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에 밀리는 우리말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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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우영 작가. 한국해외문화교류회 사무국장

월드컵 같은 국제적 스포츠 행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중매체인 매스 미디어의 역할은 중요하다. ‘포스트 월드컵’ ‘시너지 효과’ ‘인프라’ ‘세리머니’ 같은 단어들은 우리말로 옮겨 보려는 고민을 거칠 겨를도 없이 어느새 일상 생활속에 파고 들고 있다.

에어로빅, 디스코테크, 패션 쇼 등과 같이 마땅하게 사용할 언어가 없어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그러나 아직 정착하지 않은 외래어는 순수한 우리말로 바로 사용하는 것이 한국다운 주체성을 갖는 일이다.

예를 들면, A매치→국가간 경기, 골 세리머니→득점 뒤풀이,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표준, 내셔널 트러스트→국민 신탁, 네거티브→줄거리,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의무, 멀티플렉스 극장→복합상영관,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 서포터스→응원단 또는 후원자, 패널→토론자 등과 같이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한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경영하는 기관, 단체에서도 예를 들면 ‘해태’ ‘이유’ ‘각하’같은 일본식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법조계는 이런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래야만 권위가 더 서는 것일까?

이러한 폐단을 간파한 정부는 2005년 말 부터 다행스럽게도 전국의 각 광역과 지방자치단체에 ‘국어책임관’ 제도를 운영 아직도 덜 순화된 행정용어들을 바른 국어로 안내하고 있다. 각 자치단체 ‘국어책임관실’에서는 각종 공문서 작성시 덜 순화된 외래어를 비롯하여 어색한 글이나 말 등 딱딱한 문자들을 순화하여 사용하도록 산하 관계기관, 단체에 알리고 있다.

유명한 역사 인물 생가에 가면 OOO 나신 곳 이라는 표지판을 자주 본다. 예전 같으면 출생지(出生地)나 탄생지(誕生地) 란 말을 썼다. ‘고수부지’가 ‘둔치’가 되고 ‘노견’을 ‘갓길’로,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나들목’으로 변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여러 분야에서 바른 우리말 사용이 뒤로 밀려나 있다. 그 예의 하나는 하늘을 가르켜 허공(虛空)과 공중(空中)이라는 오류가 있듯이 말이다. 녹음짙은 신록의 여름에는 포도나 칡, 수박처럼 줄기가 곧게 서지 않고 땅 위를 기거나 담에 붙어 자라나는 식물의 줄기를 ‘덩굴’이라고 한다.

여기서 넝쿨은 다른 말인가? 하고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덩굴과 넝쿨 둘 다 맞는 말이다. 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쇠고기’는 어떠한가? 쇠고기의 ‘쇠’는 ‘소의~’의 준말이다. 쇠기름, 쇠가죽, 쇠머리, 쇠꼬리 등이 있다. 그러나 한국어문 표준어규정(1988년 1월)은 소기름, 소가죽, 소머리, 소꼬리 등도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소도둑이나 소장수, 소달구지 등은 소의 부산물이 아니므로 ‘소의~’의 함축 형태인 쇠도둑, 또는 쇠장수, 쇠달구지로 사용하면 안된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는 날씨를 보고 ‘가물, 가뭄’, 아이들이 예쁜 새 옷을 ‘고까, 꼬까, 때때’, 헝겊이나 종이의 조각은 ‘나부랭이, 너부렁이’라고 부른다. 이는 발음과 언어가 비슷하여 복수표준어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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