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정부의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전국적으로 1200여개 협동조합이 설립되는 등 양적인 발전에 비해 내실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발전연구원 송두범 박사는 “이런 너무 빠른 협동조합 설립속도에 비해 내실 있는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지역사회발전에 대한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 5일 충남 공주시 고마복합예술센터에서 충남발전연구원(원장 박진도, 이하 ‘충발연’)이 지역재단 등과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컨퍼런스는 바로 “협동조합과 지역사회발전”이라는 주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날 행사는 협동조합으로 명성이 높은 이탈리아 트렌토, 캐나다 퀘벡, 일본 생활협동조합을 비롯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협동조합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와 성공 요인이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안루카 살바토리’ 유럽협동조합․사회적기업연구소장은 “이탈리아 트렌토에는 현재 총 536개의 협동조합, 21개 컨소시엄을 비롯하여 주민 530,000명 중 270,0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16,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등 협동조합 진영의 순자산은 26억 유로로 전체 트렌토 GDP의 15%, 고용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발전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트렌토 지역 협동조합의 성공요인은 자치법령의 제도적 기틀 마련, 사회․문화적 기반 조성 등 자치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고 언급하면서 “트렌토는 협동조합을 통해 △시장 실패 감소 및 경쟁력 강화 △소비자와의 재화 생산․서비스 근접성 강화 △지역공동체 의식 형성 및 사회적 자본 증진 등 경제적․사회적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라드 페론’ 캐나다 퀘벡 지역사회개발협동조합 전.국장은 “퀘벡 협동조합 성장의 성공요인은 협동조합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 지역사회 고유의 원칙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협동조합운동과 정부의 긴밀한 협력 △협동조합을 위한 금융조달과 전문적 지원 △협동조합 간 강력한 네트워킹 등 통합적인 구조가 퀘벡협동조합 발전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다카시 사와구치’ 일본 시민섹터정책기구 이사장은 “일본에는 국제협동조합 연맹이 선정하는 ‘Global 300’에 13개 협동조합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동일본대지진 직후 일본의 모든 협동조합들은 2조원이 넘는 경제적 지원과 1,500톤의 물자지원, 그리고 1일 평균 31,420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를 파견하는 등의 활발한 활동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러한 활동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협동조합들이 지역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으로 기억해야 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원칙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고, 개별적인 협동조합 운동이 아닌 사회적경제라는 거시 담론을 통해 연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충발연 송두범 박사는 “충남의 협동조합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협동조합에 대한 통계자료 미흡으로 정보접근성에 한계가 있고, 비교적 영세한 규모의 협동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민의 60% 이상이 조합원일 만큼 개인적으로 협동조합과 긴밀한 삶을 영위하지만, 지역사회발전수단으로의 활용은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협동조합의 원칙준수 및 정체성 제고를 위한 노력 뿐만 아니라, 기존 협동조합 등이 지원할 수 있는 교육시설 및 전문가 등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이나 자금 지원, 그리고 신규 협동조합과의 사업적 관계시 공동 생산․판매 시스템을 만드는데 협력하는 방안 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충발연 박진도 원장은 “이미 국제협동조합연행은 협동조합의 7번째 원칙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지역사회를 염려하는 마음’을 추가로 채택한 바 있다.”면서 “이번 컨퍼런스는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협동조합 선진국의 운영경험을 통해 충남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정체성 확보와 지역사회 기여 방안에 대한 다양한 대안들을 모색해보는 밑거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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