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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길목에 서면충남서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신경희
이정복  |  conq-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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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06  15: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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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발목까지 내려오는 가을비 그 놈이 한차례 진하게 다녀갔다. 덕분으로 가을은 더 깊어졌다. 삶의 무게도 그만큼 두꺼워진다. 가을비 속으로 시월의 마지막 날을 떠나보내고 십일월을 얼떨결에 맞이하고 보니 벌써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됐다. 또 한 해가 이렇게 가는구나. 허탈하기도 하고 뭔지 모르게 쫓기는 듯한 마음이 앞선다.

곳곳이 만추 창연하다. 단풍이 드는가싶더니, 낙엽 지는 소리가 가슴으로 스민다.

‘길은 강을 따라 흐르고 여행자는 길을 따라 걷는다’라고 했던가. 깊어진 가을 길목에 서면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어진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가을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가을을 배경으로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 총각과 어린 연인과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영화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제목도 잘 생각나진 않지만 사랑과 지나는 세월, 가는 계절을 아쉬워하는 가을 풍경화 같은 영화였던 건 틀림없다.

가을이 깊어지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이렇게 가을이 가는 구나/ 아름다운 시 한편도/ 강가에 나가 기다릴 사람도 없이/ 가랑잎에 가을빛같이/ 정말 가을이 가는구나,,, ’로 이어지는 김용택 시인님의 ‘가을이 가는 구나’ 다. 수많은 시간들이 손바닥으로 움켜쥔 물처럼 다 빠져나간 뒤 허탈하게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그런 시다. 돌아볼 수는 있어도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시간이다. 이 시를 보노라면 늦가을 해가 뉘엿뉘엿 바다로 지는 시간처럼 모든 것이 쓸쓸해 그냥 멍하니 있게 된다.

어릴 때부터 꿈이 있었다.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커다란 창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그 꿈 때문이었을까. 십여 년 전에 손바닥만한 집을 지을 때도 규모에 맞지 않는 큰 창을 내고야 말았다. 차 한 잔 마시기 위해 창 앞에 나를 세우면 널찍한 창으로 자연이 사시사철 들어와 함께 해주곤 했다. 창이 건물의 꽃이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건 너무 큰 그리움이었다. 이젠 이런저런 이유로 창을 줄이고 싶어졌다. 큰 창 앞에 서면 해부된 개구리처럼 내 속이 다 보여 지는 것 같은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선천적으로 계절 바뀜에 대단히 민감한 유전자를 타고 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남다르게 첨가된 이스트와 같은 그런 알 수 없는 이물질이 몸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어 가을이면 부풀대로 부풀어 더 힘들고 아플 때가 많다. 이 나이를 먹어도 사이에 있는 것들, 쉽게 바뀌는 것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에게 여전히 마음을 빼앗기고 휩쓸릴 때면 살아온 절반의 인생이 흐릿해지면서 그동안 허공 속으로 흩어진 숨결들이 궁금해지곤 한다.

언제나 마음이 문제야.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중요한 건 마음이라고 수없이 되풀이하며 살아가면서도 아직 그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 낙엽 지는 소리는 나이가 들수록 더 크게 들린다. 귀가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소리다.

감나무 가지 끝에 인심으로 남겨둔 몇 알의 감이 선연한 진홍빛으로 빛난다. 노란 빛 은행나무 잎새들 시름인양 바람에 고전 분투하는 늦가을 품새. 짙은 가을 색을 가득 품은 산이 토해내는 쓸쓸하면서도 달콤한 향기.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가슴 가득 안겨온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이들을 향한 그리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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