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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종 통계청장

통계학에서 가설 기각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 중에 1종 오류와 2종 오류라는 것이 있다. 1종 오류는 어떤 대안이 효과가 없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잘못 파악하는 것이다. 2종 오류는 반대로 실제로는 효과가 있는데도 없다고 판단해 발생하는 오류이다. 예를 들어 여기 어떤 병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여겨지는 약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약이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데도 있다고 판단해 환자가 복용하게 만드는 것이 1종 오류이다. 2종 오류는 약효는 있는데도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두 가지 오류 중에서 1종 오류가 훨씬 치명적이다. 약효가 없는 약을 환자에게 복용케 해 치료를 못할 경우 잘못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약효가 있는데도 없다고 판단하는 2종 오류는 다른 약을 찾거나 하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다.

1종 오류와 2종 오류는 효과뿐만 아니라 가설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사용된다. 범죄 여부를 판단할 때도 이 오류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이 죄를 지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판사가 저지를 수 있는 오류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무고한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범법자를 무죄 방면하는 것이다. 전자가 1종 오류이고 후자가 2종 오류이다. 따라서 보통은 1종 오류가 발생할 확률을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묶어 두려고 노력한다. 이는 무고한 사람을 단두대에 보내는 것보다는 범인을 무죄 방면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정책대안이 실제는 효과가 없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을 제1종 오류라 하고, 정책대안이 효과가 있는데도 효과가 없다고 잘못 판단하는 것은 제2종 오류라고 한다.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할 때 이 오류에 따라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2종 오류는 잘못된 판단으로 좋은 정책을 집행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만 정부 정책에서 1종 오류를 범하는 것은 큰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어 훨씬 더 위험하다.

한편 행정학에서는 문제인식부터 잘못된 정책의 경우를 제 3종 오류 또는 메타 오류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잘못 짚은 것이다. 가설의 검증이나 대안선택 과정에는 오류가 없었으나 초기에 정책 문제 자체를 잘못 파악하는 근원적인 오류를 범한 것으로 정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찾으려고 쓸 데 없이 헛수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메타 오류가 가장 위험하다. 물 빠진 독에 물 붇기 식으로 예산이 헛되이 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이 세 가지 오류에 유의하면서 위험 수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1종 오류에 대한 유의 수준을 높이고 3종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 수요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물론 정책의 효과라는 것이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해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겠지만 사전에 예산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이 위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함으로써 오류를 예방할 수 있다. 통계는 이 시뮬레이션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예산은 공급자보다는 수요자 중심으로 편성해야 오류를 줄이고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국가통계에는 정부정책 수요자인 국민과 기업에 대한 양적, 질적으로 수준 높은 통계가 있는 보고이기 때문이다.

통계를 생산하면서 항상 오류에 대해 유의를 하고 있는 통계청에서도 예산을 편성할 때는 특히 신경이 쓰이고 조심하게 된다. 통계청에서도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는데 오류를 피할 수 있도록 유의수준을 마련하고 있다. 그 유의 수준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 중심이다. 먼저 조사 대상이자 통계의 수요자인 우리 국민들과 자영업자, 기업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정확하고 나은 통계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까 하는 고민이 예산 수립단계에서부터 함께 진행되면 된다. 또 하나는 통계를 생산하는 공무원과 현장 조사원의 업무 능력과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측면은 서로 보완하면서 통계 품질 향상과 서비스 개선이라는 상승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통계청의 2012년 예산이 수립단계부터 집행 완료 때까지 1, 2, 3종 어떤 오류도 없이 꼭 필요한 정책과 사업에 사용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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