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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중소기업청장

며칠 전 우리나라 제품의 품질경쟁력이 07년 이후 하락세에 있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스위스 일본 미국 등 상위그룹의 품질경쟁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 등 후발경쟁국이 급속한 속도로 우리의 품질수준을 따라 잡고 있어서 걱정이라는 것이다.

선진국과 후발국의 사이에 끼여 우리 나라가 경쟁력 기반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 재벌총수가 이 ‘샌드위치 위기론’을 제기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적이 있다. 이번에 같은 차원에서 제기된 우리 제품의 품질수준 문제도 우리 산업계가 처한 입지를 돌아보고 귀 기울여야 할 소리이다.

굴지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가 품질문제로 커다란 홍역을 치른 것이 불과 1년 남짓 전의 일이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는 우리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소식이 이어졌고, G20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우리의 국가적 위상도 올라갔다. 최근에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우리 기업에 대한 세계시장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회사들이 우리의 부품소재 중소기업을 찾아오고 있다. 그것도 일시적인 거래선을 타진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투자를 염두에 두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잘 된 일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 왔기 때문이다. 품질을 예로 들어보자. 중소기업의 품질관리를 위해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사업이 “싱글 PPM 품질혁신운동”이다. 제품 불량률의 수준을 100만개 중에 9개 이하, 즉 한 자리수로 줄이자는 것이다.

이 운동의 전신이 된 것은 불과 10여 년전의 “100 PPM 운동”이다. ‘100 PPM’과 ‘싱글 PPM’의 차이는 ‘국내 최고’와 ‘세계 최고’의 차이이다. 지금 싱글 PPM 품질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3,000여 중소기업은 대부분 국내 대기업의 협력 중소기업이다. 우리 대기업이 만드는 세계 일류상품에는 우리 중소기업의 일류 부품소재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중소기업들이 세계적 기업들의 주목을 지금 받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 특허침해를 이유로 삼성을 제소했다는 것이 큰 이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군림하는 강자들의 대결을 보며 우리 중소기업이 살 길은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중소기업이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은다. 남과 비슷한 물건만 만들어 서는 성공할 수도 오래가지도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고부가가치는 독자성과 우월성에서 생겨난다. 남이 만들지 못하는 것을 만들거나, 남들보다 월등하게 좋게 만드는 것이 고부가가치화 전략이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있다. 평안할 때에 위기를 대비하라는 말이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주가지수, 우리에 주목하는 세계의 시선들 속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지금이 곧 기회이자 위기라는 생각으로 부단히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세계시장을 발로 뛰는 것만이 우리 중소기업이 이 좋은 기회를 잘 살려나갈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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