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무시하는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

주민여론 무시하는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 ‘주민은 안중에도 없는가?’’
한 대수 자치행정 부장

최근 일부 지방의회에서 의원들의 의정비 인상에 주민여론조사를 실시하여 반대여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상을 간행해 지역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해당지역 주민들이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을 반대하는데도 자신을 선출해준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정비를 인상하려면 애당초에 그냥 올리지 왜 여론수렴은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방의회 10곳 중 4곳이 의정비 인상을 강행하고 일부지역은 여론에 밀려 인상을 접거나 아직도 만지작거리는 의회는 주민 눈치보기에 급급해 하고 있어 그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일부지역은 의정비를 인상하고 여론에 부딪히자 인상안을 없던 일로 해놓고는 사과한마디 없이 마치 크게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생색을 내는 것이 목불인견이다.

현재 지자체의 의정비 인상러시에 해당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일부지역에서는 눈치를 보다가 의정비 인상을 없던 일로 해 일단 의정비 인상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그러나 충남의 계룡시 와 공주시, 대전의 유성구와 동구, 중구는 반대여론과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의정비 인상을 강행해 눈총을 사고 있다. 지방의회 10곳 중 4곳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 비난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주시와 계룡시의회는 지난 31일 의정비 6.2%를 인상해 주민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기존금액에 11.2%인상안을 요구했으나 이날 심의위원회에서 5%를 삭감한 6.2%인상을 의결했다. 물가보다 높은 금액이다. 더욱이 이는 행안부기준 3.201만원에 초과된 금액으로 재정자립도 22.8%의 계룡시가 공주시 등과 함께 의정비를 인상, 서민들의 경제난을 이유로 동결하는 타시군과 대조를 보여 시민들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 몫만 챙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전의 유성구의회는 주민들의 여론조사를 무시하고 당초의 의정비 인상안인 2배이상을 올려 유성구의회는 여론들의 몰매를 자초했다. 대전 유성구 의정비심사위원회는 최근 내년도 구의원 의정비를 책정하기 위한 여론조사에서 ‘3.5% 인상안’을 제시했고, 응답자의 72.5%는 ‘인상폭이 높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유성구의회는 구민들의 여론조사를 무시하고 의정비 인상안보다 두배가 넘는 7.4%를 인상키로 결정해 주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게다가 유성구의회는 의원 3명이 지난 9월 14일부터 23일까지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1600여만원을 들여 여행사 관광상품을 이용해, 프랑스·영국·스위스·이탈리아 4개국의 외유성관광을 다녀왔다는 비난여론에 의장이 구민들에게 사과하는 사태를 빚었다. 이에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여행비 반환을 요구하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상태이다.

정부는 주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의정비 인상을 강행한 지방의회에 대해 강력히 시정을 권고키로 하고 일부의회에 시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는 또 “의정비를 부당하게 인상한 지방의회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반영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고 말하고 멋대로 의정비를 인상한 지방의회가 시정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하지만 충남 아산시의회와 서천시, 대전 대덕구의회, 충북 청주시의회는 심의위 인상 결정에도 불구하고 비난여론을 의식해 의정비 동결을 선언했고 일부지역에서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의정비 인상을 뒤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정병인 경실련천안아산연합 사무국장은 "동결은 물론 오히려 인하를 요구하는 주민 의견이 다수인데도 의정비심의위가 의정비 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합리적인 방안이 강구돼야한다고 조언했다.

의정비 인상이 물의를 빚으면서 일부지역에서 기초의회 무용론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1.9%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정부가 주는 보조금이 없다면 스스로 살림을 꾸려가지 못할 형편이다. 더욱이 최근 2년 동안 전국 지방의회 의원들이 발의한 조례안 건수는 1인당 한 건이 안되는 0.34건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기존 조례를 일부 고친 것이 대부분이다. 본연의 임무인 민생 입법은 뒷전인 채, 의정비인상과 외유관광을 떠나려는 의원들 탓에 풀뿌리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의 뿌리가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지역주민의 의견과 정서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 의정비 인상은 지방의회에 대한 지역주민의 불신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나아가 지방자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은 곰곰이 새겨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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