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선수 선발 … 체계적 구단 운영”

[대전투데이 대전= 이정복 기자] 대전 시티즌(대표이사 김세환)이 강등 1년만에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 복귀에 성공했다. 대전 시티즌은 시민구단으로서 출발해 다른 구단에 비해 열악한 자본과 지원으로 매번 하위권에 맴돌다 작년 2부리그(K리그 챌린지)로 추락해 대전시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하지만 2부리그로 강등 후 임원진과 코치,선수들이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다시 시작하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혹독한 훈련과 노력 끝에 다시 1부리그 복귀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이번 우승은 대전 시티즌 창단 후 가장 어려운 시기에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세환(40) 대표이사의 전문적인 스포츠 경영과 믿음과 신념의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 대표이사는 열악한 구단 운영이기에 선수들의 결집을 통한 조직력 극대화에 힘썼고,“프로는 프로다워야 생존한다”는 신념을 항상 선수들에게 주지시켰다. 대전투데이는 김세환 대전 시티즌 대표이사를 만나 1부리그 승격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인터뷰 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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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승격하게 된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고 계십니까?

먼저 혹독한 훈련에도 간절한 마음으로 뛰어준 우리 선수들을 꼽고 싶다. 타 구단에서 좋은 자질을 인정받았으나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아드리아노, 반델레이, 마라냥 등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선수들이 간절함이 컸고, 그런 점이 묻어 나와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선수단뿐만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흘려준 코치진과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저를 믿어주고 끝까지 한 마음으로 함께해준 선수, 코칭스태프, 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또한 선수들이 오직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 주신 지자체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클럽하우스가 완공되며, 선수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일조하였다. 이제 12월이면 훈련장 하나가 추가로 완성된다. 천연 잔디가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2개나 있으니, 선수들은 더욱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 김세환 대표께서는 지난해 말 부임하셨다. 취임 이 후 가장 먼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시민구단 시대가 열린지 10년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시민구단은 방만하고 책임감 없는 경영, 정치권에 휘둘리는 운영으로 시 재정에 매달려 근근이 존속해 가고 있다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대전시티즌을 통해 시민구단도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의 정의와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했다. 시민구단의 가치는 축구를 통해 시민들에게 즐거움, 행복,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도 시민 위에 있을 순 없다. 시민을 위한 구단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구성원들이 한 마음이 되어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앞장섰다. 그 결과 하나의 목표 아래 직원, 선수, 코칭스태프들이 화합하며 1년동안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해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 올 시즌 구단 운영 중, 가장 돋보이는 점은 선수 선발 위원회를 통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시행하게 된 계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전 시티즌이 과거에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있어 공정하고 투명했는지 돌이켜 봤고, 결론은 아니었다. 구단 창단 후 사장과 감독이 너무 많이 바뀌었고, 이로 인해 선수 변화 폭이 밀물과 썰물 같았다. 150만 대전 시민들이 바라보는 구단에 이런 일은 말이 안됐다. 선수 선발에 있어 시스템화 시키고 싶어서 선수 선발위원회를 만들었다. 선수 선발에 관련된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어느 누구도 인정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했다. 전 현직 전력강화팀장 3명, 스카우터 1명, 감독, 외부전문가 2명 등 6명으로 꾸렸다. 6명 전원 동의하지 않으면, 선수 선발 할 수 없는 제도다. 대신 내가 빠졌다. 내가 들어간다는 건 내 의중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서 조항이 있다면 동의를 했더라도 자금 사정 등 현실적인 문제에서만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확립했다.

이를 통해 외부의 압력 감독과 사장의 전횡, 프런트의 눈에 보이지 않은 플레이가 차단되며 이런 철저한 시스템화를 통해 책임을 분담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선수선발위원회를 시작으로 구단운영의 시스템화와 합리성을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대전은 지금까지 외부적인 상황에 따라 대표이사와 감독이 자주 교체되는 등 구단운영에 혼란이 반복되어 왔다. 이는 구단의 일관적이고, 체계적인 운영계획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오며, 장기계획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구단운영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정립된다며, 주변에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팀의 방향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


▲대전시티즌 내년 어떻게 이끌어 가실 계획입니까?

제가 내년에도 그 자리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전에게 내년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우승으로 도취된 기분은 우승컵을 내려놓은 순간 함께 내려놓았다. 클래식 승격은 결승선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에 섰을 뿐 이다. 챌린지에서 이룬 환희와 기쁨을 클래식으로 이어갈 수 있는 합리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추구할 수 있는 성적을 정해놓고, 그 외에 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해 차근차근 이뤄 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큰 호흡을 가지고 전진해야 한다. 올해처럼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1년만에 다시 강등 당하지 않고 1부 리그에서 꾸준히 머물며 한 번씩 모두를 놀라게 하는 성적을 내는것이 대전의 현실에는 더 적합한 목표이다. 무리한 목표설정은 오히려 모순된 운영의 악순환을 낳을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우리는 강등의 설움과 승격에 대한 절박함을 원동력삼아 한 시즌을 치렀다.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구성원 스스로 정신을 무장하며 한 시즌을 치러냈다. 내년 역시 선수단을 포함 구단 내 모든 구성원들은 숙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전 대표이사로서 대전 시티즌을 위해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대전시티즌이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를 가진 구단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표면적인 성과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올해 성공한 많은 개혁과 변화가 무의미해 질 수 있다. 성적은 구단의 문화와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의 1년이 아닌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구단이 되기 위해선 구단만의 스토리와 컨셉, 역사가 있어야 한다. 대전시민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대전시티즌만의 문화와 역사를 만드는 것, 그것이 시민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자, 공동의 목표가 되야한다고 생각한다.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들이 같이 호흡하고 존경 받을 수 있는 구단이 내가 꿈꾸는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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