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와 각 지자체에서는 예산을 심의중이거나 심의 확정했다. 그런데 이들이 심의하거나 의결한 예산이 편가르기 예산, 졸속 심의한 쪽지예산, 끼워 넣기 예산, 지역구 생색내기 예산이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본래 예산은 정부의 각 부처와 지방의 지자체단체가 차기년도의 예산안을 정부의 예산부처에 제출하면 정부는 이를 평가해 우선순위를 정하여 1차로 계수 조정한 후 편성한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은 국회 예결위를 거쳐 계수조정이 끝나면 본회에 상정해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정부 예산을 체계적으로 편성하여 심의.의결하는 것은 기본적인 살림살이 외에도 각 지자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중앙정부가 미리 파악하여 그 중요도에 따라 예산을 배정해 집행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상정된 예산안은 당리당략과 지역구의 생색내기, 쪽지, 로비로 인해 폐기되거나 증액되기 일쑤이다. 한마디로 지자체나 정부의 절차적 심의 없이 편가르기나 졸속심의로 편성되는 경향이 많다. 이렇게 반영된 예산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감시도 적고 해당지자체가 알아서 집행하는 예산이다. 그래서 낭비적이고 전시성 예산이 많다. 결국 이러한 예산으로 낭비되는 세금,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힘겨루기로 예산안국회가 파행됐다. 그러다가 김정일의 죽음으로 남북문제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여론이 두려워 지난주부터 예산국회가 정상화 되어, 현재 예결위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30일까지 통과되리라 예상된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회동’을 통해 ‘청장년층 취업활동 수당 신설’ 등 소위 ‘박근혜 예산’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부 측의 난색표명으로 연기되었다. 정부제출 예산안이 국회 상임위 심사가 이미 끝나고 계수조정 단계에 들어가는 것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수정예산안을 제출해야 되는데 이는 헌법 제54조 제1항과 국회법 제84조 제1,2항 국가재정법 제35조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야당에서는 한나라당이 예결위 계수조정 막바지에 이렇게 예산 끼워 넣기를 하는 것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힘을 실어주어 당의 존폐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총선 및 대선용 정치 쇼’에 불과하다고 성토하고 있다. 또 각 지자체의 장이나 고위 공무원들이 예결위 의원들에게 부탁하는 이른바 쪽지예산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내년 총선을 위해 지역구에 생색내기 예산이 반영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근 대덕구의회는 대덕구청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현 구청장의 구정업무 홍보예산과 현장행정 예산을 모두 삭감해 그야말로 발목잡기 예산심의가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됐다. 이에 대덕구는 “이성을 잃은 예산삭감이라”며 “정치적 목적에 따른 예산삭감이라”고 의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문제의 발단은 얼마전 대덕구의회가 내년도 구청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면서 구정소식지(대덕&라이프)예산 전액삭감, 소규모 주민편익사업비 대폭삭감, 대청호마라톤대회 전액삭감, 도시농업 장려사업, 사회복지시설 위문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소속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을 물먹이려는 선진당과 민주당 소속 구의원의 정치적 목적에 의한 예산심의로 구민 복지향상을 위한 신규 시책은 물론이고 20여년간 지속돼온 구정시책 등의 추진이 불가능해지거나 추진여부가 불투명 하다는 게 정용기 대덕구청장측의 입장이다.

지난 1989년부터 지속적으로 발간해 오던 구정소식지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내년부터 대덕구보의 발간이 중단된다. 이는 구민들의 알권리 침해이다. 지금의 청장이 만들었다면 문제이지만 이전 청장이 만든 지역민들의 구정소식지를 일방적으로 발행을 중단시키는 것은 구청장의 치적 알리기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구정소식에는 해당구청장의 치적도 실리겠지만 지역 미담, 평생학습, 주민참여, 보건위생, 공지사항 등을 전달하는 구민과의 소통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불합리한 내용을 특정해 제외시키는 것은 몰라도 구민과의 소통창구를 아예 틀어막아 구와 구민간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구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국회나 의회가 편가르기, 치적쌓기, 생색내기, 쪽지예산으로 졸속예산이 편성되어 정부나 지자체를 운영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예산낭비나 알권리 침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과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그 책임은 해당 의원들이 져야한다. 그리고 국민들과 지역민,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의 감시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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