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가입률 모두 ‘0%’, 출산‧육아‧생리 휴가도 보장 안 돼

[대전투데이= 이정복 기자] 공공기관‧공기업이 소유해 운영하는 골프장에서도 경기보조원(캐디)들의 근무 조건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여성가족위원회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감사를 위해 골프장을 소유한 각 기관으로부터 ‘경기보조원 근로조건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밝혀졌다. 경기보조원은 대표적인 여성일자리로서,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고용안정성‧노동안전의 사각지대로 꼽혀왔다.

공공기관 및 공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25개로, 그 중 경기보조원이 없는 9홀 대중골프장을 제외하면 12개 기관, 17개 골프장이다. 작년과 올해에도 4개가 새로 생기는 등 지속적인 증가추세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이 4개(천안상록, 화성상록, 남원상록, 김해상록)로 가장 많고, 한국관광공사(오시아노, 중문), 경북관광개발공사(보문, 휴그린)가 각 2개, 한국문화진흥주식회사(뉴서울), 국가보훈처(88), 강원도개발공사(알펜시아), 태백관광개발공사(오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드림파크), 광주광역시도시공사(빛고을), 강원랜드(하이원), 충주기업도시주식회사(킹스데일), 전남개발공사(여수경도)가 각 1개 씩 가지고 있다.

17개 골프장 경기보조원은 총 1,379명으로, 그 중 1,142명(83%)이 여성으로 대표적인 여성일자리이다. 88(국가보훈처) 155명, 뉴서울(한국문화진흥(주)) 154명, 드림파크(수도권매립지개발공사) 132명이 대표적인 대형 사업장으로 경기보조원 전원이 여성임. 이 외에도 알펜시아(강원도개발공사)의 경우만 제외하고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고용형태는 모두 특수고용직이었다.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에 별도의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사업자 간 도급계약서 또한 쓰지 않았다. 휴가, 휴직 및 근무조건에 관한 사항은 전혀 규칙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캐디 자치회 등을 통해 내규로 정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개장한 드림파크, 빛고을, 김해상록, 여수경도, 휴그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평균 근속 년수가 2년 이상으로 사실상 상근직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장한 지 오래된 88(국가보훈처), 중문(한국관광공사)의 경우 평균근속년수가 12년이 넘었다.

출산휴직 및 육아휴직은 거의 보장되지 않았다. 대부분 명문화된 규칙이 없어 출산 및 육아를 위해 퇴사하고 있었다. 역사가 오래된 88골프장과 뉴서울 골프장의 경우 출산 및 육아휴직을 합쳐서 1년, 드림파크 골프장의 경우 출산휴직 1년을 보장하고 있으나 이 또한 모두 무급휴직이었다. 공무원연금공단 산하 골프장의 경우, 진선미 의원이 지난 24일 공무원연금공단 국감에서 문제제기하자 출산 및 육아휴직을 향후 1년 6개월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생리휴가 또한 대부분 보장되지 않고 있었다. 88골프장의 경우만 월 1회 보장되며, 뉴서울골프장은 1년간 병가 30일을 보장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별도의 규정이 없고 경기보조원 스스로 다른 경기보조원과 근무를 바꾸지 못하면 쉬지 못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산재보험 가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2008년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특례조항 적용 대상의 개정으로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직도 산재보험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 골프장에서 사측 부담을 덜기 위해 입사와 동시에 반강제적으로 산재보험제외신청을 받고 있었고, 공공기관 및 골프장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일하는 경기보조원 중 산재보험에 가입한 경기보조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진선미 의원은 “전반적으로 민간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고용안정성‧노동안전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좋은 여성일자리 창출과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경기보조원에게도 출산‧육아‧생리휴가가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경기보조원 등 특수고용직도 산재보험에 가입하라는 법과 정부방침의 취지에 따라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이어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여성가족부가 근무표준안을 만들어 각 기관에 권고하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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