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식생협 조합원들이 지난해 대전 대화공단내 '청정물류' 대화점 정문앞에서 "중소식자재유통업체 말살하는 청정원은 물러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를 벌였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 대전지역 도·소매 상권 즉 골목상권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과 조직을 앞세우며 대형할인점 등을 잇달아 문을 열면서 지역 소상인들의 폐업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거대공룡’으로 불리우는 대기업들의 횡포에 지역상인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대형유통점과 맞서고 있지만 힘에 버겨운 게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엔 골목상권에서 지역의 식자재 유통상권까지 대기업이 진출, 지역식자재유통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전식자재생활용품사업협동조합(이사장 안종대·이하 대전식생협)이 최근 오정농수산물시장에 식자재 마트를 전국 최초로 추진해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대전식생협, 거대자본으로부터 지역 영세유통업체 보호‘앞장’

대전식생협은 지난 2013년 3월2일 대전시와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조합설립이 인가돼 운영 중이다. 현재 회원은 오정동 지역에서 사업 중인 식자재 유통업체들로 52명이 구성돼 있다. 설립에 앞서 이들은 지난해 2월 5일 대덕구 오정동 대전유통상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안종대 발기인 대표(㈜동그랑 대표)를 비롯한 지역 중소자영업자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설립취지서를 통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지역 유통시장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중소상인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도모하고자 다양한 공동사업을 수행해 나갈 중심체로서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시장 잠식에 대응하기 위해선 지역 유통업계의 선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며 “공동 구매·판매, 물류시스템 구축, 생산자-유통사-소비자간 네트워크 형성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28조 규정에 따라 창립총회를 가진 대전식생협은 정관과 사업계획, 예산안을 확정한 데 이어 초대 이사장에 안종대 동그랑 대표를 추대하고, 감사에 정형옥 최영상회 대표, 박찬흥 유광상회 대표를 선임했다. 창립 멤버는 52명, 이사진은 12명으로 구성됐다. 안 이사장은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성심껏 대전식생협을 이끌어 가겠다”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과 연대해 대기업·대자본의 횡포에 맞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기업 대상그룹, 지역에 식자재 매장입주 영세유통업체‘붕괴’

대전에는 현재 오정동 농수산물시장에 ‘청정물류센터’라는 이름의 ‘대상’ 식자재 매장이 입주해 있다. 식생협에 따르면, 대상그룹의 계열사인 청정식품 주식회사의 횡포로 지역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정식품 주식회사는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주)의 계열회사로 대상홀딩스(주)의 지배하에 있는 회사이다. 대상홀딩스(주)는 재계순위 48위의 식품 대기업으로 우리에게는 청정원이라는 상호로 잘 알려진 대기업이다. 대상홀딩스(주)는 자회사인 대상주식회사를 통해 식자재 유통업체에 대리점형태로 제품을 공급해 성장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대상홀딩스(주)는 대기업으로서 막대한 자본력을 갖고 신제품 개발과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최근 국내중소 영세상인의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식자재 유통에 뛰어들면서 국내 중소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청정물류센터에서는 최근 도소매상인 뿐만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까지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식생협 안종대 이사장은 “대상그룹이 이렇듯 막대한 자금력에 기반해 불공정,부당한 행위를 계속한다면 결국 대전지역의 중소 영세 식자재 유통업체는 결국 파산할 수 밖에 없고,청정식품을 비롯한 유통 대기업들이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 조합원들은 대상의 식자재 도소매 시장 진출을 규탄하며, 입점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대전식생협, 오정동에 전국최초 식자재마트운영 추진

대전식생협은 더 이상 대상그룹의 횡포를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법적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섰으나 한계가 있었다. 이에 대전식생협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최근 조합원들이 출자해 오정동 농수산물시장내 식자재 마트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식자재 마트운영은 전국 최초로 추진되는 것이어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에 앞서 대전식생협은 1월 20일 식자재마트운영제안서를 대전시에 제출했다. 대전식생협 관계자는“이번 제안은 협동조합만이 대기업의 교묘한 식자재상권 침투를 막아낼 수 있는 대안”이라며“협동조합의 상생전략으로 사회적 자본확충과 고용창출에 사회적기업으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식생협은 이 제안서에 협동조합에서 10억 원을 출자해 시장내 청과와 수산과의 원스톱 쇼핑을 위한 각종 시설을 기부체납하고 인근 재래시장과의 협동과 연대를 통해 생산, 유통, 소비의 선순환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담았다. 지난해 10월 준공된 오정동 농수산물시장 현대화 사업 과정에서 당초 식자재마트로 설계한 2층 복합상가동의 이용계획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협동조합의 제안 내용의 성사여부에 지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종대 이사장은“현재 대전지역은 대기업들의 유통업체 진출로 중소유통업체들이 고사위기 직전에 몰려 있다.”면서“우리 조합이 추진하는 오정동에 전국 최초 식자재마트가 운영되면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들의 이용이 가능하고, 중소유통업체들도 생존하는 윈(Win-Win)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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