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jpg - 박현출 농촌진흥청장 -

‘코리아 엔젤’이라는 말이 있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독일로 취업이민을 가서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던 어린 간호사들을 현지 언론이 부르던 말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수천 명의 광부와 간호사를 독일로 보내야 했고,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그들의 임금을 담보로 삼아 경제발전에 필요한 차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채 지나지 않은 2011년 겨울, 대한민국은 부산에서 OECD와 공동으로 세계개발원조 총회를 개최하였다. ‘두 손으로 주는 따뜻한 원조’를 핵심으로 하는 부산선언을 이끌어 내며, 경제원조가 실질적인 경제개발로 이어지도록 정책 방향을 바꿀 것을 강조했다. 도움을 주는 나라의 입장뿐만 아니라, 원조를 받는 나라의 절박한 심정까지도 헤아리는 우리나라의 역할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원조를 받아본 경험이 있기에 개발도상국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다.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받기를 원하는 개발도상국들이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까지 계속 늘어나는 이유도 이런 동류의식(同類意識)이 근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발도상국가들의 빈곤과 기아해결을 위해 이제 우리나라가 나설 때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농업·농촌 개발 경험과 기술은 이들 나라들을 충분히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70년대 통일벼 개발로 국민의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하였고, 80년대 백색혁명을 통해 사계절 신선한 채소를 생산함으로써 국민의 먹을거리를 해결하였다. 특히 새마을운동을 비롯한 성공적인 농촌개발 경험은 마치 가뭄에 단비처럼 개발도상국 경제성장 동력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은 식량생산의 성공모델’이며, 이제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량을 쏟을 때가 되었다. 실례로 우리나라는 아프리카 알제리에 씨감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조직배양과 수경재배기술 등 씨감자 생산 핵심기술을 지원하였다. 우리 연구진을 파견하여 땅에서 생산하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깨끗한 물속에서 질병 없이 씨감자를 생산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형 씨감자 생산기술로 지난 3년간 약 9만 4천개의 씨감자를 생산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아프리카 사막기후에서도 씨감자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씨감자 생산기술 지원으로 알제리는 주식(主食)의 하나인 감자생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매년 약 1억불 정도의 씨감자 수입비용을 점차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에는 배추, 오이, 고추 등 우리나라에서 육종한 채소종자를 베트남 농가에 보급하여 농가소득을 향상시켰고, 한류 바람을 타고 김치페스티벌을 개최하여 농업 기술 뿐만 아니라 음식문화까지 소개하여 우리나라 국격(國格) 제고에 크게 기여하였다. 과도한 원조물자는 오히려 개발도상국의 자립의지를 꺾고 농촌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 스스로 빈곤·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농업기술을 함께 나누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이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이웃에게 음식을 전해 줄 때도 가장 예쁜 쟁반에 담아 두 손으로 전해 주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국가간에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때는 마땅히 두 손으로 정성스런 마음을 담아야 할 것이다. 수원국(受援國)의 자립과 발전을 돕는 농업기술 지원은 그 어떤 부자가 줄 수 있는 금, 은 보화보다 위대하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