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원대한 꿈 안고 新충청시대 열어야”

[대전투데이 대전= 이정복 기자] 2015년 을미년 새해를 맞아 충남대 사회과학대 육동일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했다. 육동일 교수는 지난 연말연시를 이용해서 미국 콜롬비아대 동창회(CAA) 의 초청으로 뉴욕시와 보스턴시를 다녀왔다고 한다. 육교수는 이번 여행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즉 하버드대, 예일대, 뉴욕대, MIT대 등 세계적인 명문대와 도시발전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선진도시의 미래발전 비전과 뱡향, 도시재생과 원도심 활성화의 정책과 전략, 그리고 도시발전을 이끄는 지도자의 리더십과 시정의 성공요인들을 찾아내서 대전발전에 접목시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육교수로부터 오랜시간 동안 그의 생각과 견해를 직접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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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은 최근 충남도청이 내포지역 이전에 따른 원도심의 침체와 함께 세종시 건립에 따른 인구 이탈이 심각하다. 이에 대전의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데요.

최근 대전은 도시쇠퇴의 징후를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가히 충격적이다. 대전시 인구는 현재 153만 5,815명으로 작년부터 계속 줄고 있다. 대전시 인구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1989년 충남도로부터 분리돼 광역시로 승격된 후 처음겪는 일이다. 여태껏 증가일로에 있던 대전시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사실이 도시쇠퇴의 대표적인 지표로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 인구가 계속 줄면, 유휴시설이 늘 것이다. 부동산 가치는 하락하고 지역경제는 더욱 침체될 것이다. 지역의 인재와 중산층 그리고 기업은 대전을 떠난다. 결국 도시 전체가 공동화되면서 쇠퇴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대전은 인구감소의 위기에다 정치적 리더십의 위기, 도시 정제성의 위기, 사회분열과 갈등의 위기, 그리고 자신감 상실의 위기까지 겹치면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지역의 정치‧행정지도자들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혹독한 환경변화에 준비하지 못한 결과다. 우선 교통도시 대전으로서의 명성과 도시브랜드를 지키지 못했다. 이제 대전은 더 이상 삼남의 관문이 아니다. 서대전역 주변도 시간이 갈수록 공동화될 것이 틀림없다. 대전역사와 역세권 개발의 지연은 원도심을 이미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교통도시 대전의 간판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교통도시의 장점을 살려 과학도시로 발돋음하는데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이 진정한 과학도시가 되려면 대덕과학특구가 지역경제에 기여해야 한다. 지역의 인재를 지역의 대학이 육성해서 대덕과학특구에 주인으로 들여보내야 한다. 시민들의 과학적 사고와 활동이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비즈니스의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

이렇게 대전이 갖춘 모든 유리한 요건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대전주변 상황은 대전을 벼랑끝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충남도청사는 이미 내포 신도시로 빠져나가서 원도심의 황폐화를 가속화시켰다. 인근의 청주와 청원은 통합하여 대전을 위협하고 있다. 천안‧아산‧당진은 이미 수도권의 경제와 산업의 남하를 막아서면서 대전을 썰렁한 비수도권으로 몰아낸지 오래다. 동반성장과 일방쇠퇴라는 양면의 칼을 가지고 대전과 접하고 있는 세종시는 대전시의 인구를 서서히 흡인해가는 빨대역할을 하면서 대전을 향해 쇠퇴의 칼을 휘둘기 시작했다. 대전이 양도시의 상생발전과 차별화된 전략을 준비하는데 소홀한 결과다.

▲ 위기를 극복할 대전 발전의 청사진은.

대전을 다시 살리려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대전을 철저히 바꿔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대전 재도약의 비전과 목표, 전략과 정책, 리더십, 그리고 시민들의 의식과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한 몇가지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들을 큰 틀에서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전의 정체성(Identity)을 되찾아 대전미래 발전의 비전과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 여기에 대전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경쟁과 갈등이 불가피한 대전시와 세종시 그리고 충남‧북은 상생발전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대전과 같은 생활권이라 볼 수 있는 금산, 옥천‧보은‧영동의 지역쇠퇴는 불 보듯 뻔하다. 그 해결책도 대전과 머리를 맞대고 짜내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선진도시들은 이미 국경을 초월해서까지 지역간, 도시간 협력을 하는 초광역권 경쟁시대 로 가고 있다. 그동안 간간이 논의되어 왔던 금산과 대전의 통합, 옥천과 대전의 통합을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

또한, 대전이 다시한번 활력을 찾으려면, 백년을 쌓아온 교통도시로서의 정체성과 도시 브랜드를 지키는데서 풀어야 한다. 그러려면, 제2경부고속철 및 고속도로 건설에서 이번만큼은 대전을 비켜가지 않도록 미리미리 챙겨야 한다. 충청권 광역철도망의 구축과 도시철도 2호선이 대전을 중심으로 사통팔달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통일후 까지 고려하여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뻗는 유라시아 철도건설노선에 하나의 중심축이 되도록 대비해야 한다. 서대전역에 KTX가 통과하지 않는 문제를 놓고 오송, 공주, 대전이 같이 고민해서 공생활용의 지혜를 짜지 않으면 모두 손해다.


▲ 도시재생 및 원도심 활성화 방안은.

지난 연말 연시를 이용해서 미국 뉴욕시와 보스턴시 그리고 코네티컷주 뉴해븐시 등 도시재생의 현장을 직접 가봤다. 그 곳에서 선진도시의 미래비전과 방향, 원도심 활성화와 도시재생의 전략과 정책, 그리고 이를 실현해가는 시장의 리더십과 시정의 시스템에 대한 많은 자료와 정보를 얻었다. 대전시는 지금 도시전체를 재생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충남도청이 대전 원도심을 이미 빠져나가고, 이웃하고 있는 세종시가 대한민국 행정중심도시로서 자리를 잡아갈수록 대전은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대전시는 단순히 원도심의 공동화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대전시가 지난 백년동안 고민해보지 않은 본질적인 도시생존의 문제가 이제부터 시작된다. 대전 전체가 공동화의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 그 주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일찍이 예상됐는데도 불구하고, 중‧장기적 대비책을 대전시가 그동안 전혀 마련해 놓치 못했다는 사실이다. 텅빈 공간이 되어버린 구도심 일부에 공공기관의 입주, 시민대학의 설립 등 그 효과가 미미한 단기적 대안만이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문화예술복합단지 라는 내용없는 하드웨어만 막연히 기대할 뿐인데 그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시재생에 성공한 도시들의 세가지 비결은 이렇다. 우선 도시위기를 극복한 가장 큰 힘의 원천은 구 시대의 낡은 사고방식과 관행을 과감히 타파하고, 새 시대의 변화를 만들어 낸 리더들의 빛나는 지혜와 용기였다. 그리고 재건축․재개발의 하드웨어 중심의 낡은 방식에서 탈피해서 소프트웨어 측면을 강조했다는 점이 바로 두 번째 성공비결이다. 세 번째는 도시재생의 주체가 바로 그 지역의 주민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대전시는 물론 외국 도시들과 다르다. 그러나 뉴욕과 보스턴시의 성공비결이었던 시장의 지혜와 용기, 도시문화콘텐츠의 개발, 주민주도의 도시재생은 대전시에도 유효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려면 먼저, 대전역과 서대전역의 역세권 개발을 제대로 추진해서 교통도시로서의 인프라 구축과 원도심 재생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대전역은 대전 재도약을 위한 최선의 돌파구이자 보배다. 대전역세권 개발을 알차게 추진해서 MICE 산업과 벤쳐산업의 중심지로서 발돋음 해야 한다. 청주공항은 대전이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전진기지가 되는 만큼 공항으로의 접근성 보완은 물론 실질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와 교류하는 대전의 관문이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사회는 고령화 및 장수시대로 접어든다. 따라서, 대전 원도심인 중구에는 장수마을, 뿌리공원 등 장수와 관계된 시설이 많기 때문에 대전 중구를 건강과 장수의 메커로 발전시켜 나가면 원도심 활성화는 물론 대전경제가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가운데 「힐링의료재단 설립과 힐링마을」 건설 같은 정책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도시철도 2호선 문제 해결방법은.

지금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서 대전이 갈피를 못잡고 있는 문제가 바로 대전 도시철도 2호선 문제다. 얼마전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2호선 건설방식을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트램방식으로 일단 결정헸으나 여전히 혼돈에 빠져 있다. 현대행정이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책의 디자인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소통이다. 아무리 잘 만든 정책도 국민이나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이해와 공감대를 구하지 못하면 반드시 실패하기 때문이다. 대전이 그동안 롯데 테마파크와 유니언스퀘어의 건립, 과학벨트사업의 수정, 그리고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실패했거나 혼란을 초래한 것은 바로 정책소통에 실패한 결과다. 게다가 정책과 사업에 대한 미래 청사진도 없었다. 관련 정보와 자료도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했다. 심지어 공개되지도 않았다. 사후 요식행위만을 서둘다 우왕좌왕 했을 뿐이다. 정책소통 부재가 불러온 정책실패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말았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의 노선과 건설방식은 그 비용이나 경관에 미치는 영향만이 아니라 대전의 미래발전과 직결되어 있는 총체적인 문제다. 대전이 대중교통중심의 생태도시를 지향하는데 우선순위를 둔다면 지금의 노선과 노면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대전이 미래를 위해 일거리와 먹거리를 준비해 놨다면 선택을 망설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방식으로 대전의 쇠퇴를 멈추기는 쉽지 않은 전망이다. 내생적 발전요인이 취약한 대전이 외부 인구와 산업 및 자원을 끌어드릴 흡인력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의 노선만을 목표로 한 도시철도 건설은 쇠퇴하는 대전을 살리는데는 한계가 있다.

대전의 행정구역내에서 고가로 돌아다니는 2호선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도시내 불균형은 심화될 수 있다. 2호선의 노선은 대전시를 벗어나서 계룡‧논산으로, 금산‧무주로, 옥천‧영동으로, 공주‧내포로, 오송‧세종으로, 조치원‧청주공항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빅 데이터를 가지고 보다 광역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전시내만을 돌아나니는 도시철도는 더 이상 대전발전에 기여하지 못한채 적자로 시민들의 부담만 늘일 뿐이다. 도시철도 2호선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 대전의 미래 성장동력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대전이 처한 상황을 놓고 볼 때, 대전시가 당면한 도시쇠퇴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 안정된 일거리와 먹거리의 창출을 위해 지향해야 할 대전의 비전과 목표는 네가지로 정리된다. 즉 대전이 가지고 있는 여건과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면서 타 도시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신성장동력사업 창출의 과학기술도시, 철도와 지하철을 활용한 최첨단 교통도시, 품격있는 시민중심의 문화도시, 그리고 글로벌 인재와 평생학습 중심의 교육도시가 되는 것이다. 이 중에 대전을 먹여살릴 원동력은 우선 과학기술도시로 새롭게 재탄생하는 것이다.

앞으로, 대전의 향후 산업발전은 다부문 기술자원과 문화적 역량을 결합한 융․복합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재료, 환경, 에너지 분야 등에 응용되어 새로운 산업기반을 선도할 나노기술분야, 정보통신기술과 문화예술 역량이 결합한 디지털미디어 분야, IT, NT, BT가 융합한 신개념 맞춤형 의약 및 의료기기 개발 등이 대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대전시는 내년을 대전발전의 중대한 전환기로 삼고 시민들의 미래 먹거리와 일거리 준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더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없다. 금년부터 본격 추진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그 핵심적인 내용이 차세대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기초․원천연구능력의 확대 및 연구개발, 이에 근거한 사업화에 초점이 맞추어 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전을 중심으로 하는 육성전략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전을 먹여 살릴 미래산업은 융․복합산업 및 연구개발서비스업 같이 지역의 특성ㆍ강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지식집약적 산업 분야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전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대덕특구의 인적ㆍ물적 인프라 그리고 과학벨트를 최대한 활용해서 연구개발 성과를 대전의 미래산업과 연계시키는데 대전시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신 충청시대」가 열리도 있는데.

2013년부터 한국 정치지형에 있어서 의미심장한 변화가 발생했다. 근대적인 호구조사가 실시된 이래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를 최초로 앞지른 것이다. 현재 충청권 인구는 531만명으로 호남 인구보다 6만명이나 많다. 이런 추세로 가면, 차기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2017년에는 충청권 인구가 호남보다 무려 35만명 가량 더 많아진다는 것이 통계청의 예상이다. 인구변화에 있어서 가히 역사적인 전환점이라 볼 수 있다.

충청과 호남 인구의 역전현상은 단순한 숫자적으로 인구구조상의 변화가 나타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를 깡그리 바꿔놓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뿌리깊은 영‧호남 지역감정의 문제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향후 나타날 우리 미래사회의 변화는 각 부문에서 상상을 초월해서 나타날 것이다. 특히 2016년 총선은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불가능해졌다. 최근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인구비례에 맞게 선거구를 새롭게 개편한 후 치러지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에서는 인구변화에 따른 정치지형의 변동이 정권의 향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그동안 이른바 충청홀대론 과 충청권인사 소외론 이 팽배했던 충청권에서 이 혁명적 인구변화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충청권의 미래가 달라진다. 나아가 영‧호남 중심으로 경도된 한국의 빗나간 정치관행을 바로잡을 기회가 왔다. 국민들의 오랜 염원인 한국정치를 개혁하느냐 못하느냐의 여부도 충청권의 의지와 도전에 달려있는 셈이다.

다시금 대전에서 크게 기대하고 있는 선거구 증설문제는 단순히 다음 총선에서의 유‧불리만을 따져서 정략적 내지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하면 또다시 성공하지 못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대전발전은 물론 충청권은 영‧호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늘 그랬듯이 정권창출의 보조자 내지 수발자로서의 역할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을미년 새해부터 중대한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한 충청권은 원대한 꿈을 안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충청권의 시대적 사명이다. 충청권이 결집하고 단합하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제 충청민 모두 하나되어 신 충청시대의 도래를 엄숙히 선언하고,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앞장서 이끌고 나가야 할 것이다.


대담= 이정복 정치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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