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한국해외문화교류회 사무국장
봄, 봄, 봄은 이사철이다. 이때 동네의 부동산 유리창에 흔히 볼 수 있는 말이 있다. ‘전셋값, 삭월세 o칸에 oo백원’ 이라고 써 놓는다. 우리는 이러한 내용의 글자를 대체적으로 무심히 지나친다. 그러나 가만히 확대경으로 들여다 보라? 우리말의 요용과 남용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값은 물건을 사고파는 물건에 일정하게 매겨진 액수나 치르는 돈을 말한다. 물건을 일정한 장소에 맡겼다가 돌려받는 돈과 사고 판 뒤 받는 값과는 다름을 알아야 한다. 전세(傳貰)는 일정한 금액을 주인에게 임시 맡기고 집이나 방을 얼마 동안 빌려 쓴 뒤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값과는 차이가 난다. 돌려받는 돈과 사고파는 돈은 거래의 종료와 시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전세값이 아니고 전세돈 이라는 말이 맞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잘 쓰는 삭월세(朔月貰)라는 말도 있다. 집이나 방의 사용료를 매월 주고받는 돈이다. 그러나 이 말도 틀린 표현이다. 이때의 어법은 ‘사글세’가 맞는 말이다. 한글 표준어 규정에서는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로 굳어져 널리 쓰이는 말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의 하나로 시장의 상치가 본디 어원이지만 우리는 일반적 상추로 부른다. 또 강남콩을 강낭콩으로 부른다. 따라서 전세값이 아니라, 전세금과 전셋돈 또는 전세비용 이라고 불러야 맞다. 금(金) 같은 값진 한글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자. “한글은 금이요, 로마자는 은이요, 일본 가나는 동이요, 한자는 철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동산이나 시설물을 매개로 하여 주고 받는 일을 임대 또는 임차라고 한다. 이는 일반적인 현대사회의 필요한 경제적 수단이다. 이때 서로 주고 받는 행위가 잘못되어 훗날 재판이나 크게 후회 할 일이 있기 전에 서로 확실하게 하는 게 좋다.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것이 있다. 이른바 ‘임대’는 말 이다. 임대(賃貸)는 돈을 받고 자기의 물건을 남에게 사용 또는 수익하게 하는 것을 말 한다. 이에 반하여 임차(賃借)는 돈을 내고 남에게 물건을 빌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박 사장이 어떤 건물을 운영하는데 세입자인 김 사장에게 건물을 빌려주었다. 이는 박 사장 소유의 건물을 김 사장에게 ‘임대’ 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김 사장은 박 사장의 건물에 있는 집기와 시설물을 빌리었다. 이는 분명한 ‘임차(賃借)’ 얼핏 보기에 임대와 임차가 비슷해 보이지만 법정으로 비화하면 문제의 소용돌이에 휩 쌓인다. 따라서 임대차(賃貸借)는 당사자의 한 쪽이 상대방에게 일정한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게 하고 상대방이 그 댓가로 임대료를 지급 할 것을 계약하는 것이다. 늘어만 나는 이사철 혼동(混同. 혼돈→ 태초에 하늘과 땅이 나뉘어 있지 않은 카오스의 상태)을 일으켜 손해를 겪는 일이 없도록 하자. 임대는 윗도리이고 임차는 아랫도리이다. 윗도리와 아랫도리를 구분 못하여 망신살 뻗치는 일이 없어야지. 아암 그렇구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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