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과 우리말 이름 상호

김우영 케리커쳐.JPG - 한국해외문화교류회 사무국장 김우영 -

내가 좋아하는 소설「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소설가 현기영님이 쓴 장편소설이다. 여기에서 ‘숟가락은 곧 밥이지요. 밥은 곧 삶 이고요’ 라고 인용하고 있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우리의 끈끈한 삶과 함께하고 있다. 모양새가 숟가락은 긴 손잡이 둥근 주걱 형태요, 젓가락은 가늘고 길게 평행선을 이룬 물건이다. 그런데 왜 똑같이 우리게 중요한 물품인데 숟가락은 받침에 ‘ㄷ’을 사용하고 젓가락은 받침에 ‘ㅅ’ 을 쓸까? 모양새나 용도, 발음까지 비슷한 이 물건들이 왜 받침을 달리 사용하는지 궁금 할 것이다. ‘숟가락’은 ‘밥 한 술’의 ‘술(밥 따위의 음식물을 숟가락으로 떠 그 분량을 세는 단위)’에 ‘가락’이 붙은 말. ‘술’의 ‘ㄹ’이 가락과 붙으면서 ‘ㄷ’으로 변했다. (한글 맞춤법 제29항 참조) [술+-ㅅ+가락] →숟가락의 형태이다. 이런 예로는 ‘이틀→이튿날’ ‘사흘→사흗날’ ‘삼질→삼짇날’ ‘풀→푿소’ ‘설→섣달’ 등이 있다. 반면 ‘젓가락’은 한자로 ‘저(箸. 젓가락을 줄여 쓴 말)로 쓰기도 한다. 이 말에 ‘가락’이 붙으면서 말을 연결할 때 사이시옷 [저+-ㅅ+가락]가 들어갔다. 빗자루, 찻잔 등과 같은 경우이다. 얼마 전 어느 한글연구자를 만나 식사하는데 웃으며 말한다. “김 선생님, 숟가락은 움푹 파인 모습이 ‘ㄷ’처럼 보이니 받침을 ‘ㄷ’으로 쓰고, 젓가락은 반찬을 집거나 벌릴 때 모양이 ‘ㅅ’처럼 보여 ‘ㅅ’을 사용한답니다!” “오, 그래요……!” 서울이나 부산 대전 등 대도시 상가를 가면 온통 외래어 상호로 즐비하다. 이젠 그 여파가 시골읍면까지 침투 웬만하면 외국어 간판이다. 인터넷 점포와 이메일 상 가를 시골할머니들은 ‘인두질 점포’ ‘이마을 상가’로 엉뚱한 발음으로 부를 정도이다. 요즘은 땅이 좁아 단위 면적당 건축비를 절감하기 위해 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이름 또한 생전에 들어보지 못한 긴 외래어나 이상 야릇한 이름이 등장한다. 도회지의 자녀 아파트를 찾는 시골 어른들이 집 이름을 외우질 못하여 보따리를 하나씩 들고 도회지 아파트 주변을 방황하기가 일쑤라고 한다. 다행이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 한글을 모범적으로 사용하는 업체들이 있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또 어느 지역에서는 우리말로 상호 사용이 늘고 있고 이들을 대상으로 시상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해무리집, 달무리집, 별무리집이란 자연이름을 지닌 단체식 업체가 있는가 하면, 이바돔(이바지 음식)이란 이름진 요식업체가 있었다. 에움길이란 상호를 가진 떡집은 굽은 길을 뜻한다. 조롱박 수제비 전문점, 희나리(마르지 않는 장작)란 이름으로 상호를 짓기도 했다. 꽃다지란 음식점 이름은 어린 오이, 호박, 열매 등을 뜻하며 맑은 샘 등으로 상호를 지었다. 또 밝은미소라는 상호는 치과병원의 상호로 지었으며, 살결과 살갗 다듬는 의원은 피부과 의원의 상호이다. 갈마지기는 논밭 넓이 단위의 뜻으로써 살충제, 비료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