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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현 조달청 구매사업국장

최근 ‘동반성장’이 화두다. 동반성장은 ‘성장’에만 무게를 두었던 기존의 산업화 패러다임을 넘어, 이제는 성장의 기회를 나누어 ‘함께’ 발전하자는 취지를 더한 열린 의미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동반성장을 통한 공정사회 실현을 위해 다양한 정부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조달청도 올 한 해 공공조달시장에서의 공생발전에 역점을 두고 다수공급자계약 제도를 운영했다.

다수공급자계약(이하 MAS, Multiple Schedule Awards)은 조달청이 다수의 업체와 상용된 물품에 대해 연간 단가계약을 체결하고, 각 공공기관에서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듯이 별도의 계약절차 없이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쉽게 구매하는 제도이다.

조달청은 되도록 많은 중소기업에게 공공조달시장 참여기회를 부여하고, 공공기관의 선택폭을 확대해 다양한 수요에 응하기 위해 지난 2005년도 MAS제도를 도입했다. MAS는 과거 중소기업에게는 높기만 했던 공공조달시장의 문턱을 대폭 낮추어 거래실적 3건 이상, 신용평가 B-이상인 업체라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그 결과 MAS 참여업체는 지난 2006년도 982개 업체에서 2011년도 11월말을 기준으로 4,452개로 4.5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98.3%인 4,378개 업체가 중소기업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다수공급자계약이 중소기업의 공공부문 판로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도입 시기보다 현재 3.5배 이상 규모가 확대(49,964억 원, ‘11.11월 기준)된 MAS 시장에서 98.5%의 물품이 중소기업 제품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단지 등록에만 그치지 않고 73.8% 이상을 중소기업으로부터 구매하고 있음도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이는 초창기 전체 MAS실적의 26.6%에 불과했던 중소기업제품 구매비중이 약 3배나 증가한 것으로 이러한 배경에는 조달청의 MAS를 통한 동반성장 정책이 있다.

예컨대, 조달청은 종합가구생산이 가능한 중견기업 위주로 납품되던 공공부문 가구구매에 대해 소품종만 생산하는 영세가구업체들이 경쟁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공동수급체를 구성,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복수물품의 MAS 가구류 구매 시 2단계 경쟁의 32.7%에서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소품종 가구업체들이 참여하는 등 중견가구업체와 활발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부문 소모성 행정용품 (MRO)사업에서도 동반성장을 위한 MAS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즉, 입찰참가자격의 완화를 통해 10개 권역별로 24개 MRO업체를 선정, 2~3개 대기업이 독점적으로 공급하던 것을 지역 중소 MRO업체의 경쟁적 공급구조로 전환하고 중소기업들에게도 조달납품 기회를 확대했다.

또한, 조달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확보하기 위해, 무늬만 중소기업인 대기업 관계회사 등의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에 부정하게 참여하는 것을 차단했고, 공공기관이 되도록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 참여기회와 구매비중의 확대로 미루어 조달청의 다수공급자계약이 공정경쟁과 약자배려를 통한 공생발전에 유효한 제도임에 분명하다. 다만, 부실업체 진입문제나 계약 과정 중 업체의 불공정행위 등 MAS 정착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일부 발생하고 있어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다. 더불어 우수한 중소기업들이 공공조달시장에서 우대되고, 이를 기반으로 동반성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매시책도 병행할 것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는 있지만, 오래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 동행자와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여행길의 정취를 만끽하며 같이 간다면 아무리 먼 길도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갈 수 있다. 공생발전이란 결국 어느 광고 문구처럼 ‘같이’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보다 멀리 ‘같이’ 가는 상생의 길을 걸을 때, 조달청이 이들의 동행이 더 즐거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때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에서 동반과 성장을 놓고 갈등하기도 하지만,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을 통한 공정사회 실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공공조달시장에서 대·중소기업과의 접점에서 공생발전 실현 과제를 직접 수행하는 조달청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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