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신경희

지난해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작은 고민이 생겨났다. 매월 월례회때 주어지는 시간 때문이다. 전 직원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냥 말 수도 없고, 때가 되면 자연스레 고민스럽다. 이번 2월엔‘존재이유’에 관해 말했다. 작은 회의 때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낱말이기도 하다. 존재이유 하면 예전에 유행했던 노래의 구절이 떠오른다.‘알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미래가 나를 더욱더 힘들게 하지만 네가 있다는 것이 나를 존재하게 해. 네가 있어 나는 살 수 있는 거야’노랫말을 음미할수록 사랑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조직에서도 참의미가 있다.

학교의 2월은 졸업식이 있고, 교원 인사가 있고 새 학년도 준비로 바쁜 달이다. 학교와 학생을 지원하는 교육청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각자 맡은 일들을 적기에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계획을 수립한다. 학교와 학생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던 존재 이유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등대의 존재 이유는 오직 하나다. 마지막 기항지까지 불시를 꺼뜨리지 않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교육의 존재 이유는 누가 뭐래도 학생이다. 학생이 있어 학교가 있고, 학교가 있어 교직원이 있고, 교육청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OECD가 회원국 10만5000여 중학교 교사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학교 교사 중‘교사가 된 걸 후회한다’고 답한 비율이 20%나 되었다. OECD 34개국 중 단연 1위다. 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많은 교사가 열정을 불태우고 있지만 상당수 교사는 이미 그 존재이유를 잃어버린 것이다. 냉소주의와 좌절감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교사들의 자존심 회복 방안을 본격적으로 마련하라는 경고음처럼 들려온다.

지금 이 나라의 교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존재이유의‘회복 탄력성'이 아닌가 싶다.‘회복 탄력성’은 스트레스나 도전적 상황,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다. 아울러 어려움을 동력으로 바꾸는 유쾌한 비밀이 될 수 있다. 휴대전화도 수시로 배터리를 충전해야 쓸 수 있다. 하물며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교사의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누구보다도 많이 지쳐 있고, 누구보다도 많은 에너지의 충전이 필요하다. 교사가 아프면 교실은 행복할 수 없다. 그들의 기운이 넘쳐야 학생중심 교육을 넓혀갈 수 있고, 가정처럼 행복한 학교 만들기가 이루어질 수 있다.

요즘 학교가 이래저래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순위 저 순위에 밀려서 교사들의 집단 무기력증을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교사들의 자존감 고취와 사기 진작은 교직사회의 진취적인 문화 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품질유지는 물론 교육력 향상을 위해서도 교사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곳이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은 곳이 없다. 하지만 어려움을 거품 맥주잔처럼 가만히 기울여 한켠으로 따라버리고, 지금은 다시 한 번 존재이유를 챙겨야 할 때다. 행복한 학교 학생중심 교육을 준비하며 새 봄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춘을 앞둔 어느 날. 느닷없이 남쪽 지방에서는 납매(臘梅)가 노랑꽃을 피웠다고 봄소식을 전해 왔다. 봄을 세운다는 입춘이 지난 지 오래다. 여전히 추위가 몸속으로 깊이 스며든다. 보름 이상 앞당겨 피웠다던 그 노랑꽃의 존재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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