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한국해외문화교류회 사무국장
전래의 우리말을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참으로 우리 민족만의 멋과 맛이 곁들여져 있다. 바리는 말이나 소에 잔뜩 실은 짐을 세는 단위를 말한다. 동은 묶어서 한 덩이로 만든 묶음, 두름은 생선을 10마리씩 두 줄로 20마리를 묶음, 벌은 옷, 그릇 따위의 짝을 이룬 한 덩이, 섬은 한 말의 열 갑절의 수효를 말한다. 손은 고기 두 마리를 이르는 말로 흔히 쓰임이며, 쌈은 바늘24개, 금 100냥, 접은 무, 배추, 마늘 따위의 100개를 이르는 말, 제는 탕약 스무 첩의 분량으로 지은 환약이나 고약, 줌은 주먹으로 쥘 만한 분량, 채는 인삼 한 근(대개 750그램)을 일컫는 말이다. 또한 첩은 한약을 지어 약봉지에 싼 뭉치의 단위, 켤레는 신이나 버선 따위의 둘을 한 벌로 세는 단위, 쾌는 북어20마리, 타래는 실을 감아 틀어 놓은 분량의 단위, 톳은 김100장씩을 한 묶음으로 세는 단위이다. 춤은 가늘고 긴 물건의 한 손으로 쥘 분량, 움큼은 손으로 한줌 움켜 쥔 만큼의 분량, 술은 숟가락으로 떠서 헤아릴만한 분량, 채는 집, 이부자리를 세는 단위이다. 모태는 떡판에 놓고 한차례에 칠만한 떡의 분량, 톨은 밤, 도토리, 마늘 같은 것을 세는 단위, 홰는 닭이 홰를 치며 우는 횟수를 세는 말, 말은 곡식이나 액체 따위의 용량의 단위이다. 모는 두부와 묵 따위의 덩이를 세는 단위, 송이는 꽃이나 눈, 열매 따위가 따로 된 한 덩이, 꾸러미는 달걀 10개를 꾸리어 싼 것, 마지기 논밭의 넓이의 단위이다. 대전광역시 중구청 국어책임관실에서 시민 10여명한테 물었다. 한문으로 ‘일자(日子)’에 대해서 써 보라고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0명중 7명이 일자(日子)를 일자(日字)로 잘못알고 쓰고 있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일자(日子)’로 쓰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만 ‘日字’로 쓰도록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다. 본디 우리말 사전에는 1920년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에 ‘日子’로 바르게 올려져 있었다. 그런데 1938년 <조선어사전>부터 ‘日字’로 바뀌었다. 1980년대 한글학회에서 ‘日字’를 ‘日子’로 바로 잡았는데, 1992년에 나온 <우리말 큰사전>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日子(날수), 日字(날짜)’라고 어정쩡하게 되어 있었다. 다시 1999년에 한글학회에서 <국어사전 바로잡기>를 펴냈는데, 둘 다 일자(日子)로 바르게 자리를 잡았다. 이어 문화관광부 국립 국어연구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도 ‘日子’로 바로 잡았다. 그런데도 일부 우리 국어사전들은 지금도 ‘日子(날수), 日字(날짜)’로 올려놓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아직도 일부는 일자(日子)모르고, 없는 일자(日字)로만 알고 있다. 일자(日字)는 ‘날짜’가 아니라 그 뜻이 일(日) 뿐이다. 차라리 일자로 쓰지 말고 순수한 우리말로 ‘날짜’로 사용하면 좋을 것을 굳이 한자로 사용하기에 그렇다. 이래서 중구의 ‘국어책임관제 운영’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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