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한국해외문화교류회 사무국장
사대주의(事大主義)가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우리말산책 공부를 하면서 새삼 느끼는 바 이다. 우리나라에서 ‘왕’ 자가 들어가면 무조건 한자의 왕(王)자를 갖다 붙여준다. 마치 위대한 중국의 왕(王)이나 된 듯 말이다. 오죽해야 우리말의 ‘왕겨’ 는 벼의 곁겨를 말하는데 우리말 사전을 찾아보면 ‘왕겨(王-)’ 라고 버젓히 자랑스럽게 적고 있다. 한자에 얽매인 사대주의 우스운 사례이다. <표준어국어대사전>(1999)에 ‘王가물, 王감, 王갓, 王개구리 …’ 등 여러개가 올라와 있다. 그것은 왕(王)에 ‘몸피가 큰 것’ 이란 뜻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하자. 그러나 이 말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한자를 꼭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왕서를 우리는 왕(王)뱀 이라고 이라고 하는데, 중국말 왕롄을 일본에서는 ‘오오오니바스’ 라고 한다. 왕(王)을 대(大)로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큰다랑어를 왕웨이 라고 하지만 그것은 중국의 사정. 우리는 왕(王)다랑어라 하지 않는다. 어쭙잖은 한자 때문에 아까운 우리말이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한자 없이도 무슨 소리든 사용할 수 있는 우수한 한글이 있다. 크고 시끄럽게 떠들면 ‘왕왕거린다.’ 하고, 정도가 크면 ‘왕창’크다 하고, 차이가 엄청나게 크면 ‘왕청’ 되고 ‘왕청' 뜨다 라고 하며, 왕벌=말벌의 왕과 말은 크다는 뜻이므로 왕창 따돌림을 당하면 ’왕따 당했다‘ 고 한다. 본디 한자말 왕(王)은 임금, 제후, 우두머리이다. 그러나 왕창 크다는 뜻의 우리말은 왕 과는 말이 다르다. 왕가물, 왕감, 왕갓, 왕개구리 등이 있다. 순수한 우리말 ‘왕겨’를 왕(王)‘라고 할 만큼 우매한 민족은 되지 말자. 때는 바야흐로 약동의 3월이다. 뫼와 들에 각종 푸르런 푸성귀 내음 가득한 달이다. 종달새 우짖고 진달래와 영산홍이 흐드러지게 피는 꽃내음의 달이다. 요즘 시골 장터에 가면 채소전에서 아줌마들이 이렇게 외치는 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요것이 싱싱헌 무공해로 키운 하루나 여유. 어서들 들여가유!” 여기에서 ‘하루나’는 일본말이다. 한자로는 ‘춘채(春菜)’ 이다. 이것을 우리말로는 ‘왜갓(식물․가랏)’이라고 불러야 맞다. 또 시장 건어물전으로 가보면 아저씨들이 외친다. “이 멸치로 다시를 우려내면 국물맛이 최고여유!” 이곳에도 역시 일본말이 깊게 침투한 흔적이 있다. ‘다시’는 일본말이다. 한자로는 ‘출(出)’이라고 하고 우리말은 ‘맛국물’ 이다. 밭에서 나는 수수와 팥을 써서 동그랗게 만든 것을 ‘당고’ 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당고’ 도 일본말이다. 한자로는 ‘단자(團子)’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경단’ 이다. 어린이의 돌잔치에 많이 사용하는 우리 고유의 잔치음식이다. 3월 꽃내음 달. 흰빛과 보랏빛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서 짙은 향기를 잔잔히 내뿜는 꽃을 우리는 보통 ‘라일락’ 이라고 한다. 노래나 시, 심지어 담배 이름에도 라일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라일락은 영어의 (Lilac)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한때는 중국식 이름인 자정향(紫丁香)이라고도 불렀다. 우리말 이름은 ‘수수꽃다리’ 이다. 집에서 애지중지 기르는 잉꼬라는 새가 있다. 잉꼬라는 새 이름은 중국식 이름인 앵가(鸚哥)를 일본사람들이 ‘잉꼬’라고 발음하여 우리나라에 상륙하였다. 우리말 이름은 ‘사랑새’ 이다. 부부가 사이가 좋을 때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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