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오래전 출장길 기차 안에서 <3분 古典> 책을 단숨에 읽어 낸 적이 있다. 고전이지만 쉽고 간결하게 정리된 이유에서였을 게다. 그리고는 책장 한쪽으로 밀쳐 두었었다. 그러다 어느 휴일 날에 여유를 부리며 한 장 한 장 음미하며 다시 읽다 보니 깊이와 맛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 후, 구기방심(求己放心)할 수 있는 벗으로 곁에 두고 있다. 지난 주말에 다시 펴서 쭈욱 넘기다가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것’ 이라는 글귀에 눈길이 멈췄다. 바로 맹자에 나오는 ‘시인함인(矢人函人)’ 항목이다. 활 만드는 사람과 방패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직업 선택의 중요성을 전하고 있었다.

뭐 눈에는 뭐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요즘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운영 등으로 꿈이니 진로니 직업이니 하는 단어들에 민감해져 있었던 탓인 듯 했다. 시인(矢人)은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고, 함인(函人)은 방패를 만드는 사람이다.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그가 만든 화살이 사람을 상처 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또한 방패를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사람을 보호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극단적인 비교이기는 하지만 직업 선택에 대한 맹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화살 장인과 방패 장인의 인간성은 모두 하늘로부터 착한 본성을 받았는데, 평소 하는 일이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일이든 의미 없는 일은 없다. 수만 가지가 넘는 직업들은 다 있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직업을 선택할 때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 직업이 자신의 본성과 성격을 바꾸게 하는 것은 물론, 사회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업을 선택할 때에는 세속의 기준보다는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인지, 사회에 기여할 만한 일인지를 고민해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꿈도 진로도 대학입학시험 점수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왔음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세계미래학회 발표에 따르면 지금 중학교 1학년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10년 후의 미래 직종으로는 바이오산업, 나노, 인지공학, 환경공학, 풍력, 조력, 원자력 솔라(태양열)등 에너지 관련 산업이 예측되고 있다. 그리고 사라질 직종으로 정치, 국회, NGO, 검찰, 경찰 등 우리 사회가 선호하는 힘을 가진 직종들을 꼽고 있다. 이렇게 시대는 변하고 아이들의 사고방식도 첨단시대로 접어들고 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는 이미 지는 직종으로 예견되어 있는 분야로 아이들의 진로를 안내하고 있는 것이 다반사다. 참으로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어느 치과의사는 학창시절에 수학을 잘해 수학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수학을 잘 하다 보니 다른 과목 성적도 우수해 수능점수가 너무 높게 나와 버린 것이다. 부모와 학교의 권유에 의해 그는 일류 치과대학에 들어가 마지못해(?) 치과의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꿈을 버리지 못해 치과병원 건물에 수학학원을 열게 되었고, 의사보다는 수학을 가르치는 일에 더 행복해 하고 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 어느 택시기사는 평소 꿈이 전국을 여행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운전을 하면서 손님들에게 장거리 갈 일이 있을 때 연락을 달라며 수시로 명함을 돌렸단다. 그렇게 장거리 고객들이 하나 둘 늘어나 일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하고 싶은 여행을 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직업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진정 행복하고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요즘 교육의 화두는 행복교육이다. 행복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꿈과 끼를 찾아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 나갈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학교교육은 결국 진로교육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인생을 ‘B(Birth탄생)와 D(Death죽음)사이의 C(Choice선택)’라고들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죽을 때까지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그러한 선택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선택을 잘하는 능력은 성공적인 인생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학교교육은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열정이 생길 만한 꿈을 심어주어야 한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재능을 발견하여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이 나아갈 인생 방향을 보이게 해주는 건 물론, 잘 선택하면서 아이들 각자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어느 책에선가 농사짓기로 유명한 어느 농부의 농사짓는 방법을 읽은 적이 있다. 농사를 잘 짓는 비법이 뭐냐고 누군가 물었는데, 세상에 그런 비법은 없다고 했다. 햇볕 잘 들게 해주고, 바람이 잘 통하게 해주고, 물 잘 주는 것이 농사를 잘 짓는 방법인데,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시시하다고 하면서 자꾸 비법을 묻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느 것이든 비법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기본을 소중히 하는 것들이 아닌가 싶다. 행복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학교 교육도 바로 거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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