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FTA체결에 오고 가는 외교문서가 오류투성이라는 지적이 연일 정치권과 언론에서 터져 나왔다. 기가막힐 노릇이다. 일반인들이 주고받는 각종 계약서나 사회단체가 서로 협약을 맺을 때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국가와 국가 간에 체결되는 각종문서가 오류투성이라면 그야말로 문제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외교문서작성이 한번 잘못되면 국격이 덜어지고 국익에 손상이 온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결국 국가와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하고 정부당국자는 교환하고 발송하기 전에 엄밀하게 다져야한다. 그래야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인도 FTA인 CEPA도 한글판 번역에 오류 투성이”라고 한다. 양허표 10장을 확인했는데도 번역 오류가 17개나 나왔다니 이러한 외교문서 작성의 실책으로 우리나라 망신은 물론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그 피해는 누가 책임 질 것인지 개탄치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국회차원의 FTA 한글판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을까? 심히 염려되는 대목이다. 한-인도의 한글판 번역문의 오류 가운데는 ‘또는(or)’을 ‘기타’로 번역하는 등 아주 초보적인 오류도 있고, 유사한 식품이지만 우리 식생활에서 전혀 다른 상품이고 가격과 종류도 전혀 다른 ‘명태’를 ‘북어’로, ‘조기’를 ‘굴비’로, ‘고등어(Chub mackerel)’를 ‘삼치’로 잘못 번역한 것도 있으며, 종류가 전혀 다른 ‘바다가재와 대하’를 ‘닭새우류’로 번역하는 등 이루 셀 수 없는 오류가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사실이라면 시스템의 문제가 있어도 보통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또 “같은 ‘소라’라도 원문에는 ‘냉동’(0307991160)과 ‘염장’(0307993130)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한글판에는 모두 ‘소라’라고만 번역했고, 식용할 수 있는 식품(칼새둥지)을 식품이 아닌 것(살랑갠 둥우리)으로 번역한 것도 있으며, ‘갑각류(crustaceans)’라는 주어를 번역하지 않고, 그냥 ‘기타 가루 등’이라고만 불명확하게 번역해 놓은 것도 있어, 실제 한국과 인도 간에 무역이 이루어졌을 경우 요구한 상품과 제공된 상품의 현격한 차이로 인한 분쟁이 빈발할 수 있고, 그러한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모든 협상이 영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 책임은 온전히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CEPA는 본질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와 동일한 성격을 갖지만, FTA가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교역을 핵심으로 하는데 비해, CEPA는 말 그대로 상품 교역 외에도 인력이동, 투자, 원산지 규정, 관세협력, 통신시장 개방, 무역 분쟁 해결 방법 등 훨씬 더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어, FTA 협정문에서 발견되는 오류보다 국익에 미치는 영향은 더 막대하다고 한다. 사인 간에 계약을 할 때에도 계약서를 몇 번씩 확인하는 것이 상식인데 어떻게 대한민국 정부가 이처럼 허술하게 외국과 조약을 체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박 의원의 지적은 그래서 더욱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FTA협정문이나 각종 자유무역협정문의 오류는 결코 간과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이는 국익과 국격이 걸린 문제이다. 개인이나 법인도 상호 오고가는 문서를 꼼꼼히 따져보고 수없이 자문을 구하는 것이 상례이다. 이는 상대방에게 실수를 하지 않고 이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이다. 하물며 자치단체나 정부는 말할 필요도 없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국가는 외국과의 협약이나 협정에서 국격은 물론, 향후 국익을 고려해 매우신 중히 대응해야한다. 잘못하면 엄청난 실수가 되고 엄청난 위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체결한 FTA는 물론, 이전 정부가 체결해서 이미 발효되고 있는 FTA 협정문에 대해서도 일괄적인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이 차후에 발생할 다양한 무역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제거할 수 있다는 지적을 깊이 인식하고 제대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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