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한지민예품 - 부채전

연일 뜨거운 폭염과 매서운 태풍으로 힘든 여름을 거뜬히 보내고, 가을바람 솔솔 부는 요즈음 한국의 멋을 담은 <한국화 한지민예품 - 부채전>이 9. 21일부터 27일까지 공주문화원 전시장에서 열린다.

부채하면 어렸을 때 툇마루에서 할머님과 어머님이 부쳐주셨던 둥근 부채가 생각난다. 때론 할머님께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반대로 부채를 부쳐드렸던 생각도 난다.

이렇듯이 부채의 바람은 무더운 더위속의 한줄기 소낙비처럼 뜨거운 여름을 식히는 폭포수였다.

부채는 우리 전통미술의 한 장르로 실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멋스럽고, 해학적이기 까지 한 도구이다.

바람을 일으켜 시원함을 구하고, 불을 피우는 데는 풍구 역할을 하였으며, 일을 하다가 피곤할 때는 깔고 앉아 고단함을 잠시 잊기도 했다.

해로운 벌레를 쫓는가 하면, 햇빛이 부신 것을 막기 위해, 먼지나 찬바람을 막기 위해, 춤추고 판소리를 하는데, 굿을 하거나 액을 물리치고 재앙을 다스릴 때, 궁중이나 사대부 집안에서는 의식이나 의장용으로 사용하였다.

선비들의 출입 시에는 접부채에 다양한 선추까지 장식하여 위엄과 사치를 겸한 필수품이 되었으며, 환자의 약을 다릴 때는 기원을 함께하고,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나면 가리개였고, 유사시에는 몸을 보호하는 무기로 변신하는 아주 지혜로운 물건이었다.

남녀유별의 시대에는 부채를 사이에 두고 예를 갖추어 대화의 묘를 살리는 슬기로움도 있었고, 부채의 종류에 따라 신분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이같은 부채의 기능들은 기계화, 산업화 이후 선풍기, 에어컨의 공장제품에 밀려 자취를 감추며 활용가치가 줄어들었고, 도시화와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급속하게 사라졌거나 서구화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대로 오면서 실용적이기 보다는 예술적인 면은 남았다고 생각된다. 그러면서 부채는 사각형의 획일적인 회화의 무미건조함을 벗어나 작품의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조형성을 갖추면서 한국화 발전에 일익을 더하였다.

일반적인 회화에서는 볼 수 없는 부챗살의 파선이 주는 역동성은 색다른 느낌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 선조들의 멋스러움을 엿보게 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연구하는 창조정신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화 한지민예품전은 2004년 “한국화와 전통민예품의 만남전”, 2005년 “한지와 민예품의 향기전”, 2006년 “전통한지를 통한 한국화전통미술제”를 개최하였고, 2007년부터 매년 <등>, <부채>, <우산>, <연>을 주제로, 다양한 한지민예품을 통하여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왔다.

한국화전통미술제를 추진하고 있는 백인현(공주교대 미술과 교수)위원장은 “그동안 개최했던 8년의 전시회를 바탕으로 우리의 전통미학을 새롭게 조망하고, 작품의 다양성을 통하여 백제역사, 문화예술, 교육의 도시 공주에서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교육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할 것”이며, “우리 전통 한지민예품의 역사적 접근과 학술적 연구, 예술적 창작 작품전시, 그리고 전통 문화에 대한 교육적 연구에 대한 워크숍과 자료집 제작, 학술대회 등을 개최, 그 지평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번 부채전은 이석구(공주대학교 명예교수), 김철성.· 이영수(단국대학교 명예교수), 조평휘(목원대학교 명예교수), 하태진.· 홍석창(홍익대학교 명예교수), 정승섭(원광대학교 명예교수), 심응섭(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 서홍원(창원대학교 명예교수) 등의 원로작가를 비롯한 공주와 충남, 대전의 대학교수와 중견작가 55명의 작품 120여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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