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길을 돌아 한참을 더 오르면 도착하는 비탈길의 작은문을 열고 들어서는 집배원이 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유독 큰 목소리로 부르는 목소리에는 정이 듬뿍 담겨 있다. 신대동에 사시는 성춘화 할머님을 찾아뵙기 위해 틈틈이 이곳을 들르는 정연호 집배원은 할머님의 든든한 아들이다.

가족도 없고 찾아오는 이도 없는 할머님께 찾아와 밥도 해드리고 청소도 해드리며 가족으로 지낸 세월이 벌써 3년이 넘었다.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성할머님은 고령의 나이에 귀도 잘 들리지 않아 정부보조금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다.

성할머님을 뵐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정집배원은 찾아가 먹거리를 챙겨드리고, 허리를 다치신 할머님을 위해 병원도 모셔다드리며 할머님의 건강을 보살펴 왔다.

“독거노인분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건 찾아주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과 손길이지요,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그리워하시는 분들에게 자주 찾아뵙고 안부를 여쭈어 보는 일만으로도 큰 힘을 드릴 수 있어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하루 종일 적막 속에서 홀로 계셔야하는 할머님에게는 무엇보다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일이 가장 큰 위로가 되지요”

우체국 365봉사단원이기도 한 정집배원은 작은 것부터 나눈다는 신념으로, 솔선수범하여 봉사활동에 참여해 왔다.

주위에 계신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들의 집을 찾아뵙고 돌봐드리며 어려운 사정에 가슴이 아팠다는 정집배원은 그분들을 위해 늘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지를 고민해 왔다.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때면 어려운 청소년들을 초청해 작은 고기파티를 열기도 하고, 독거노인분들이 거주하시는 낡은 집을 고쳐드리고, 도배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몇 해 전부터는 아내와 함께 효성의집(서구 갈마동)을 정기적으로 찾아 목욕봉사, 식사봉사 등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며 새로운 가족이 많이 생겨 기쁘다는 정집배원은, 그분들의 아들로 함께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전하며 오늘도 독거노인의 희망전도사로써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 있다.
이 기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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