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종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아바타’란 영화를 얼마 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아바타’는 흥행수익이 27.6억 달러로 영화사상 최초로 2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라고 한다. 영화는 지구 에너지 자원의 고갈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행성에서 대체자원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과학문명을 등에 업은 인간의 反자연·反생명적 이기심에 맞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토착민 나비족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각에선 이런 영화 속 사회적 트렌드를 “수퍼맨의 시대에서 아바타의 시대”로의 전환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농업은 작은 영농규모와 높은 경영비 등으로 인해 저가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경쟁이 어려운 실정이며, 최근 자유무역협정의 확대, 구제역 파동, 기상재해 증가 등 농업에 대한 위협요소가 증가되어 농업이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한국농업이 지속적인 침체의 길로 접어들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재도약을 할 것인지 선택의 시점에 우리는 아바타의 성공요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자연 친화성은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도 점차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건강을 우선시 하면서 귀촌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생활 속에서 친환경 방식을 적극 수용하는 방향으로 생활의 패턴이 변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자제품에도 옥수수, 마 등의 친환경 소재가 사용된다. 삼성전자가 2009년 북미시장에 출시한 리클레임 폰은 휴대폰 커버에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였다. 가격위주의 경쟁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고품질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농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제 우리농업도 대중문화를 통해 고객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고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경계나 영역에 얽매이지 않는 끊임없는 창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영화 속에서 나비족이 지닌 다른 종족과 동식물 등 자연 속 모든 생명체와의 소통 지향적 문명은 이를 관람하는 관객이 느끼는 가장 중요한 매력점이다. 반면 인간의 조직은 명령과 복종, 의심과 상호 감시의 체제로 오늘날 조직이 지니는 일반적인 병폐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농업도 이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통해 소비자와 관련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소통함으로써 친밀감 및 신뢰감을 형성해 나아가야 한다. 충남의 한 농장에서 다양한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여 소비자와 진솔한 소통으로 농산물의 40%를 전자상거래로 판매함으로써 연매출 2억원의 성과를 올린 예가 대표적인 본보기이다. 우리 농업에서도 창조적인 역발상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기존의 1차적인 농업생산방식에서 벗어나 2·3차 산업화되는 농식품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는 융·복합을 통해 이 모두를 아우르는 6차 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분야의 연구개발을 기초로 한 기술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비하는 대체 에너지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농업 분야도 최근에는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영화 ‘아바타’를 거울삼아 우리 농업이 자연친화적인 몸에 소통과 참여의 옷을 입고, 창조적 역발상의 기술로 무장한다면 세계 어느 나라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농업과 농촌이 비룡승운(飛龍昇雲)하는 꿈을 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