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여학생 집단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사실상 무죄판결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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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진보신당 대전시당 대변인

오늘 오후 대전지방법원 가정지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내려졌다. 무려 열 여섯 명이나 되는 남학생들이 한 달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지적장애 여학생 한 명을 집단 강간했는데도, 겨우 보호자 위탁,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 40시간 수강, 1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한 것이다.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사실은 가해를 주도한 가해자가 그간 재판 과정에서 가정법원으로 송치되자마자 태도를 바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쁜 행동을 보였는데도 이런 솜방망이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라. 이 사건을 학생 시기에 젊은 혈기를 이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철없는 사건으로 마냥 넘길 수 있는 것인가? 저항하기 힘든 지적장애여학생을 표적으로 삼아 유인해서 무려 열 여섯 명이나 되는 가해자들이 아직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계획적으로 장기간 강간하는 이토록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더 경악스럽지 않은가?

이번 판결에 있어서 가해자들의 부모 대부분이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심지어 수능 시험을 이유로 재판이 연기되기도 했다.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 일이다. 부모 잘 만난 누군가의 앞날은 중요하고,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누군가의 앞날은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 누군가는 집단 강간으로 평생에 가까운 긴 시간을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야 하는데. 저항도 제대로 못하는 누군가에게 그런 끔찍한 일을 겪도록 한 자기 자식들이 대학 가는 게 그 잘못을 깨닫게 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단 말인가. 그런 식으로 대학 간다고 사람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자신보다 약자인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대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로 나이를 먹고 재력과 학력으로 포장한 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히 사회에 나서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오늘 대전지방법원 가정지원은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명판결을 내렸다. 장애여성을 대상으로 아무리 끔찍한 일을 주도하고 저질러도 빵빵한 부모 잘 만난 미성년자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길이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거 알고 있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이 눈가리개 아래쪽으로 누가 누군지 사실은 다 보고 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 이렇게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를 똑똑히 보여줘서, 젊은 사람들한테 이 세상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좋은 거 가르쳐줘서, 눈물나게 고맙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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