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행정구역개편 계획에 따른 통합건의안 제출 마감시기가 연말로 다가왔다. 전국적으로 21개 지역 50개 시·군에서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통합대상 지자체 중 모두 찬성하는 곳은 충북 청주·청원 2개 시·군에 불과하다. 대부분 시.군이 통합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정부 주도로 추진중인 행정구역 개편이 2009년 처럼 속 빈 강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내부는 물론 지역과 지역 간 갈등까지 나타나 되려 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문화와 정서적 이질성이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지역은 흡수통합 우려와 쓰레기 처리장·화장시설 등 혐오시설의 유입 가능성도 통합을 지지부진하게 하는 요인이다. 지역간 통합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주민 주도로 생활권 중심의 통합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치적 이해 득실이 전제된 통합은 주민간 불신과 반목만 깊어지게 할 뿐이다. 실제로 주민들 주도에 의해 1998년 통합된 전남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의 경우 시 청사가 세 곳으로 분산된 문제를 제외하고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지난해 통합된 경남 창원·마산·진해의 통합 창원시는 1년이 조금 지난 현재 창원시의회가 통합 이전의 창원, 마산, 진해 3개 시로 다시 분리하자는 촉구안을 의결하는 등 통합 진통을 겪고 있다. 시의회뿐 아니라 마산·진해 시민단체와 주민들도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양도시의 통합에 대한 가장 큰 차이는 주민이 주도했느냐, 아니냐다. 통합을 결정한 주체가 다른 것이다. 여수시는 주민 발의를 거친 자율적 통합을 이뤘으나 창원시는 시의회 결정으로 행정구역이 통합돼 분란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 주도로 생활권 위주의 지역간 통합논의는 찬성율이 높아 진행이 원활 하다. 여수가 그랬고 충북 청주와 청원이 그럴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여론조사에서 청주시민 85.3%, 청원군민 70%가 통합에 찬성했다. 청주·청원은 청원군이 청주시를 감싸고 있는 도넛형태의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한 뿌리다. 청원지역 학생들이 청주시내 학교를 다니고 청주시내 한복판에 청원군청이 위치하는 등 생활권도 동일해 통합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큰 편이다. 반면 전북 군산시가 추진하는 군산·김제·부안·충남 서천 통합 안은 생활권이 확연히 달라 통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천군은 지역의 역사성과 고유성, 생활권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이다. 지난달 통합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많았다. 김제시와 부안군도 새만금을 둘러싼 경제권 형성에는 동의하지만 행정구역 통합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충남도청이 이전하게 될 예산.홍성지역의 통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도청소재지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발생될 어려움을 효율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과 향후 서해안 중심도시로의 성장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역사성과 고유성, 그리고 일부 정치적 입장이 편승 하면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행정구역 통합은 단순히 행정구역만 합치고, 도시의 이름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주민의 삶과 도시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다. 정부가 당초 발표했던 일정규모의 인구단위 중심의 통합은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으로 지역별 전통을 사장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정치적 일정에 꿰맞추려는 행정구역 개편은 안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주민의견과 편의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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