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사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검찰과 경찰이 특별 불법사금융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제89차 라디오 인터넷 연설을 통해 “불법사채 뒤에 숨어서 협박과 폭행을 자행하며 인권을 유린하는 폭력조직은 발본색원하겠다”했다.

다시 한 번 불법사채를 근절해 고통받는 서민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재확인 한 것이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가 문을 연 뒤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전국에서는 1만300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도내에서도 20여건에 8억원이 넘는 피해사례가 신고됐다. 이 중에는 연이율이 150%에 가까운 고금리에 원금보다 많은 이자를 갚은 피해자도 있다.

보복이 두려워 아직까지 신고를 못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살인적인 고금리나 대출사기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이 여전히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불법사채는 우리 사회를 좀먹는 심각한 폭력행위 중 하나다. 반드시 근절시켜야 하는 사회악이다. 그러나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권 서민금융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불법사채의 유혹을 떨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 중 소득하위 20%는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을 이용할 수도 없다. 그들 중 절반은 빚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불법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금 은행들은 가계대출 창구를 꽁꽁 걸어 잠그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돈 빌릴 데는 없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서민들을 위한 금융지원 시스템 확대와 은행문턱을 낮추지 않는 한 불법사채를 근절할 수 없다.

단속과 엄벌도 중요하지만, 고리 사채라도 쓸 수밖에 없는 잘못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절실하다. 정부는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을 통해 3조원을 풀겠다고 했다.

국내 사금융시장이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영세한 자영업자, 가난한 대학생,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하는 실업자 대책없이 퇴직한 근로자 등 지금 우리 사회에는 약자들이 넘쳐 흐르고 있다.

이들이 급전을 필요로 할 때 기댈 수 있는 언덕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최근 강원도 양구에서 보듯 납치 감금 폭행사건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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