준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의 진면목을 보여준 좋은 사례들이다.

그런 반면, 불법 주·정차 등으로 소방차의 진입을 어렵게 한다거나,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는 구급차를 무시하며 태연하게 양 차로를 막는 운전자들도 있다. 보복운전을 따졌다고, 사람을 매달고 질주를 한다던 지, 물병이나 벽돌을 던지는 사건들이 스스럼없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유조차도 모르고 당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묻지마 무차별식 보복적 공격형 범죄들이 종종 발생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개개인의 정신건강 못지않게 우리 사회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려면 사회 양극화 해소는 물론,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울러 사회 통합적 가치규범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가정, 학교, 사회가 연대하여 인성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저앉지도 서지도 걷지도 못하고, 아예 무너져 버릴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이 올 수 있다. 그 때 혼자서 견디어내려 하면 더욱 힘들어진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잘사는 방식이고,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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