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청렴윤리연구원장(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전통적으로 ‘비리복마전’의 오명을 쓰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갑작스레 지난 달 중순 ‘부정부패척결 결의문’을 채택하고 ‘청렴실천생활문’을 낭독하는 등 일과성 이벤트를 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공교롭게도 며칠 되지 않아 차관보급에 해당하는 기획조정실장 도 모씨가 건설업체 사장으로부터 룸살롱에서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보도가 터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룸살롱 접대사건은 이미 열흘 전 발생해 청와대에 투서가 들어간 상태였다. 이 정황을 제보받은 언론들이 취재에 들어가자 부랴부랴 일과성 이벤트에 불과한 청렴쇼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국토부는 뒤늦게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 비위와 관련, 철저히 조사 후 엄정 조치할 계획’이란 ‘참고자료’를 올렸다. ‘감사관실은 前 기획조정실장 도ㅇㅇ의 부적절한 술자리 의혹 및 업체 법인카드 수령·소지 경위에 대하여 현재 조사를 진행 중에 있고, 철저한 조사를 위해 前 기조실장 도 모씨를 대기발령하였으며, 조사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 할 계획입니다. 도 모씨는 법인카드를 수령한 후 사용한 내역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로 돼 있다.

국토부의 이같은 미봉적 사태 수습 행태에 대해 몇가지 지적을 하고자 한다. 우선 부적절한 접대사건이 보고되었을 때 바로 사안의 경중을 파악해 부패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앞뒤 가릴 것 없이 곧바로 검찰 수사를 의뢰했어야 했다. 철피아 등으로 국토부 관련 상임위 국회의원과 산하기관들이 검찰 수사로 온나라가 시끄러운 이때 국토부의 미온적인 위기대응이 참으로 안타깝다. 국민들로부터 자기식구 감싸기 행태로 비출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

다음으로 언론대응에 대한 문제점과 보도자료 내용에 대한 지적을 하고 싶다. 언론에 보도되면 형식적이고 ‘엄정조치 계획’ 같은 상투적 표현으로 한줄 흉내만 내지 말고 좀 더 과감하게 부패 척결의지를 보여야 한다. 내부 감사관 직원이 건설업체가 준 민간 법인카드 사용여부를 어떻게 조사하겠다는 건가. 법인카드 추적은 수사기관이 하는 업무다. 또 ‘철저한 조사를 위해서라면 혐의자를 대기발령’해서는 안 된다. 공직자가 물의를 일으키고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으면 ‘철저한 조사’를 하기 위해 역시 검경에 수사를 의뢰해야 맞다.

보도자료 중 ‘기조실장 도ㅇㅇ이 법인카드를 수령한 후 사용한 내역은 발견되지 않았음’이란 근거도 없는 표현이다. 민간 건설업자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수사관도 아닌 국토부 직원이 어떻게 하루 이틀에 파악할 수 있는가. 누가 봐도 ‘눈가리고 아용’하는 식의 보도자료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버릇’이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토부의 비리 복마전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1년 제주연찬회 관련업체 접대사건때도 부정부패척결 쇼를 거창하게 치르고도 주무관 한 명 징계하는데 그쳤다. 국토부의 어느 서기관은 공용차량을 자가용 타듯이 사적으로 900km나 탔다고 한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식구 감싸기에 연연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비리오명의 국토부 이미지를 털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본 때를 보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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