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지어 무료로 드리지요

김우영 케리커쳐.JPG -한국해외문화교류회 사무국장-

긴 머리칼, 청바지에 키타를 어깨에 둘러매고 전국을 휘젖고 다니던 푸르디 푸른 젊은 날. 서울 종로 주막거리에서 술을 마시면서 우리는 미래에 대하여 얘기하곤 했다. “나는 결혼하여 딸애를 낳으면 ‘귀우리’라고 이름을 지어야지. 그리고 운수 대통하여 아들을 낳으면 ‘해가’라고 짓자, 허허허 ……?” 여기서 해가는 하늘의 ‘해‘인데 하는데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우주의 조화를 뜻한다. 그 당시 가까이 있는 어느 사람의 애명(愛名)은’ 는개(안개보다 좀 굵은 비/연우/(煙雨)-안개처럼 뿌옇게 내리는 가는 비)였다. 유난히 속눈썹이 길어 애수에 젖는듯한 는개비에 젖은 눈썹의 소유자를 부르는 살가운 애칭이다. 언제부터인가 주변의 지인들한테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곤한다. 수원골에 최글이, 서울 장안의 이글내, 서천골 박산벗, 장항의 강노을, 빛고을의 이두레, 부산 해운대의 강물퍼, 달구벌 갯고랑처사, 전주골 이고선사(구름을 머리에 이고), 추풍령에 박고개, 온양온천에 물그늘, 한밭벌에 별그늘, 늘풀든, 늘손지, 리시갈(시의 밭갈이), 이부름(성악가), 김달림(마라토너), 고운소리(대금연주자),고요소리(시낭송가),지킴이(봉사자), 이참살(웰빙), 펼침이(활동가), 어진시인 등이다. 서울에서 자취 할 때 책을 좋아하는 친구 ‘ㄱ ’를 ‘글손’이라고 애칭을 지어줬다. 그 친구는 손에서 책이 떠나질 않았다. 화장실, 밥상, 이불속, 버스안, 거리에서 등 늘 손에는 책이 들려있었다. 글손 애칭에 작명에 대한 답례로 종로 주먹거리에서 술을 마셨다. 동동주를 항아리째 끼고 앉아 왕대포잔으로 둘이서 권커니 잣커니, 곤드레 만드레를 줄기차게 외쳤다. 그 후 나의 술타령 애칭은 왕손이 되어 종종 왕대포를 놓고 글손과 왕손의 해후가 이루어진다. 그로부터 지인들의 아호나 필명을 순우리말로 지어주기 시작하였다. 시 잘 쓰는 친구 시갈(시의 밭갈이), 수필 잘 쓰는 친구는(글술술, 풀림), 소설 잘 쓰는 친구는 소갈(소설의 밭갈이)등으로 불렀다. 자연을 좋아하는 문인에게는 주로 구름, 안개, 는비, 가랑, 오랑, 해달(해와 달),솔아,울밑,싸리비,강바람,산아,눈꽃,들녘,냇물, 샛고랑 등으로 지어 주었다. 꽃을 좋아하는 분 에게는 산꽃, 안개꽃, 난향, 초록이, 무궁화 등으로 지어주었다. 또는 너나들(너와 내가 아닌 가깝게 지내는 우리들),한울(한민족 울타리),리랑(아리랑의 준말), 한맑쇠, 길손, 나그네 등이다.
문예지를 내면서 글냄이(발행인), 판짠이(편집장),바로 잡은이(교정과 교열),판박이(인쇄인),책 나눔이(배포), 글 헤아림(독서),글 키 대보기(합평회),글쓴이 차림표(회원명단), 따로 붙인 글판(별책부록)등이다. 권두언은 머리말, 편집후기는 꼬리말, 남긴 말 등이다. 문학의 밤이나 시 낭송 행사의 개회사는 들어가며, 또는 한 마당 머리를 풀며, 폐회사는 마무리 또는 나가며 로 정하여 운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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